'사막의 금'이라는 이것, 기후위기에 수출 가격 치솟는다 [원자재 포커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원자재 시장서 금·외환 대체재로 거래
생산량 급감에 가격 작년 두 배로 뛰어
"中 딜러들 충격받고 떠났다"
샤프란은 타흐친(쌀 요리), 게이메(스튜), 할바(과자) 등 거의 모든 정통 페르시아 요리에 사용되는 필수 향신료다. 강한 향과 풍부한 맛, 진한 색상 등이 특징이다. 혈당 수치를 낮추고 시력이나 기억력, 심장 건강 등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염색약이나 화장품, 향수 등 가공 제품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란에선 샤프란을 ‘사막의 금’이라 부른다. 아랍 국가들뿐 아니라 중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전 대륙에서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데, 전체 공급량의 90% 이상이 이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건조한 기후에서만 생산될 수 있어 공급이 한정적이며, 산지도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닿은 이란 동북부 호라산 지역에 몰려 있다. 샤프란 1㎏을 생산하기 위해선 최대 17만개의 꽃이 필요하며,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올해 이란에서의 샤프란 생산량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제1의 샤프란 생산업체이자 수출업체인 노빈 샤프란의 알리 샤리아티-모가담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거의 400t에 달했던 생산량이 올해는 약 170t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타 농산물들과 같이 기후 변화의 영향이 컸다. 이란의 여름과 겨울 날씨가 극단적으로 변한 데다 습도도 필요 이상으로 낮아진 탓이다. 이란 샤프란 거래소의 모자타바 파암-아스가리 디렉터는 “호라산 지방에 있던 2000개의 얕은 우물들이 완전히 말라 버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 기온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다. 이란 환경 전문가인 모하마드 다르비쉬는 “강수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온도는 급등하고 습도는 급락하고 있다”며 “샤프란이 재배되는 이란의 건조 지대는 기후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이란 내수용 샤프란 가격은 현재 ㎏당 1400달러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이다. 현지 공급업체들은 수출 가격이 1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한다. 파암-아스가리 디렉터는 “중국 딜러 여럿이 가격 상승에 충격을 받고 떠났다”며 “(만약 나중에) 그들이 돌아온다면 (지금보다도)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란산 샤프란의 45%를 소비하는 최대 수요처다. 샤프란은 원자재 시장에서 비교적 생소하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재배량 확대, 새 가공법 도입 등으로 샤프란 가치가 오르자 이란 정부는 2018년 처음으로 샤프란 선물을 출시했다. 선물 출시 과정에 참여했던 파르하드 사하르키즈는 “전통적으로 금과 외환에 투자하던 트레이더나 개인투자자들이 샤프란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하르키즈가 운영하고 있는 ‘사하르키즈 샤프란’은 이란 샤프란 시장의 약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이란 내 샤프란 수요는 급감하는 추세다. 40%를 넘나드는 물가 상승률에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추락하면서 국내 판매량이 50%가량 쪼그라들었다. 미국이 2018년 핵합의(JCPOA)를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되돌리면서 샤프란 산업은 한층 위축됐다. 이 때문에 이란샨 샤프란을 외국으로 밀수한 뒤 새로운 브랜드를 붙여 파는 방식의 불법 무역이 성행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생산량 급감에 가격 작년 두 배로 뛰어
"中 딜러들 충격받고 떠났다"
샤프란은 타흐친(쌀 요리), 게이메(스튜), 할바(과자) 등 거의 모든 정통 페르시아 요리에 사용되는 필수 향신료다. 강한 향과 풍부한 맛, 진한 색상 등이 특징이다. 혈당 수치를 낮추고 시력이나 기억력, 심장 건강 등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염색약이나 화장품, 향수 등 가공 제품에 사용되기도 한다.
이란에선 샤프란을 ‘사막의 금’이라 부른다. 아랍 국가들뿐 아니라 중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전 대륙에서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데, 전체 공급량의 90% 이상이 이란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건조한 기후에서만 생산될 수 있어 공급이 한정적이며, 산지도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닿은 이란 동북부 호라산 지역에 몰려 있다. 샤프란 1㎏을 생산하기 위해선 최대 17만개의 꽃이 필요하며,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해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올해 이란에서의 샤프란 생산량이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제1의 샤프란 생산업체이자 수출업체인 노빈 샤프란의 알리 샤리아티-모가담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거의 400t에 달했던 생산량이 올해는 약 170t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타 농산물들과 같이 기후 변화의 영향이 컸다. 이란의 여름과 겨울 날씨가 극단적으로 변한 데다 습도도 필요 이상으로 낮아진 탓이다. 이란 샤프란 거래소의 모자타바 파암-아스가리 디렉터는 “호라산 지방에 있던 2000개의 얕은 우물들이 완전히 말라 버렸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이상 기온이 단발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한다. 이란 환경 전문가인 모하마드 다르비쉬는 “강수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온도는 급등하고 습도는 급락하고 있다”며 “샤프란이 재배되는 이란의 건조 지대는 기후 변화에 특히 취약하다”고 우려했다.
이란 내수용 샤프란 가격은 현재 ㎏당 1400달러에 형성돼 있다. 지난해보다 두 배 높은 수준이다. 현지 공급업체들은 수출 가격이 1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한다. 파암-아스가리 디렉터는 “중국 딜러 여럿이 가격 상승에 충격을 받고 떠났다”며 “(만약 나중에) 그들이 돌아온다면 (지금보다도)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이란산 샤프란의 45%를 소비하는 최대 수요처다. 샤프란은 원자재 시장에서 비교적 생소하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재배량 확대, 새 가공법 도입 등으로 샤프란 가치가 오르자 이란 정부는 2018년 처음으로 샤프란 선물을 출시했다. 선물 출시 과정에 참여했던 파르하드 사하르키즈는 “전통적으로 금과 외환에 투자하던 트레이더나 개인투자자들이 샤프란으로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하르키즈가 운영하고 있는 ‘사하르키즈 샤프란’은 이란 샤프란 시장의 약 3분의 1을 점유하고 있다.
이란 내 샤프란 수요는 급감하는 추세다. 40%를 넘나드는 물가 상승률에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추락하면서 국내 판매량이 50%가량 쪼그라들었다. 미국이 2018년 핵합의(JCPOA)를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되돌리면서 샤프란 산업은 한층 위축됐다. 이 때문에 이란샨 샤프란을 외국으로 밀수한 뒤 새로운 브랜드를 붙여 파는 방식의 불법 무역이 성행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