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내년에 기준금리를 세 차례 내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금리 정점론이 확산하고 있다. 자산관리 전문가들은 내년 금리 인하를 대비해 투자할 만한 금융상품으로 장기 채권과 정기예금을 꼽았다.
금리 정점 찍었다는데…美 장기채권·고금리 예금 미리 '찜'

미국 장기채 담아라

금리 정점에 대비하는 상품으로는 먼저 만기가 긴 장기 채권이 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 가격이 올라 수익을 낼 수 있다. 지난 21일 글로벌 채권 시장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연 3.89%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만 해도 연 4.93% 선이었는데 내년 3월 미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시장 관측이 우세해지면서 두 달 만에 1%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채권 중에서도 만기 3년 이상 장기 채권을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기가 길수록 앞으로 발생할 금리 변동 등 리스크를 오래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손익 폭도 크다. 따라서 금리 하방 압력이 높아졌을 땐 만기가 많이 남은 장기채를 매수하면 본격적으로 금리가 하락할 경우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정성진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내년 2분기를 기점으로 시장금리가 본격적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그동안 고금리 부작용으로 기업 부실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회사채보다는 안전성이 높은 장기 국고채 위주로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을 통해 채권을 직접 사들일 수도 있지만, 국내외에 상장된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가입하면 조금 더 쉽게 투자할 수 있다.

대표적인 미국 장기 국고채 ETF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 30년 국채 선물 레버리지(합성 H)’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타이거 미국채 30년 스트립 액티브(합성 H)’ 등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두 상품의 1개월 수익률은 각각 20.49%, 17.07%로 집계됐다.

시장금리 하락기를 노려 새롭게 나온 투자 상품도 있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4일 국내 최초로 미국 장기 채권에 투자해 월 배당을 가져오는 ‘KBSTAR 미국채 30년 커버드콜 ETF’를 출시했다. ETF 가입 시 추후 채권을 팔 때 생기는 매매차익에 15.4%의 배당소득세가 붙는다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연 4% 고금리 예금 ‘막차’

안전자산 중심으로 투자하고 싶다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을 살펴보는 것도 좋다. 시장금리가 떨어지기 전 만기 1년 이상 고금리 예금에 장기간 돈을 맡겨두는 방식이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22일 기준 시중은행 만기 1년 예금 중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은 최고 금리 연 4.15%를 적용하는 부산은행의 ‘더 레벨업 정기예금’과 ‘더 특판 정기예금’이다. 만기를 2년 이상 길게 잡으면 카카오뱅크의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금리가 만기 3년 기준 연 3.85%로 가장 높다.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서 자금을 단기간 탄력적으로 운용할 생각이라면 만기 6개월 이하 단기 예금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연 3.7~3.75%로 만기 1년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