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의 공격을 피해 홍해 대신 아프리카로 우회 운항에 나선 선박들이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 아프리카의 항만 인프라가 열악한 탓에 접안도 못한 채 대기해야 하는 날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희망봉 주변을 항해하는 선사들이 아프리카 항구에서 연료 보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선박은 최근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항로인 수에즈 운하 항로 대신 아프리카 남단 항로를 택하고 있다.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다. 항로 변경으로 이동 기간이 10~14일 더 늘어나는 만큼 아프리카에서 연료를 추가로 보급받아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 항구의 열악한 시설이 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알레시오 렌치오니 물류 컨설턴트는 “남아공 더반이 아프리카에서 그나마 가장 발전한 항구인데, 아프리카 주변으로 항로를 변경한 선박은 연료 보충을 위한 접안 선택권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케냐 몸바사와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 등 다른 대형 항구도 앞으로 2주간 물동량을 감당하기에는 시설이 너무 열악하다”고 말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희망봉 주변으로 우회하는 선박들은 가능한 한 출발지나 도착지에서 연료를 넣고, 중간에 연료가 필요한 경우 나미비아의 월비스베이나 모리셔스의 포트루이스 항구를 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