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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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 며칠 전 남긴 유묵(遺墨)이 국내 경매에서 19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안 의사 유묵 중 최고가 기록이다. 낙찰자는 국내 소장가로, 작품은 113년 만에 고국 품에 안기게 됐다.

해당 유묵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듯한 내용을 시원스럽고 당당한 필치로 쓴 뒤 옆에 지장을 찍은 작품이다.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형세가,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 따위의 자태를 일삼으랴! 경술년 3월 여순 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 씀”이라고 적혀 있다.

안 의사는 사형을 선고받은 1910년 2월 14일부터 3월 26일 순국하기 전까지 감옥에서 많은 글씨를 썼는데, 대부분은 일본인 관리와 간수들의 요청에 따라 써준 글씨로 알려져 있다.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
'용호지웅세기작인묘지태'.
이 작품 역시 비슷한 경위로 3월 작성돼 일본인에게 선물 됐고, 이후 교토의 개인 소장가가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작품은 그간 국내 학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데다 기존 작품들과 필체도 미묘하게 달라 주목받았다.

결국 작품은 지난 19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린 경매에서 추정가 5억~10억원을 크게 뛰어넘는 높은 가격에 새 주인을 찾으며 기록을 썼다. 안 의사 유묵 중 이전 최고가 작품은 2018년에 7억5000만원에 낙찰된 묵서 ‘승피백운지우제향의(乘彼白雲至于帝鄕矣)’였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