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결제 할인 앱 ‘단골가게’를 운영하는 1인치는 기존 아날로그 선결제 방식의 불편함을 디지털 기술로 해결한 스타트업입니다. 이용자들이 선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를 앱 안에서 검색하고,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일정 비율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할인율이 20%라면 8만원만 결제하고, 10만원어치를 이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단골가게는 내년 초 대대적인 앱 개편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추가로 제공한다는 계획입니다. 한경 긱스(Geeks)가 김율·주형익 1인치 공동대표를 만나 사업 전략을 들어봤습니다.
1인치의 김율(왼쪽), 주형익 공동대표
1인치의 김율(왼쪽), 주형익 공동대표
"카페, 미용실, 정육점, 과일가게 등 다양한 오프라인 상점에서는 선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아날로그 방식이죠. 장부나 명함 같은 데 결제액을 적어서 이용할 때마다 차감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다 보면 간혹 장부에 적은 금액이나 차감 횟수 등을 두고 서로 기억이 맞지 않아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서비스가 '단골가게'입니다."

김율 1인치 공동대표는 "단골가게는 선결제 할인이 가능한 모든 가게를 플랫폼 안에 모아놓고 결제하고 차감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라고 소개했다.

단골가게 서비스는 2022년 초 오픈베타 서비스를 시작했고, 내년 초 정식 버전을 내놓을 예정이다. 주형익 1인치 공동대표는 "내년 1월에 내놓는 신규 앱에서는 법인고객도 가입해 근로자를 등록시켜 쓸 수 있게끔 업데이트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단골가게에는 현재 서울 11개 구에 약 2500곳의 상점이 들어와 있다. 내년 말까지는 입점 가게를 1만 2000곳까지 늘린다는 목표다. 5년 안에 전국 서비스로 확장해 나간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김 대표와 주 대표는 1981년생 동갑내기로 고등학교(경기고)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온 사이다. 대학도 똑같이 연세대를 나왔지만 성향은 서로 매우 다르다고 소개했다. 전공은 김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신문방송학을, 주 대표는 연세대 컴퓨터산업공학과 KAIST 경영대학원 정보미디어 MBA를 했다.

김 대표는 "주 대표와는 27년 지기로 계속 친하게 지내왔다"며 "각종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주 대표에게 물어보면 매우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피드백을 줘서 도움이 많이 된다"고 했다. 김 대표가 2019년 선결제 플랫폼이라는 아이디어를 말하자 주 대표도 "좀 더 발전시켜보자"는 답을 줬고, 결국 둘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다음은 김율·주형익 공동대표와의 일문일답.

Q.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에 창업을 하셨습니다. 괜찮다고 판단하셨나요?
A. 코로나가 한없이 계속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기본에 깔려 있었고요. 코로나 상황이 되면서 오히려 선결제에 대한 필요성이 더 강해졌던 시기였어요. 정부에서도 '착한 선결제 캠페인'이라는 것을 했고요. 내가 자주 가는 가게에서 10만~20만원씩 결제해 놓고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하고, 소상공인들은 사진 찍어서 릴레이하는 형태의 캠페인을 벌였죠. '제로페이' 같은 것도 국민 세금을 갖고 할인해주는 거잖아요. 세금이 쓰이는 그 명분이 어느 정도 사라질 때쯤에는 저희가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Q. 소비자들이 선결제를 하면 할인을 해주는데요. 그 비율은 가게가 정하는 건가요?
A.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가게가 10% 할인율을 정했다고 하면 5만원 선결제를 할 때 4만5000원만 결제를 하는 거죠.

Q. 소비자들이 선결제하면 단골가게(1인치)가 일정액을 수수료로 받는 방식인가요?
A. 저희는 수수료는 전혀 받지 않고요. 그동안은 무료 오픈베타 서비스였기 때문에 가게들에도 전혀 돈을 받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정식 버전 출시와 함께 조금씩 순차적으로 일정액의 월 이용료를 받는 구조로 전환이 될 예정입니다. 다른 플랫폼 서비스 이용료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책정해 가게들에 전혀 부담이 되지 않게 할 거고요.
단골가게 서비스 이미지
단골가게 서비스 이미지
Q. 추가적인 수익 모델을 생각하고 계신 게 있을까요?
A. 저희가 여러 가지로 가게 사장님들의 요구를 받고 있어요. 지금은 앱 서비스인데 "'포스(POS)'에도 담겼으면 좋겠다" 하시는 요구도 있고요. "예약 기능도 담겼으면 좋겠다, 아니면 배달도 연동됐으면 좋겠다" 하시기도 해요. 저희도 정식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새로운 부가 기능들을 계속 붙여나갈 예정이고요. 그러는 과정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도 찾을 수 있을 거로 보고 있습니다. 저희 플랫폼에 광고도 붙고, 지역 기반 서비스니까 상위 노출 광고 등도 가능할 테고요.

Q. 선결제 시장 데이터를 갖고 새로운 사업도 가능할 거 같습니다.
A. 선결제는 지금까지는 다 오프라인에서 이뤄지고, 현금 거래 위주로만 하다 보니 통합된 데이터를 가진 곳이 없거든요. 저희가 선결제 데이터를 처음으로 투명하게 만들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 금융 상품도 내놓을 수도 있을 겁니다. 나이스평가정보와 협업 논의를 하고 있는데요. 아직 상품이 구체화되진 않았지만 소상공인들의 선결제 데이터는 사실상 단골 고객이 얼마나 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에 가게의 안정성과도 연관이 됩니다. 이를 신용평가 요소로 활용해 대출 상품을 만들 수도 있겠죠. 또 선결제가 잘되는 업체들의 특성을 파악해 컨설팅 사업 등에 활용할 수도 있을 거고요.

Q. 선결제가 활발한 가게는 어느 정도 수준일까요?
A. 종로에 있는 한 샐러드숍 가게가 있는데요. 그곳 고객 중 300명이 저희를 통해 선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고 계세요. 직장인들이 다이어트에도 관심이 많고 하다 보니까 매일 간편하게 샐러드로 식사를 하시는 분들이 매우 많은 거 같습니다.

Q. 업종별로는 어떤 가게에서 선결제가 많이 되나요?
A. 업종으로 보면 커피숍에서 선결제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편입니다.
단골가게 앱 기능별 이미지
단골가게 앱 기능별 이미지
Q. 단골가게는 'NON-PG' 방식이라 수수료 부담이 없다고 하던데요.
A. 온라인 서비스랑 앱 서비스는 대부분 PG 방식으로 결제를 하는데요. PG사가 결제업체 이름으로 뜨는 이유죠. PG사가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다 보니까 수수료가 비싸요. 보통 3.5% 정도 됩니다. 그런데 그 정도 수수료는 소상공인들한테 큰 거죠. 기존 오프라인 가게에서 카드 단말기로 긁으면 수수료가 0.5%밖에 안 나가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쓴 게 'NON-PG' 방식인 거고요. 2019년에 금융 혁신 서비스로 지정된 방식입니다. 쉽게 말하면 온라인 카드 결제가 이뤄지면 이것이 가게의 오프라인 카드 단말기에서 처리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오프라인 카드 단말기랑 수수료가 같고요. 가게 사장님들 입장에서는 정산도 빨리 이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도움이 됩니다. 저희가 1월에 내놓는 신규 앱 기준으로는 법인고객도 가입을 해서 근로자를 등록시킨 다음 쓸 수 있게 할 예정이거든요. 근로자가 카드를 긁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증빙이에요. 그런데 카드를 긁으면 PG사나 플랫폼 회사 이름으로 뜨면 안 되겠죠. 그런데 NON-PG 방식은 실제 이용한 가게의 상호명이 카드 내역에 뜨죠.

Q. 만약 가게가 폐업을 한다거나 하면 소비자 피해는 어떻게 보상하나요?
A. 저희는 일단 시스템적으로 가게별 선결제 잔액 한도를 두고 있고요. 보증보험을 가입하게끔 해서 위험을 낮추고 있어요. 만약 가게가 폐업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저희가 모두 환불을 해줍니다. 새로운 앱에서는 자동으로 소비자에게 환불되는 시스템을 적용할 예정이고요.

Q. 정식 앱에서 가장 많이 변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 새로운 앱에서는 선결제한 것을 가족이나 소모임, 직원들끼리 공유하면서 쓰는 기능 등이 들어갑니다. 추후에는 주문까지 할 수 있는 기능 등도 담을 수 있을 겁니다. 현재 각 가게별로 메뉴를 관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놨습니다. 가게 또는 소비자가 메뉴를 딱딱 누르고 차감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돼 있는데요. 거기에 주문 기능만 붙이면 되는 겁니다.

Q. 기존에도 포인트 방식 등으로 선결제를 하는 가게들이 있습니다. 단골가게를 쓰면 뭐가 더 좋을까요?
A. 물론 지금도 많은 가게에서 선결제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것을 알릴 만한 플랫폼이 전혀 없습니다. 저희 단골가게에 입점하면 자연스럽게 선결제 마케팅이 가능해지고요. 일종의 홍보 채널이 생길 수 있는 거죠.
1인치의 주형익(왼쪽), 김율 공동대표
1인치의 주형익(왼쪽), 김율 공동대표
Q. 가게들의 평균 선결제 할인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A. 현재 등록된 2500개 가게 중에 15% 이상 할인을 제공하는 곳이 전체 가게의 70%를 차지합니다. 할인율 10~15% 정도가 전체 가게의 15% 정도이고요. 따라서 두 자릿수(10%) 이상 할인해주는 가게가 전체 가게의 8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나머지 15% 가게는 할인율이 5~10%이고요. 저희가 최저 할인제가 있어서 5% 미만 할인은 설정할 수 없습니다. 또 최대 50%까지 할인해줄 수 있고요. 가게 사장님들은 할인을 많이 해주더라도 단골손님이 많으면 좋으니까 저렇게 많이 깎아주시거든요. 업종별로는 커피숍은 큰 금액을 결제하면 20% 정도 할인해 주시기도 하고요. 미용실은 30%가량 할인해 주기도 합니다.

Q. 소비자 입장에서도 단골가게 서비스가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A. 많은 사람들이 매일, 매달 가는 가게들이 있어요. 정육점도 아주머니들은 집 근처에서 맨날 가는 곳만 가요. 또 맨날 가는 과일가게만 가고요. 그런데 제대로 할인조차 못 받잖아요. 사실 정육점 같은 곳은 결제액도 큽니다. 그래서 저희 같은 서비스가 할인을 해주면 소비자도 매우 좋아하시죠.

Q. 투자는 얼마나 받으셨나요?
A. 시드 투자 10억원 정도 받았습니다. 포스텍홀딩스, 신용보증기금 등이 투자해 주셨고요. 내년 초에 정식 앱 내면서 프리A 시리즈 투자 유치에 나설 계획입니다.

Q. 내년 목표가 있을까요?
A. 저희가 내년 말까지 가게 1만2000곳 입점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베타 서비스로 검증은 됐다고 판단했고, 신규 앱에 맞춰 영업 프리랜서 조직도 10명 정도로 구성을 합니다. 입점 속도를 확 늘리려고 하는 거죠.

Q. 중장기적인 전략은 어떻게 세우시나요?
A. 앞으로 서비스 지역도 계속 넓혀 나갈 거고 부가적인 기능들도 계속 붙어 나가겠지만 결국에 5년 뒤에 하고 싶은 것은 선결제 시장을 키우는 겁니다. 한국 외식업과 서비스업 시장만 합쳐도 210조원 시장이거든요. 여기서 선결제로 10%를 가져간다면 21조원 시장이 될 수도 있겠죠. 또 5년 안에 저희가 전국 서비스로 확장해 나간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기존에 선결제를 하지 않던 가게들도 고객을 묶어두는 효과가 있을 거고, 멤버십의 일환으로 저희 플랫폼을 채택해 쓸 수 있도록 할 수도 있고요. 가게 매출이 100이라면 한 10 정도는 단골 고객을 위한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게 하는 게 저희의 전략입니다.

Q. 덧붙이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A. 작년에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소상공인 스마트 기술 대회를 열었는데 저희가 최우수상(장관상)을 받았어요. 이유가 소상공인들한테 꼭 필요한 스마트 기술이라는 걸 인정받은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단골가게가 상인들에게 꼭 필요한 플랫폼으로 인지되고, 그렇게 확장해 나가는 게 저희의 꿈입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