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 가격 치솟는데…불 붙이는 공급경색 [원자재 포커스]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발전이 부흥하면서 핵연료로 쓰이는 우라늄정광(옐로우케이크·U3O8) 가격이 근 16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우라늄 공급 경색은 가격을 더욱 끌어올리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라늄정광 가격은 이번주 파운드(1lb=0.45㎏)당 82.3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8년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WSJ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 2011년 정점을 넘어선 것"이라고 전했다.

핵연료는 원자로 안에서 핵분열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연료로 사용되는 물질로, (저)농축우라늄을 의미한다. 이를 얻기 위해서는 통상 ▲매장지에서 우리늄 광석 채굴 및 분쇄 ▲화학공정을 거쳐 천연 우라늄으로 불리는 우라늄정광 제조 ▲우라늄정광에 불소를 첨가해 농축에 적합한 육불화우라늄(UF6)으로 전환 ▲육불화우라늄 가스를 원심분리기에 주입해 돌린 뒤 농축우라늄을 제조하는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우라늄 가격 치솟는데…불 붙이는 공급경색 [원자재 포커스]
우라늄 광산 기업들이 채굴한 우라늄 원광은 통상 장기 공급 계약에 따라 미국 전력회사 등 고객사들에 판매된다. 우라늄 광석이 부족해지면 단기 거래에 공급될 양이 줄어들어 더 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라늄 가격을 평가하는 시장 데이터 회사인 UxC의 조나단 힌제 사장은 "요즘 우라늄 광석 현물의 공급량이 극히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우라늄 광석 생산업체 중 하나인 카메코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우라늄정광의 가격 상승 양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카메코는 지난 9월 장비 문제와 숙련된 노동자 부족 등을 이유로 올해 생산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이후 "고객사와의 계약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연말까지 더 많은 우라늄을 사들여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카메코는 올해 첫 9개월 동안 총 500만 파운드의 우라늄정광을 구매했던 것에 비해 올해 4분기에만 최대 800만 파운드를 다른 업체에서 구매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우라늄 매장국 가운데 하나인 니제르에서도 올해 7월 군사 쿠데타가 발생한 뒤 생산량이 계속 감소하고 있다. 니제르의 프랑스 핵연료 기업 오라노는 "물류 문제가 심각해 대부분 광산과 공장에서 유지보수 작업만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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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주요 우라늄 매장국인 카자흐스탄에서는 국영 우라늄 회사 카자톰프롬이 "황산 등 주요 원자재 부족으로 인해 예전만큼 우라늄정광을 생산하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WSJ는 "이러한 차질로 인해 광산업체들은 투자 목적의 금융업체, 잠재적 혼란에 대한 우려로 핵연료 비축량을 늘리고 있는 유틸리티 업체들과 함께 우라늄 구매 경쟁에 맞서야 하는 형국"이라고 분석했다.

북미권 증시 최초의 우라늄 현물 투자 상장지수펀드(ETF)인 스프롯 피지컬 우라늄 트러스트(Sprott Physical Uranium Trust)는 올해 4월 우라늄 매입을 중단했다가 지난 9월부터 다시 투자 전선에 뛰어들었다. 또 다른 ETF인 우라늄 로열티도 최근 투자 목적으로 100만 파운드의 우라늄정광을 매입했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채굴 원자재보다 우라늄 가격에 대해 낙관적"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그들은 2024년 2분기까지 우라늄정광 가격이 파운드당 95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