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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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인 2%에 수렴하는 시기와 관련해 다양한 불확실성 요인이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와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아지면서 물가 둔화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물가 2% 목표 수렴시기 불확실성 크다

한은은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견해를 밝혔다. 한은은 전문가와 일반인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각각 3.0%, 3.4%로 오른 점에 주목했다. 상대적으로 넒은 범위의 정보를 통해 형성되는 전문가의 기대인플레이션까지 상승한 것은 '물가상승률 둔화에 소요되는 기간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는 평가다.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목표수준인 2%에 수렴하는 시기는 불확실성이 크다고 봤다. 누적된 비용상승요인으로 인한 2차 파급효과, 국제유가·환율 변동, 공공요금 등과 관련한 정부 정책, 연말·연초 가격조정 집중 가능성 등 관련 리스크 요인을 주의 깊게 살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글로벌 무역체제가 분절화하고 기후변화로 친환경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대외여건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가 둔화가 지연되면서 물가안정목표를 달성해야하는 기간을 명시해야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물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하지 않고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를 지향한다'고만 하고 있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기간이 늘어나자 구체적인 정책 시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 달성에 실패했을 때 중앙은행의 신뢰성이 크게 하락하는 문제가 있어 도입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 "낮아질 것"

가계의 기업의 부채상황에 대해 한은은 "민간부문 중심의 매크로 레버리지 누증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가계대출은 올해 4월 이후 예금은행의 주택관련 대출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다. 기업대출은 회사채 발행 대신 대출을 통한 자금 조달이 선호되면서 꾸준히 늘고 있다.

한은은 가계와 기업의 대출 규모가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고금리 환경과 맞물려 연체율이 상승할 경우 금융안정을 저해할 가능성에도 유의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수준은 당분간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되는 가운데 명목 GDP가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최근 가계대출 금리는 8월부터 상승하고 있다. 8월 이후 장단기 지표금리가 모두 상승해서다. 특히 은행채 5년물 등 장기 지표금리가 단기 지표금리보다 더 크게 올랐다. 이에 따라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 반면 변동금리 주담대와 신용대출은 상승압력이 작았다. 10월 중 가계대출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데에는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우대금리 축소)도 일부 기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11월 이후 가계대출 금리는 하락 압력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확산되며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어서다. 이를 지표로 삼는 각종 가계대출 금리가 내릴 것이란 의미다.

경제성장, 제조업에 달렸다

국내 경제는 반도체 경기의 반등에 힘입어 수출 중심의 개선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됐다. 제조업 생산 순환변동치를 보면 제조업 경기는 올해 2분기부터 회복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다. 과거 회복기에 비하면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지만 주요국 대비로는 양호한 상황으로 평가됐다.

다만 주요국의 통화긴축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중국의 성장세 둔화 우려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제조업 경기회복 속도를 더디게 만들 수 있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또 세계무역의 분절화,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 등의 경제환경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점도 제조업 경기 회복경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선 "오랜 기간 긴축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을 언급했다. 시장에서 내년 2분기 금리 인하 시작을 예상하고 있지만 미국 금융시장 상황의 긴축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도 감안해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진 것과 관련해선 "주요국 중앙은행이 데이터에 기반한 통화정책 수행방침을 공표하면서 시장 예상치에서 벗어난 경제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