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KFP 의장은 “내가 죽어도 영속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이번에야말로 ‘마스터피스’(걸작)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철 기자
이성호 KFP 의장은 “내가 죽어도 영속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이번에야말로 ‘마스터피스’(걸작)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철 기자
“주류 하나하나가 ‘아이돌’이라고 생각합니다. BTS같이 영향력 있는 한국 술이 탄생할 수 있습니다.”

이성호 한국에프앤비파트너스(KFP) 의장은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주류는 한류를 알리는 문화상품”이라며 “KFP가 연예기획사가 돼 ‘주류 연습생’들을 글로벌 스타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 지난해 기업가치 1조1000억원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에 오른 한국신용데이터(KCD)를 설립한 연쇄 창업가다. 최근 세 번째 사업 아이템으로 전통주를 선택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의장은 “창업자는 스스로 ‘빅 웨이브’를 일으키는 존재가 아니다”며 “물결을 파악하고 그 흐름에 올라타야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고 평소 지론을 밝혔다. 앞선 두 번의 창업을 성공으로 이끈 비결이다. 세 번째 인생 분기점은 의외의 영역에서 만났다. KCD가 2021년 인수한 식자재 공급회사 관리를 맡으며 압구정, 성수 등 서울 주요 상권을 찾을 일이 많았다. 그때 접한 게 전통주였다. 그는 “유독 외국인이 몰리는 가게들이 있었는데 지방 양조장 술이 인기가 많고 마진이 많이 남는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처음엔 KCD 내부에서 사업을 펼칠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의장이 전통주 사업을 제시하자 KCD 본연의 일과 거리가 멀다는 내부 의견이 나왔다. ‘박재범 소주’로 이름을 알린 원소주가 히트하는 등 전통주 시장이 꿈틀대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올초 식자재 공급회사 지분 66%를 개인 자산으로 사들이는 방식으로 1대 주주에 올라 경영권을 확보했다. CJ인베스트먼트로부터 시드(초기) 투자를 유치하고 사명도 KFP로 바꿨다. KCD에선 이사로 남아 자회사 한 곳의 관리를 맡으며 계약상 의무를 지키기로 했다.

이 의장은 최근까지 지방 양조장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원료 수급과 농축액 생산 체계를 꾸리는 데 시간을 썼다. 경북 상주시에 있는 양조장 브랜드 ‘너드 브루어리’를 인수했고 연말까지 충북 양조장 두 곳과 협약을 맺어 10여 개 전통주 라인업을 확보할 방침이다. 본래 목표였던 자체상품 제작에도 착수했다. 내년 1분기 경북 경주시 특산물인 체리를 가공해 체리 막걸리를 내놓는 게 목표다. 또 다른 차별화 전략은 해외 사업이다. 배우, 아이돌 등과 전통주 상품을 1 대 1로 매칭해 한정판 에디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의장은 “K팝 아티스트와 함께 브랜드 ‘스토리’를 파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너드 브루어리 막걸리의 콘셉트는 ‘나다움’이다.

해당 연예인이 가장 진솔해지는 순간을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짜 술과 스토리를 엮는 것이다. 한국 술과 어울리는 첫 번째 K팝 아티스트를 찾고 있다. 이 의장은 “내가 죽어도 영속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최종 목표”라며 “이번에야말로 ‘마스터피스’(걸작)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