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2012년 당시 대선후보 TV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 사진=연합뉴스, KBS 캡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2012년 당시 대선후보 TV 토론회에 참석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 / 사진=연합뉴스, KBS 캡처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의 선봉에 서겠다"며 내년 총선을 위한 비례정당 '윤석열 퇴진당'(가칭)을 만들겠다고 나섰다. 국민 총의를 모으는 선거에서 사실상 대통령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시도다. 여권에서는 2012년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낙선 운동'을 펼쳤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가 겹쳐 보인다는 비판이 나온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지난 2일 대구에서 열린 자신의 북콘서트에서 비례정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요건인 20석 이상인 가칭 '윤석열 퇴진당'을 만들면 탄핵소추를 비롯해 민주당을 견인해 시너지 효과가 나올 것"이라는 구상을 내놓았다. '위성정당'이라는 지적에 대해선 "저는 고의로 탈당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송 전 대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본 결과, 연대도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도 더 이상 윤석열과 함께 할 수 없다고 한다"며 "이들이 신당을 만들어 싸우면 김건희 특검 통과를 시점으로 연대해 총력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범보수 진영까지 아우르는 '반윤(反尹) 연대'를 띄울 수 있다는 게 송 전 대표의 주장이다. 그는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 비례대표에 힘을 모아주고 지역구에서 야권 단일화로 선거를 치르면 '200석'도 가능할 것이라고 자평했다. 단, 이 전 대표는 이러한 '반윤 연대'에는 반대 입장을 밝혀둔 상태다.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왼쪽),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 사진=KBS
2012년 18대 대선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왼쪽),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 / 사진=KBS
이런 송 전 대표의 행보를 놓고 국민의힘에서는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낙선 운동을 펼쳤던 이정희 통합진보당 후보(전 대표)가 떠오른다는 평가가 나온다. 총선에서 윤 대통령의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는 송 전 대표와 대선에서 낙선 운동을 벌인 이 전 대표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취지다.

2012년 12월 4일 대선후보 TV 토론에서 이정희 후보는 '어차피 사퇴할 건데 토론회에 왜 대선에 나왔느냐'는 박근혜 후보의 질문에 "박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다. 저는 박 후보를 반드시 떨어뜨릴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태영호 의원은 4일 페이스북에 '퇴진당 만든다는 송영길, 통진당 이정희 수준으로 떨어졌나'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송 전 대표를 보면 이정희 후보의 '박근혜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나왔다'는 발언이 생각난다"고 비판했다.

'퇴진당'을 띄우는 송 전 대표를 향해 여권은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김병민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때문에 쫓겨나듯이 당을 떠난 송 전 대표가 반성은커녕 본인 방탄을 위한 신당 창당이 가당키나 하냐"며 "선거 때가 다가오니 우후죽순 신당을 하겠다는 인사들이 여기저기 넘쳐나면서 한국 정치를 희화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회의에서 김가람 최고위원은 "아무리 정치가 극단적으로 변했다지만 창당의 목표가 탄핵이라는 것도 참 사이비스럽다"고 비판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선거제 개편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과 싸잡아 "기형적인 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에 송영길의 돈 봉투 신당, 조국의 입시 비리 신당, 용혜인의 공항 귀빈 신당 등 별의별 신당이 난립하게 생겼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정당은 누구든 정치적 결사를 할 수 있겠지만, 특정 인물에 반대하는 정당은 사실 굉장히 낙후돼 있고 좀 미개하다"며 "국민은 국민의 삶을 개선시키고 또 대한민국의 국운을 더 펼쳐나가는 데 어느 정당이 유능한가, 민심을 받드는 겸손한 정치 세력인가, 이런 것들을 보시지 않겠냐"고 지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