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자립, 자존을 꿈꾼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예술은 그를 사랑하는 이들 없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모든 예술은 언어다. 언어란 대화하기 위해, 사랑하기 위해, 존재하기 위해 쓰이는 소통의 매개다. 우리는 예술이라는 언어를 더 아름답게 더 유익하게 잘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메세나는 그러한 모든 기업 활동을 뜻한다. 그러므로 예술은 자립 너머 동행, 자존 품은 공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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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는 기업이 예술을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방식을 공고히 한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은 이윤 창출과 성과라는 가장 큰 목표가 있지만, 사람들의 건강한 성장과 동기부여를 위해 사회의 기본 구조를 튼튼하게 하는 것에도 책임이 있다. 그 기본 구조 안에 사람들의 행복 추구와 삶의 향유 등 우리가 살아가는데 소중한 가치가 다 들어있다. 건강한 사람들이 좋은 소비를 하고 밝은 미래를 만드는 것. 메세나는 바로 그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예술은 후원으로 성장해왔다. 우리가 아는 미술사는 후원의 역사기도 하다. 그런데 때로 이런 생각도 든다. 예술은 언제까지 수혜자의 입장이어야 하나. 정녕 정당하게 예술 향유 제공의 지분을 주장할 수는 없나. 이리 각박한 세상에 따뜻한 그림 한 점의 권리를 가질 수는 없나. 엉뚱한 생각임을 알지만, 예술을 환금의 가치로 보는 것은 아니다. 다만 예술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그 자체로 당당하게 우뚝 서길 바라는 마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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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국 메세나 대회에 다녀왔다. 기업과 예술이 함께 한 성과를 나누고 축하하는 자리였다. KT&G가 메세나 대상을 받았고, 넷마블 문화재단 등이 수상을 했다. 사회 공헌을 위해 기업이 나서주는 것은 앞서 책임이라고 했지만, 사실은 엄청나게 감사한 일이다. 이윤을 많이 남겨 회사 발전을 위해서만 쓴다 해도 그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두를 위한 선한 기획을 하고, 좋은 자원을 투입하고, 어쩌면 티도 잘 안나는 후원을 은근과 끈기로 계속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제 문화 예술의 중심 국가로 성장했다. 탁월한 역량을 지닌 몇몇 예술 인재들이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 예술이 더욱 성장하려면 조금 더 저변이 넓어지고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해야 한다. 예술도 중요하고, 기업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향유하는 사람들, 대중이다. 여전히 높은 예술 장벽과 지식 기반의 향유 문화는 우리가 쉽고 만만하게 예술을 즐기지 못하게 만든다. 그들만의 리그로 경계 짓게 한다.

예술과 기업, 그리고 향유자는 수평적 관계여야 한다. 기업이 예술을 후원하면, 예술은 향유자를 후원하고, 향유자는 다시 기업을 후원하는 구조. 서로가 서로에게 진심을 후원하는 것이다. 선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모두를 성장시키는 일이고,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일에 다름 아니다.

지극히 개인주의 사회라지만 오히려 펜데믹 이후 함께 살아가기 위하여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깊은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아이들의 사회성은 더 떨어지고 어른들도 달라진 지형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 중이다. 그래서 더욱 예술이 필요한 시대다. 정확히 말하면 예술을 통한 공감과 소통, 감성이 필요한 시대다. 이제 나만 아니면 돼! 라거나 나나 잘하자! 등 개인주의적 사고로는 미래 시대를 살 수 없다. 인공 지능 시대에 대체되지 않는 우리만의 탁월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 바로 감성이다.

올해 예술 감성 강의를 정말 많이 요청해 주셨는데, 우리 사회가 자정 작용을 시작한 게 아닐까 기쁘고 감사했다. 가장 뿌듯한 일은 향유자의 양산이다. 예술에 대한 선입견을 깨주고, 관점을 바꿔주자 예술은 애호가 되고, 대화가 되고, 치유가 됐다. 예술이 우리 삶에 무엇이 되는지 모두 알게 됐고, 삶의 가장 좋은 콘텐츠라는 것도 깨달았다.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는 분명 살기 좋은 사회일 것이다. 예술 앞에서 모두 평평하게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응원하고 격려하는 사회. 우리 모두 기꺼이 메세나 회원이 되어 서로의 성장을 후원하는 사람들이 되길 바란다. 그것이 진짜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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