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 사진=김 전 행정관 페이스북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 / 사진=김 전 행정관 페이스북
김인규 전 대통령실 행정관은 27일 내년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을 '주사파 출신'이라고 평가절하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 "지금 종로 주민들은 출신성분에 관심 없다"고 비판했다.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의 손자인 김 전 행정관은 내년 총선 부산 서·동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

김 전 행정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96년 친북좌파가 주류인 민주당에 입당하려다 YS의 설득으로 막판에 뜻을 바꿔 신한국당에 입당해 당을 지켜주신 시장님께는 항상 감사하고 존경하는 마음"이라고 적었다.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탄 홍 시장은 1996년 제15대 총선을 앞두고 정계의 러브콜을 받았다. 이때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집으로 찾아와 통합민주당 입당을 권유하기도 했지만, 홍 시장은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신한국당에 입당하기로 결정했다.

김 전 행정관은 홍 시장의 이러한 발자취를 끄집어내 하 의원의 '출신성분'을 지적하는 건 자기모순이라는 취지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저도 종로 주민으로 30년 정도 살았다. 30년 전이면 모르겠으나 지금 주민들은 출신성분에 관심 없다. 신분당선 연장, 대통령실 이전 이후 고도 제한 완화로 어떻게 낙후된 지역을 개발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어 "영남권에서 처음으로 기득권을 과감히 내려놓은 1호 정치인이 정치 1번지에 어려운 도전을 한다면 응원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2023년에 청색 정풍운동을 말씀하시는 건 과하지 않냐"며 "당이 어려운 시기에 30년 가까이 당을 한 번도 떠난 적 없는 선배 원로 정치인으로서 많은 관심과 조언이 필요하지 않겠냐"고 강조했다.

앞서 홍 시장은 이날 하 의원이 내년 총선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뒤 페이스북에 "주사파 출신이 갈 곳은 아니다"라고 썼다. 주사파는 1980년 중반 학생 운동권의 일파로,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지도이념과 행동 지침으로 삼았다. 하 의원은 대표적인 '전향 주사파'로 꼽힌다.

그는 "종로는 아직도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곳인데, 출마는 자유지만 착각이 도를 넘는다"고 덧붙였다. 홍 시장은 지난달 부산 해운대갑에서 3선을 한 하 의원이 서울 출마를 전격 선언했을 때도 "선당후사라기보다는 제 살길 찾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