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경기 시작 전 대표팀 황의조가 애국가 연주 때 눈을 감고 팀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한국과 중국의 경기. 경기 시작 전 대표팀 황의조가 애국가 연주 때 눈을 감고 팀 동료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축구 국가대표인 황의조 선수가 자신을 둘러싼 불법 촬영 의혹을 재차 부인하면서 영상 속 상대 여성의 신상을 일부 공개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황의조가 '2차 가해'라는 지적을 제기했다.

황의조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대환은 22일 낸 입장문에서 "성관계 시 촬영에 사용한 영상장치는 황의조가 사용하던 일반 휴대폰이었으며, 굳이 숨길 필요도 없이 잘 보이는 곳에 놓고 촬영했고, (상대) 여성도 분명히 이를 인지하고 관계에 응했다"고 밝혔다.

황의조 측은 "촬영물은 연인 사이였던 여성과 같이 봤다. 교제 중간 합의 하에 영상을 모두 삭제했지만 이후 1년 이상 더 교제를 이어가며 추가로 촬영했다"며 "상대 여성 측은 명시적 합의가 없어 불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장기교제를 이어오며 당사자 상호 인식 하에 촬영과 삭제를 반복한 것을 '몰카'로 볼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어 영상 속 상대 여성의 신상을 일부 공개했다. 황의조 측은 "방송 활동을 하는 공인이고 결혼까지 한 신분이라 최대한 여성의 신원이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 공식적으로 대응을 자제했고 수사기관의 엄정한 수사로 진실을 밝히려 했다"면서도 "황의조 범죄를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보도가 유포되고 이 여성의 일방적 입장이 진실인 것처럼 호도돼 방어적 차원에서 소명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축구선수 황의조 / 사진=뉴스1
축구선수 황의조 / 사진=뉴스1
상대 여성의 신상을 일부 공개한 황의조 측 입장문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는 '2차 가해'라는 지적이 터져 나왔다. "신원 노출 막아주려 했다면서 본인이 나서서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건가" 등의 반응이었다.

황의조 측 입장 발표에 대해 피해자 측은 맞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23일 오전 언론 브리핑을 열고 자료를 일부 공개하겠다고 알렸다. 황의조 측이 신상을 일부 공개해 2차 가해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서도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경찰은 황의조가 성관계 영상을 불법 촬영한 정황을 포착해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 중이다. 황의조는 지난 18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받으면서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의조 측은 "(해당 영상은) 당시 연인 사이에 합의된 영상"이라며 "황의조는 현재 해당 영상을 소지하고 있지도 않고 유출한 사실도 전혀 없다. 이 사건은 황의조가 영상 유출의 피해자로 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불법 촬영 혐의 피해자 측이 '합의된 영상'이라는 황의조 측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 측도 입장문을 내고 "피해자는 황의조와 교제한 적은 있지만, 그 당시나 그 후로나 민감한 영상의 촬영에 동의한 바가 없었고 계속해서 삭제해달라고 청해왔다"며 "'전 연인과 합의 하에 촬영한 영상'이라는 거짓말을 해 피해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반박했다.

한편, 지난 6월 황의조와 연인관계였다고 주장하면서 황의조와 여러 여성의 모습이 담긴 사진 및 동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한 혐의를 받는 여성은 황의조의 형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