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 연구진이 다이아몬드 NV센터 큐비트 기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KIST 제공
KIST 연구진이 다이아몬드 NV센터 큐비트 기반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KIST 제공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서울시와 함께 동대문구 청량리동 일대에 산학연이 참여하는 ‘양자기술 밸리’를 조성한다. 캐나다가 온타리오주 워털루 일대에 구축한 퀀텀 밸리를 벤치마킹했다. LG전자, 네이버클라우드, 씨스코 등 국내외 주요 정보기술(IT) 기업과 서울 지역 대부분 대학이 참여할 예정이다.

KIST는 21일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서울 퀀텀플랫폼 포럼’을 서울시와 공동으로 연다. 이번 포럼에선 ‘서울, 양자 시대로 변화’를 주제로 양자기술의 무한한 가능성을 소개한다. 양자기술은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 바이오, 우주·항공, 물류, 에너지, 금융 등 모든 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큐비트의 중첩과 얽힘 등 양자역학 특성을 이용하며 양자컴퓨터, 양자통신, 양자센서로 나뉜다.

KIST는 양자소자 제작 등을 전담할 개방형 양자랩을 2025년 2월까지 원내에 건설한다. 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등 14개 대학이 협력하기로 했다. 양자기술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중요성을 감안해 육군사관학교도 가세했다. 서울시는 KIST 맞은편에 지상 3층 규모의 서울양자기술융합지원센터를 같은 해 말 준공하고 산학연 네트워킹을 지원할 방침이다. 윤석진 KIST 원장은 “앞으로 5년은 대한민국에서 양자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는 마지막 골든아워”라며 “산학연이 각자도생에서 벗어나 개방과 협력을 통해 양자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터는 작동 원리에 따라 극저온 초전도, 이온트랩, 광자, 실리콘 양자점, 중성원자 등으로 나뉜다. 상용화에 가장 근접한 방식은 IBM과 구글이 채택한 초전도다. 클라우드 서비스 기준으로 IBM이 현재까지 실현한 큐비트 개수는 433개다. 광자 기반 큐비트를 개발하고 있는 캐나다 스타트업 자나두는 216개, 중성원자 기반 큐비트를 개발 중인 미국 스타트업 큐에라는 256개를 달성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 아이온큐는 23개를 실현했다. 신약 개발 등 상용화를 위해선 유효 큐비트가 최소 1만 개 이상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아직 어떤 기업도 유효 큐비트를 달성하지 못했다.

한국판 퀀텀밸리를 이끌게 된 KIST는 상온에서 동작하는 다이아몬드 NV센터 양자컴을 개발해 왔다. 다이아몬드에서 탄소 원자 하나를 뺀 구멍에 질소를 결합해 큐비트를 만드는 기술이다. KIST와 공동으로 양자통신 기술을 개발해 온 KT융합기술원은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양자통신 장비 상용화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박경덕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교수는 “양자산업을 빠르게 키우기 위해서는 대학원뿐 아니라 학부도 필요하다”며 “4년 학부 교육만으로 양자기술 관련 직종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