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6세대(6G) 이동통신 기반 인프라 중 하나인 스몰셀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진이 6세대(6G) 이동통신 기반 인프라 중 하나인 스몰셀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제공
이동통신 서비스는 단말기와 함께 진화했다. 부피가 상당하던 ‘벽돌폰’이 1세대(1G) 이동통신이다. 문자 전송이 가능해진 휴대폰이 2세대(2G), 영상 통화 휴대폰이 3세대(3G)고 4세대(4G) 이동통신부터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다. 5세대(5G) 이동통신은 초고속 광대역(eMBB), 초고신뢰·저지연(URLLC), 대규모 사물통신(mMTC)을 특징으로 한다.

과학기술계는 현재 6세대(6G) 이동통신 기술 개발에 한창이다. 글로벌 기술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6~7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ETRI 2023 콘퍼런스’에서 6G를 비롯해 양자컴퓨터,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그간 개발한 기술을 선보인다.

ETR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가 관리하는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표하는 곳이다. 전전자교환기(TDX) 상용화로 국내 통신 시장을 일군 ETRI는 2G 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부터 5G까지 통신 분야 원천기술 개발을 주도했다.

○네트워크+초인공지능=6G

6G는 ‘플라잉카’로 불리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을 대규모로 운용하는 데 필수적인 인프라로 꼽힌다. 현재 가정용 세탁기, 무선 로봇청소기, 공기청정기 등을 움직이는 5G보다 기술 스케일이 훨씬 크다. 6G는 eMBB, URLLC 등 모든 분야에서 5G보다 앞선 것은 물론 전력을 더 적게 소모하는 방향으로 개발 중이다. 진정한 초광대역을 실현하기 위해 대규모 위성 인프라와의 연계도 필수적이다. 일부 전문가는 “모든 네트워크가 초인공지능화하면 그것이 6G”라고 정의했다.

6G가 뭔지 알려면 먼저 전자기파와 전파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전자기파는 주파수가 높아짐에 따라 전파→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X선→감마선 등으로 구분한다.

전파는 3000기가헤르츠(㎓) 이하 전자기파를 말한다. 전파는 다시 장파, 중파, 단파, 초단파(VHF), 극초단파(UHF), 초고주파(SHF), 밀리미터파(서브테라헤르츠파) 등으로 나뉜다. 5G 대역인 3.5㎓와 28㎓는 초고주파(마이크로파)에 속한다.

ETRI가 이번 콘퍼런스에서 공개하는 내용에 따르면 6G는 7~24㎓ 주파수를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선미 ETRI 네트워크연구본부장은 “한국은 어퍼-미드 대역 가운데 7.125~8.5㎓, 12.75~13.25㎓, 14.8~15.35㎓ 대역 신청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6G는 ‘극대용량 다중 입출력 안테나(extreme Massive MIMO)’가 필요하다. 5G보다 용량을 네 배 이상 늘린 안테나로 이를 제어하는 반도체 칩, 소프트웨어와 광대역 네트워크 개발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30㎓ 이상 대역인 밀리미터파도 6G를 구현할 수 있는 유력한 주파수로 꼽힌다. 테라비트(Tbps·초당 1테라비트) 이상 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하기 쉽기 때문이다.

○ETRI, 6G 기술 선점 나서


ETRI 2023 콘퍼런스 첫날은 6G를 다룬다. ETRI의 6G 연구개발(R&D) 현황 및 계획 등과 함께 6G 네트워킹 기술, 6G 핵심 부품 관련 발표가 이뤄진다.

이틀째 세션은 메타버스, AI 반도체, 양자기술 순으로 진행한다. ETRI는 SK텔레콤과 함께 2021년 초저전력 AI 반도체 ‘알데바란’을 개발했다. AI 반도체와 관련해 페타(10의 15제곱) 스케일 메모리 반도체(PIM) 프로세서 디자인, 비용 효율적인 LLM 가속기, 뉴로모픽 반도체 연구 동향 등 발표가 이어진다.

ETRI는 내년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능한 20큐비트 양자컴퓨터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개발이 이뤄지면 ETRI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양자 이니셔티브(주도권)’를 쥐게 된다. 개발 중인 초전도 양자컴퓨팅 시스템과 함께 도청 불가능한 양자암호통신 집적화 모듈 기술, 원자 기반 양자센싱 기술 등이 공개된다.

메타버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국제 표준을 세우고 있다. 가상인간 실감 증강 기술, 입체 미디어 압축 및 스트리밍 기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등을 전시한다.

별도 부스에선 ETRI홀딩스가 보유한 유망기술 사업화 상담회가 이뤄진다. 스마트제조, 로봇, AI 관련 기술이전 및 투자 상담 등을 개별 미팅룸에서 한다.

ETRI는 연구진이 지난 47년간 고객과 함께 일군 성과를 공개한다는 뜻에서 이번 콘퍼런스를 ‘고객 초청의 날’이라고 이름 붙였다. 방승찬 ETRI 원장은 “이번 행사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국가전략기술인 양자, AI, 6G 등과 관련해 ETRI의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라며 “그동안 응원해 준 국민과 주요 고객들에게 ETRI의 성과를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복철 NST 이사장은 “국가전략기술 개발의 전초기지로서 ETRI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