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5일 경기 화성시 두림야스카와공장. 화창한 가을 날씨 속에 각계 인사 2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이날은 두림야스카와 30주년을 기념해 공장을 개방한 날이다. 크고 작은 로봇 약 200대가 여러 동의 건물 안에 전시돼 있었다. 도장용 로봇, 실링용 로봇, 공장자동화용 로봇 등이다. 이처럼 많은 로봇을 한꺼번에 전시하는 일은 드물다. 로봇은 맞춤형으로 제작한 뒤 수요처에 바로 공급하기 때문에 공장에 와도 로봇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다. 이날은 올해 말까지 미국으로 보내야 하는 로봇을 한꺼번에 전시할 수 있는 날이어서 30주년 기념식도 이날에 맞춰 열었다. 고객사 관계자와 합작파트너인 일본 야스카와전기 관계자 등이 초청돼 공장을 둘러봤다.
두림야스카와 경기 화성시 공장에서 자동차 도장용 로봇시스템이 도장 및 실링 시연작업을 하고 있다. /두림야스카와 제공
두림야스카와 경기 화성시 공장에서 자동차 도장용 로봇시스템이 도장 및 실링 시연작업을 하고 있다. /두림야스카와 제공
두림야스카와(대표 박상백)는 30년의 역사를 지닌 업체다. 경기 안양시에 본사를, 화성시에 공장을 두고 있다. 1993년 창업 당시 사명은 두림엔지니어링, 2011년 두림로보틱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6년 일본 야스카와전기와 합작하면서 두림야스카와로 사명을 바꿨다. 30년의 역사에도 이 회사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이 회사는 자동차 도장용 로봇시스템 분야의 강자다. 수요처가 자동차업체이다 보니 일반인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 뿐이다.

박상백 대표
박상백 대표
이 회사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국내외 공장뿐만 아니라 르노코리아, 지엠코리아, GGM, KG모빌리티 등 국내 자동차업체의 도장용 로봇시스템 상당 부분을 공급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 자동차가 두림야스카와의 로봇시스템에 의해 도장은 물론 실링(외부의 물기나 소음을 막기 위해 금속 연결 부분의 틈새를 메워주는 것)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도장은 자동차 외관을 멋지게 치장하는 게 아니다. 아무리 디자인이 멋지고 성능이 뛰어난 자동차라고 하더라도 비 오는 날 방수가 안 된다든지, 외부 소음이 많이 들어오면 고급차라고 할 수 없다. 주행 중 바닥에서 튀는 이물질에 의한 긁힘 등도 막아야 한다. 이런 작업들이 광의의 도장작업(세부적으론 도장과 실링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10여 단계 공정 자동화…'車 도장용 로봇강자' 두림야스카와
이 작업은 10여 단계에 걸쳐 이뤄질 정도로 복잡하다. 이 과정은 정교한 로봇에 의해 이뤄진다. 주요 흐름을 보자. 사전작업에서 시작해 전착작업-샌딩-차량 내부 실링-차량 바닥 실링-결점 검사-와이핑-프라이머-베이스 코트-클리어 코트-검사 및 보완-왁스작업 등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한 치 오차도 없는 실링 및 도장작업은 물론 비전시스템을 통한 결점 파악, 보완작업 등이 쉴 새 없이 이뤄진다. 도장작업은 격리된 공간에서 자동화작업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로봇과 이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비전검사장비가 하모니를 이루며 혼연일체가 돼야 한다.

이런 과정을 수행하는 로봇과 소프트웨어를 제작·설치·시운전·유지 및 보수까지 담당하는 기업이 두림야스카와다. 이 회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전문인력 양성 시스템이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신입사원 10명을 채용했다. 자체 로봇교육과정을 마친 사람들이다. 이들은 작년 9월 ‘로봇교육과정 ’에 입소해 3개월 동안 철저한 훈련을 받은 뒤 2개월 수습과정을 밟고 정식 입사했다. 이런 식으로 연평균 10명씩 뽑는다.

박상백 대표는 “제대로 교육하면 학사 출신보다 고졸 엔지니어가 현장에서 훨씬 나은 성과를 낸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자체 예산으로 개설한 로봇교육과정도 30세 미만의 고졸자를 뽑고 있다. 이를 토대로 산업용 로봇에 대해 입사 전부터 집중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해외영업, 프로젝트매니저, 연구개발 인력은 자체적으로 키우거나 외부에서 우수 인재를 영입한다.

둘째, 일본 야스카와전기와의 협력이다. 이 회사는 세계 3대 산업용 로봇업체로 꼽힌다. 후쿠오카에 본사를 두고 있다. 두림과 야스카와전기는 오랫동안 협력파트너였다. 2016년 야스카와전기가 두림에 투자하면서 두림을 아예 합작법인으로 출범시켰다. 박 대표는 “두림은 소프트웨어와 시스템 운영에 노하우가 있고 야스카와전기는 로봇과 서보모터 분야에 전문성이 있어 시너지 창출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합작으로 전환한 뒤 몇 가지 신규 프로젝트에 도전하고 있다. 우선 자동차가 아닌, 일반 제조업 분야의 자동화다. 예컨대 돈육 육가공공장의 발골(뼈를 발라내는 것) 로봇자동화시스템이다. 화학업체의 원료 공급장치 로봇자동화 분야도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업체의 프로젝트를 수주해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아울러 배터리공장 자동화도 추진 중이다. 샘플 이송과 레이블 부착 등의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화학업체의 자동레이블 부착과 불량검출시스템 자동화에도 나섰다. 이들 작업은 아직 시작 단계이거나 테스트 단계다. 박 대표는 “산업의 각 분야에서 숙련된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자동화가 유망한 분야가 될 것”이라고 했다.

엔지니어링 서비스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그동안 ‘수동적 서비스(애프터 서비스)’나 ‘능동적 서비스(비포 서비스)’에서 한 단계 나아가 ‘스마트 서비스’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스마트 서비스는 고객사 네트워크에 접속한 뒤 온라인을 통해 자동화장치나 로봇시스템을 상시 점검하고 장비나 부품의 교체, 시스템 개조, 업그레이드를 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애프터 서비스나 비포 서비스에 비해 설비가동 중단을 최소화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고객사가 오케이할 경우 두림의 중앙관제센터에서 고객사 여러 공장의 가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런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리포트를 고객사에 보내줄 수 있다”며 “이럴 경우 고객 편의성을 훨씬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표는 “고객의 제조혁신을 지원하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창출해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한경글로벌강소기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