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美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노동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전문직, 여성, 소수자, 노동자 등 네 가지 인구 집단이 중도 좌파 성향으로 강하게 기울고 있다.”

2002년 ‘떠오르는 민주당(The Emerging Democratic Majority)’이라는 논문에서 존 주디스와 루이 테익세이라가 내놓은 분석이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자 이들의 주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주당 선거전략가들은 “인구통계학은 운명”이라며 한동안 자기들의 승리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후 선거 결과는 예상치 못한 양상을 보였다. 2010년과 201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잇따라 선전했다. 백인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2016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자 주디스와 테익세이라의 가설은 힘을 잃은 듯 보였다.

최근 출간된 <민주당 당원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에서 주디스와 테익세이라는 “노동계급의 이탈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저자들은 각각 저널리스트와 정치학자로 미국에서 중도 좌파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신간은 민주당이 핵심 지지 기반이던 평범한 노동자를 잃고, 지식계급과 급진적인 시민 활동가들의 소굴이 된 이유와 과정을 설명한다.

책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민주당 지도부는 1970년대 지미 카터부터 1990년대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르는 기간 동안 노동조합을 포기했다. 대신 자유무역과 이민 정책을 수용했다. 긴축 정책과 금융 규제 완화를 옹호하는 월스트리트 출신 임원들이 행정부를 채웠다. 민주당이 고학력층의 정당이 되는 동안 가난한 노동자 계급의 목소리는 외면받았다. 저자들은 “2020년대 들어서 노동 문제는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 환경, 인권, 페미니즘 단체들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한다.

노동자 당원들이 떠나는 동안 민주당은 어디로 갔을까. 책의 마지막 4개 장은 민주당의 주요 현안인 반인종주의와 국경 개방, 성소수자 문제, 환경 정책에 대해 다룬다.

[책마을] 美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노동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국민의 정당>은 동일한 현상을 상대방인 공화당의 관점에서 다룬다. 공화당 여론조사요원 패트릭 루피니가 썼다. 책은 인구 통계적 추세를 보여주는 자료들에 기반해 “대학 교육을 받지 않은 인구 집단을 중심으로 유권자 선호가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은 미국 정치를 “평범한 회사원과 대학 비졸업자의 정치”로 규정한다. 단순히 블루칼라 노동자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지 않은 미국 내 대다수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 서비스업 종사자를 포함한다.

여기서 노동계급은 백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화당이 ‘샌님’ 이미지를 벗으며 흑인 유권자들이 서서히 돌아서고 있다”는 게 저자가 조심스럽게 꺼내든 관측이다. 지난해 공화당 론 디샌티스 후보의 플로리다주지사 재선이 시사하듯 이런 현상은 히스패닉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역설한다.

책은 “미국 노동계급이 친자본주의와 중도 및 보수의 울타리에서 재편되고 있다”고 본다. 비록 저자는 공화당 선거전략관이지만, 그는 자신의 분석이 이념이 아니라 여론조사 통계에 기반한다고 강조한다. 보다 중립적인 관찰자라면 공화당의 이념과 유리된 노동계급 유권자들이 보수주의 원칙보다 포퓰리즘적 선동에 쉽게 노출될 여지가 있다는 합리적인 걱정을 할 수도 있겠다.

이 글은 WSJ에 실린 바턴 스와임의 서평(2023년 11월 11일) ‘Politics: ‘Where Have All the Democrats Gone?’ and ‘Party of the People’’을 번역·편집한 것입니다.

정리=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