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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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설탕 가격 급등으로 인해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설탕 ETF 투자자들이 연초 설탕값 상승으로 '달콤한 수익'을 거둔 뒤 서둘러 자금을 회수했지만, 최근 들어 설탕값이 전고점을 더욱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현지시간) 모닝스타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초 설탕 가격이 뛴 직후 설탕 ETF를 정리해 현금을 회수한 투자자들이 시장에 복귀하지 않아 하반기 설탕 랠리(상승장)을 즐기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2월물 설탕 가격은 t당 750달러 가까이 뛰었다. 2011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엘니뇨 현상으로 인한 인도, 태국 등의 작황 부진과 자국 내 공급 부족을 우려한 인도의 수출 제한 우려 등이 맞물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설탕 랠리 호황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설탕값이 뛰어 수익을 일부 거둔 투자자들이 원자재 ETF에 대한 열기가 식자 설탕 ETF에서도 자금을 뺐기 때문이다. 올해 10월까지 미국 투크리움 슈가 ETF(티커명 CANE)와 영국 위스덤트리 슈가 ETC(티커명 SUGA)에서는 총 2500만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2가지 대표적인 설탕 투자 상품의 최근 수익률은 70%에 이르고 있다. 투크리움의 제이크 핸리 수석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봄철 급등세 이후 투매에 나섰고 거의 대부분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닝스타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올해 9월 사이에 미국 전체 ETF 투자 자산은 꾸준히 늘었지만, 동기간 원자재 ETF 투자액은 1418억달러에서 1244억달러로 줄었다. 이는 밀, 옥수수 등 다른 대표 농작물 가격이 공급 과잉으로 급락하자 원자재 투자 기피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설탕, 코코아 등 연성 원자재 가격은 최근 몇달새 최고치로 치솟았다. 핸리 전략가는 "CANE 같은 단일 상품 펀드 투자자들은 주로 헤지펀드 트레이더나 원자재 트레이딩 자문역 등"이라며 "개인 투자자들도 설탕 같은 상품 투자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스덤트리의 아니카 굽타 거시경제 연구책임자는 "인도, 태국의 공급 부족분을 메우고 있는 브라질에서도 물류 문제로 설탕 수출에 차질을 빚어 설탕 가격이 더 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