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경매, 다시 '삐꺽'…파월 "물가 둔화, 가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1월 9일 목요일>

◆미국 주식 : 다우 -0.65%, S&P500 -0.81%, 나스닥 -0.94%
◆미국 채권 : 국채 10년물 4.63%(+12.2bp), 2년물 5.024%(+8.8bp)

S&P500 지수는 전날까지 8일 연속 상승했습니다. 9일(미 동부시간)에도 올랐다면 2004년 11월 이후 가장 긴 연속 상승 기록을 세웠을 것입니다.

오전까지만 해도 희망은 살아 있었습니다. 중요한 경제 지표나 이벤트가 없는 가운데 오후 2시로 예정된 미 중앙은행(Fed) 제롬 파월 의장의 IMF 연설을 기다리면서 뉴욕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 모두 보합세를 나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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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30분 발표한 주간 신규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시장에 별 영향은 주지 않습니다. 지난 4일로 끝난 주의 신규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3000건 감소한 21만7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예상치 22만 건을 밑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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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이상 연속으로 실업급여를 청구한 연속 청구 건수는 한 주 전보다 2만2000건 증가한 183만4000건으로 늘었습니다. 연속 청구 건수는 7주 연속 증가해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로 높아졌습니다.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는 "신규 청구 건수가 여전히 20만 건 수준을 유지했지만, 연속 청구가 증가하는 것은 해고된 근로자가 새 일자리를 찾는 데 조금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10월 실업률 반등 이유를 확인시켜 준다"라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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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뉴에지 웰스는 "연속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지난 9월 이후 20만 건 증가했으며 이는 실업률 상승이 지속할 수 있다는 더 강력한 지표다. 내년 100bp의 기준금리 인하가 시장 가격에 책정된 데는 어느 정도 정당성이 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실업률은 지난 몇 달 동안 4월 최저치인 3.4%에서 10월 3.9%까지 상승했습니다. 경제학자 클라우디아 샴이 만든 샴의 법칙(Sahm Rule)에 따르면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간 최저치보다 0.5%포인트 이상 상승하면 경기 침체가 시작됩니다.

전반적으로 조용했던 시장에 변곡점이 생긴 건 오후 1시입니다. 재무부가 발표한 30년물 국채 경매(240억 달러) 결과가 '엉망'으로 나온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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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찰률이 2.236배(전달 2.35배)로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가운데 발행 금리는 4.769%로 결정되어 발행 당시의 시장 금리(WI) 4.716%보다 무려 5.3bp나 높게 형성됐습니다. 수요가 적으니까 금리를 더 많이 올려줘야한 것이죠. 이는 2016년 이후 가장 큰 격차(tail)입니다. 나빴던 것은 그뿐 만이 아닙니다. 외국인 수요를 나타내는 간접 수요가 60.1%(전달 65.1%)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적었고, 직접 수요도 15.2%(전달 16.7%)에 그쳤습니다. 이에 따라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24.7%의 물량을 떠안아야 했습니다. 최근 평균 12.7%의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역시 2021년 11월 이후 최고입니다.

삭소뱅크의 알테아 스피노지 채권 전략가는 "이번 주 3년, 10년, 30년 경매가 이어졌는데 단기물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적어서) 거의 손해 보기 어려우므로 성공했지만 10년물은 별로였고, 30년물은 여전히 듀레이션 리스크를 피하려는 투자자들로 인해 매우 나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30년물 경매 결과가 나오자 국채 금리가 즉각 치솟았습니다. 10년 물은 10bp 이상 올랐고 30년물은 한때 15bp까지 상승했습니다.

다만 파이낸셜 타임스(FT)가 중국공상은행(ICBC)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이 미 국채 시장에 혼란을 가져왔다고 보도한 뒤 금리 상승세가 약간 주춤해졌습니다. 이 공격으로 인해 ICBC가 다른 투자자를 대신해 국채를 거래하는 게 불가능해졌다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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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통화정책 관련해서 별말을 하지 않은 파월 의장도 오늘 좀 더 매파적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오후 2시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은 몇 번이나 우릴 속인 적 있다(Inflation has given us a few head fakes). 더 긴축하는 것이 적절해지면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출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제약적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리는 그러한 입장을 달성했다고 확신하지 않는다”라고도 했습니다. 또 "더 강한 성장이 노동 시장의 균형을 회복하고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과정에서 추가 진전을 저해할 수 있으며, 이는 통화정책 대응을 보장할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그는 "우리는 계속해서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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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월 의장의 발언에 단기 금리 위주로 금리가 더 올라갔습니다. 지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언과 전반적으로 비슷했지만, 약간 더 매파적으로 느껴졌던 것이죠. 월가 관계자는 "지난 열흘간 증시가 급등하면서 금융여건이 크게 완화되자 파월 의장이 약간의 경고를 날린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ME) Fed워치 시장에서는 Fed가 12월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전날 90%에서 오늘 85%로 낮췄습니다.

오후 5시께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보다 12.2bp 오른 4.63%, 2년물은 8.8bp 상승한 5.024%에 거래됐습니다. 30년물도 11.6bp 올라 4.772%를 기록했습니다.
국채 경매, 다시 '삐꺽'…파월 "물가 둔화, 가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최근 주가는 국채 경매 결과에 매우 민감합니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S&P500 지수는 지난 2022년 이래 국채 경매일(auction days)에 그 결과에 양방향으로 약 1%씩 움직여 지난 10년간 평균을 앞지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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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금리가 하락 안정세를 보인 덕분에 최근 크게 올랐던 주가지수는 내림세를 보였습니다. 다우는 -0.65%, S&P500 -0.81% 떨어졌고 나스닥 지수는 -0.94% 내렸습니다. S&P500 지수는 8일, 나스닥은 9일에서 상승세가 마감됐습니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전략가는 "파월의 발언과 실망스러운 국채 경매는 시장이 조정을 시작하도록 만든 논리적 변명”이라면서 "시장은 강한 움직임을 보여왔지만, 과매수 수준에 가까워졌다"라고 밝혔습니다. 오늘 하락은 과매수 때문이라는 것이죠. 찰스 슈왑의 조 마잘라 이사는 "주식과 국채 시장 모두에서 조정이 주제이긴 하지만 다음주 10월 인플레이션 데이터는 두 가지 모두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의 경고에도 시장은 '인플레이션은 더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음주 10월 소비자물가(CPI) 발표를 앞둔 가운데 시장은 디스인플레이션 추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봅니다.

비관론자들은 9%까지 치솟았던 CPI가 3%까지 떨어졌지만, Fed의 목표인 2.0%까지 '마지막 마일(last mile)이 가장 '어려운 부분'(the hard part)이 될 것이라고 예상해왔죠.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이런 "어려운 부분은 끝났다"(The Hard Part Is Over)라고 선언했습니다. 2024년에는 더 많은 디스인플레이션이 예상되고, 이에 따라 Fed는 금리 인상을 완료했으며 임박한 경기 침체 가능성은 15%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국채 경매, 다시 '삐꺽'…파월 "물가 둔화, 가짜?"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 팀은 "인플레이션의 마지막 마일"이 특별히 어렵지 않을 세 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 매장에서 살 수 있는 근원 상품 물가가 더 많이 개선될 것이다. 공급업체의 배송 시간을 기준으로 공급망 스트레스를 측정하면 상당한 수준으로 정상화됐으며, 이는 시차에 의해 계속 상품 가격에 반영될 것이다.

둘째, 임대료 상승률이 떨어질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미국 전역의 민간 임대료 조사에서 볼 수 있는 둔화 추세를 고려하면 이는 널리 인식되는 사실이다. (오늘 블룸버그는 뉴욕시 아파트 임대 시장이 둔화하면서 10월 맨해튼 임대료가 9월보다 3.6% 떨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중간값 기준으로 신규 임대료가 4195달러로 지난 7, 8월 4400달러보다 낮아졌다는 것이죠)

셋째, 노동 시장에서도 균형이 이뤄지거나 냉각되는 분명한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채용공고 증가율, 명목 임금 감소 등 다양한 측정 지표를 기반으로 이를 알 수 있다.

사실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아시아 등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의 10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고, 10월 생산자물가(PPI)는 2.6% 하락해 13개월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이런 중국 물가도 세계의 디스인플레이션 추세를 지원할 것입니다.

국채 공급 부담도 재무부가 조심하고 있는 만큼 금리를 크게 높이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국채가 지난주 랠리를 펼쳤다. 우리 분석에 따르면 모든 수준에서 미국의 재정 확장이 정점에 이르렀거나 정점에 가까워졌다는 점에서 이해가 되는 일이다. 올해 미국의 연방정부 적자는 주로 반복 가능성이 없는 세수 감소로 인해 증가했다. 예를 들어, Fed의 송금액은 0이 되었고, 자연재해로 인해 약 850억 달러의 세수 징수가 연기되었다. 또 분열된 의회 상황에서 커다란 경제 위기가 없다면 대규모 적자 확대가 계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부터 2024년 대선 전까지 기준 시나리오를 넘어서는 적자 확대 법안을 예상할 이유는 거의 없다. 결론적으로, 국채 수익률이 상승 추세를 재개한다면 국채 공급보다 다른 곳에서 촉매제를 찾아야 한다. 소비가 가장 큰 원인이 될 수 있지만 현 추세라면 둔화하고 있다. 이는 이번 사이클에서 국채 시장의 최악의 상황이 아마도 지나갔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월가 빅샷들의 경고는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지난 수십 년보다 높을 것이란 지적이죠. 시타델의 켄 그리핀 설립자는 블룸버그 행사에서 세계가 탈세계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으며 이는 수십 년 동안 지속할 수 있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언급하며 "평화 배당금(세계 평화로 인한 더 높은 성장)은 분명히 끝이 났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실질 금리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며 명목 금리도 더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것이 미국의 부채 조달 비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술 취한 선원처럼 돈을 써대고 있는 만큼 재정 지출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국채 시장에 불안은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10년물 수익률이 5% 정점을 한 번 확인하고 내려온 만큼 다시 그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은 향후 12~24개월에 걸쳐 미국 경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⑴견고한 성장과 인플레이션 시나리오 ⑵연착륙 - 완만한 성장과 인플레이션 시나리오 ⑶ 가벼운 경기 침체 – 마이너스 성장 및 디스인플레이션 등 세 가지로 제시하면서 1번의 경우 장기 금리가 6%까지 높아질 수 있지만 2, 3번 중 하나가 결실을 맺게 된다면 "5%에 가까운 장기 수익률에서 듀레이션을 늘리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라고 권고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오늘 내년을 관통할 10가지 투자 테마를 발표했습니다. 이들 테마를 들여다 보면 채권 수익률이 계속 내려갈 것이란 전제를 깔고 있습니다.

① 비행기를 정비하라(parking the plane) = 인플레이션은 Fed의 목표 근처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임박한 경기 침체는 없다. 하지만 시장은 이미 연착륙과 비슷한 상황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② (저금리 균형 시대로부터) 대탈출 = 대다수 핵심 자산의 실질 수익률이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높아졌다. 이제는 좀 더 상식적인(conventional) 투자 기회가 있다.

③ 느슨해질 통화정책=지속하는 디스인플레이션은 약한 'Fed 풋'(Fed의 시장 지원책)의 문을 열 수 있다. 특히 2024년 후반기에 그럴 것이다.

④ 미국 예외주의 = 미국 예외주의는 인플레이션보다는 성장에서 두드러질 것이다. 세계 모든 곳이 괜찮은 성장 배경을 갖겠지만, 미국은 확실한 것(surest thing)처럼 보인다.

⑤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higher for longer)으로 인한 나쁜 측면 = 높은 금리를 오랫동안 가져가는 데 따른 스트레스가 소비재 부문과 일부 회사채 및 국채에서 나타날 것이다.

⑥ 듀레이션 가치 증대=인플레이션에서 성장 위험으로 시장 관심이 옮겨가면서 듀레이션을 늘리는 게 좀 더 매력적으로 될 것이다.

⑦ 캐리 트레이드 감소=금리 격차에 따른 캐리 트레이드는 감소할 것이다.

⑧ 주식은 채권 수익률을 봐라=주식 밸류에이션은 홀로 측정되는 게 아니다. 만약 금리가 더 빨리 떨어진다면 밸류에이션은 잠재적으로 더 높아질 수 있다.

⑨ 신흥시장, 매우 선택적인 한계= 신흥시장이 광범위하게 상승하려면 미국의 금리가 낮아져야 한다.

⑩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올해와 달리) 현금보다는 현금이 아닌 자산이 나을 것이란 게 우리의 기본 시나리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