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미지급 과징금이 겨우 1400만원?' 보험株 철퇴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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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 기준 ‘연간 보험료 50%’ … ‘솜방망이 처벌’ 불만
야당·금융당국, 피해 금액으로 산정 기준 변경 추진
통과 땐 분쟁 얽힌 보험사들 비용 늘어 보험주엔 악재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분쟁이 발생하는 대규모 사건의 경우, 가입자가 요구하는 지급액이 연간 수입보험료의 50%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과징금 부과 기준이 피해 금액으로 변경되면 관련 분쟁에 연관된 보험사들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라 보험주 투자자 사이에서는 투자 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보험회사는 계약자와 최초 가입 시점에 사업방법서, 보험약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의 산출방법서 등을 합의하고 작성한다. 보험금 지급 조건과 금액 등을 명시한 이 서류는 보험업법상 '기초서류'로 분류된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기초서류에 기재된 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보험금을 미지급 혹은 축소 지급할 경우 해당 보험계약의 연간 수입보험료의 50% 이하의 과징금을, 보험회사의 이사나 감사 등에 대해서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및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보험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입자에게 발생한 피해의 정도와 상관없이 연간 보험료의 50% 이하로 과징금을 결정하는 현행 보험업법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제재 공시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험금 4050만원을 미지급한 메리츠화재에는 2640만원의 과태료와 과징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DB손해보험은 2억6200만원을 미지급했지만, 과징금 1400만원을 부과 당하는 데 그쳤다.
야당 이어 정부도 "과징금 기준 현실화해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법안은 이러한 지적을 반영해 과징금의 부과 기준을 피해 금액으로 변경했다. DB손해보험의 경우 1400만원에 그쳤던 과징금이 최대 2억600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도 6월에 유사한 조항을 담은 정부안을 제출했다. 금융위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과징금 기준 현실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금융위는 "모든 기초서류 준수 의무 위반 사례에서 부당이득금을 명시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현행 수입보험료 기준을 유지하되, 부당이득금을 명시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보험금·이자·해약환급금 관련 위반에 대해서만 부당이득금을 과징금 산정 기준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약을 걸었다. 보험업계에선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보험사들이 지불하는 과징금 규모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금 부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급증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이 국회에 제출한 '보험금 부지급 민원 신청' 자료에 따르면 2018~2023년 8월까지 접수된 민원은 총 3622건이다. 이 가운데 소비자원은 총 804건에 대해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다. 연도별 수치를 봐도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21년 584건, 2022년 683건에 이어 올해는 8월까지 638건으로 집계되는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보험업법 개정안은 정부안 발의 이후에도 반년 가까이 논의되지 못한 채 정무위에 계류됐다. 주가조작 등 금융 분야에서 보다 시급한 문제들이 터져 나왔고, 정무위도 여야가 민주유공자법 심사 과정에서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7월부터 9월까지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아예 일몰 기간이 도래해버린 기업구조조정 촉진법도 심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야와 당국 간의 이견이 적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역설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그사이 쌓인 안건이 많은 만큼 본격적인 논의는 해를 넘겨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올해 중으로 자체 논의와 국회 설득 과정을 거쳐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보험업법 개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관련 논의는 총선 직후부터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한 달 사이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7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누가 보더라도 보험금이 지급돼야 할 건은 먼저 지급돼야 한다"며 "내부적 논의와 정리를 거쳐 연내에 보험업법 개정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야당·금융당국, 피해 금액으로 산정 기준 변경 추진
통과 땐 분쟁 얽힌 보험사들 비용 늘어 보험주엔 악재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거나, 약관에 보장된 내용을 준수하지 않을 때 적용되는 과징금 산정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여의도에서 제기되고 있다. 야당에서 과징금의 산정 기준을 연간 수입보험료에서 소비자의 피해 규모로 변경하는 법안이 나온 데 이어 금융위에서도 유사한 내용을 담은 법안을 제출하면서 관련 논의는 탄력을 받고 있다.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분쟁이 발생하는 대규모 사건의 경우, 가입자가 요구하는 지급액이 연간 수입보험료의 50%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과징금 부과 기준이 피해 금액으로 변경되면 관련 분쟁에 연관된 보험사들의 비용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라 보험주 투자자 사이에서는 투자 심리 위축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억6200만원 미지급했는데, 과징금 겨우 1400만원
보험회사는 계약자와 최초 가입 시점에 사업방법서, 보험약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의 산출방법서 등을 합의하고 작성한다. 보험금 지급 조건과 금액 등을 명시한 이 서류는 보험업법상 '기초서류'로 분류된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기초서류에 기재된 사항을 준수하지 않고 보험금을 미지급 혹은 축소 지급할 경우 해당 보험계약의 연간 수입보험료의 50% 이하의 과징금을, 보험회사의 이사나 감사 등에 대해서는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및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
보험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가입자에게 발생한 피해의 정도와 상관없이 연간 보험료의 50% 이하로 과징금을 결정하는 현행 보험업법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제재 공시에 따르면 금감원은 보험금 4050만원을 미지급한 메리츠화재에는 2640만원의 과태료와 과징금 500만원을 부과했다. DB손해보험은 2억6200만원을 미지급했지만, 과징금 1400만원을 부과 당하는 데 그쳤다.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 악재 예상 기업 : 삼성화재 흥국화재 D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현대해상 에이플러스에셋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삼성생명 발의 :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원실: 02-784-5621), 정부 입법
- 어떤 법안이길래 : 보험약관과 보험료 및 해량환급금의 산출방법서, 보험 종목별 사업방법서 등 기초서류에 명시된 의무를 보험사가 위반할 경우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발생한 피해 금액 이하로 과징금을 부과
- 어떤 영향 주나 : 보험사가 보험금 부지급으로 판정받았을 경우 이전보다 대폭 늘어난 과징금을 부과 당할 수 있음. 보험사와 피보험자 간의 분쟁 증가 추세에 따라 관련 비용 대폭 증가 예상.
야당 이어 정부도 "과징금 기준 현실화해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발표한 법안은 이러한 지적을 반영해 과징금의 부과 기준을 피해 금액으로 변경했다. DB손해보험의 경우 1400만원에 그쳤던 과징금이 최대 2억6000만원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융당국도 6월에 유사한 조항을 담은 정부안을 제출했다. 금융위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과징금 기준 현실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금융위는 "모든 기초서류 준수 의무 위반 사례에서 부당이득금을 명시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현행 수입보험료 기준을 유지하되, 부당이득금을 명시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보험금·이자·해약환급금 관련 위반에 대해서만 부당이득금을 과징금 산정 기준으로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약을 걸었다. 보험업계에선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보험사들이 지불하는 과징금 규모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금 부지급 관련 피해구제 신청이 급증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이 국회에 제출한 '보험금 부지급 민원 신청' 자료에 따르면 2018~2023년 8월까지 접수된 민원은 총 3622건이다. 이 가운데 소비자원은 총 804건에 대해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다. 연도별 수치를 봐도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2021년 584건, 2022년 683건에 이어 올해는 8월까지 638건으로 집계되는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정무위 파행 속 계류됐지만...이복현 "연내 가이드라인 만들 것"
보험업법 개정안은 정부안 발의 이후에도 반년 가까이 논의되지 못한 채 정무위에 계류됐다. 주가조작 등 금융 분야에서 보다 시급한 문제들이 터져 나왔고, 정무위도 여야가 민주유공자법 심사 과정에서 극한 대립을 이어가면서 7월부터 9월까지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아예 일몰 기간이 도래해버린 기업구조조정 촉진법도 심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야와 당국 간의 이견이 적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역설적으로 관심을 받지 못했다"며 "그사이 쌓인 안건이 많은 만큼 본격적인 논의는 해를 넘겨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당국은 올해 중으로 자체 논의와 국회 설득 과정을 거쳐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보험업법 개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관련 논의는 총선 직후부터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한 달 사이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17일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누가 보더라도 보험금이 지급돼야 할 건은 먼저 지급돼야 한다"며 "내부적 논의와 정리를 거쳐 연내에 보험업법 개정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