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비용으로 효과는 두배" …보상만족도를 디자인하라
‘보상’이란 주제는 경영진은 물론이고 HR과 구성원 모두에게 늘 '뜨거운 감자'다.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평가, 승진 등 여러 인사제도의 종착지이기에 보상은 불만을 일으키는 위생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보상이 위생요인으로 작용할 경우, 이를 충족한다고 해서 적극적인 동기부여가 되지는 않는다. 문제는 위생요인이 충족되지 않을 시 구성원은 불만족을 지각하고 조직에 부정적 태도와 행동을 보인다는 점이다.

보상은 회사와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을 결정하는 핵심요소로 기능한다. 과거에는 보상을 직원이 회사에 제공하는 근로와 충성도에 대한 대가로 바라보고 급여와 복리후생 관리에 집중한 편이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보상을 통해 얻는 구성원의 심리적 니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구성원의 노력과 성과에 상응하는 공정한 대가를 지급하는가로 그 관점이 확대된 것이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웰빙 측면을 강조하는 분위기다. 보상의 재무적 만족감 뿐만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으로 만족감을 주는지 신경쓴다. 보상을 통해 주는 효익이 건강한 직원경험까지 확장되는 모습이다.

직원경험 측면으로 확장한 보상관리의 진화를 감안하면, 보상이 ‘많다 혹은 적다’의 양적인 효익에서 벗어나, 보상을 통해 개인이 얻는 ‘가치의 크기’로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동일한 100만원을 쓰더라도 구성원이 느끼는 가치가 100만원보다 크다면 이보다 효과적인 보상방식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비용 이상의 가치를 주는 보상방식은 가능한 것일까?

재택근무 여부가 회사를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으로 부상한 것이 최근의 모습이다. 누군가는 연봉 1000만원을 높게 받는 걸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자유로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면 연봉 1000만원을 포기할 수도 있다. 이처럼 근무환경 등 비금전적 보상까지 아우르는 총보상 관점에서 구성원 니즈를 반영할 수 있다면, 구성원의 보상 만족도를 높이면서도 인건비의 투자 효용성을 향상시킬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보상전략은 개개인이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보상을 제공했을 때, 보상의 비용 대비 효과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개념인 ‘총보상 최적화(Total Reward Optimization)’로 설명할 수 있다. 총보상 최적화는 같은 인건비를 들이더라도 구성원에게 최대 만족을 제공하는 지점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구성원 선호에 맞는 보상 포트폴리오를 최적으로 구성하도록 도와준다.

N6A(North 6 Agency)는 2009년에 설립한 뉴욕의 광고회사다. N6A는 독창적인 정책과 업무환경으로 포브스, 뉴욕 포스트, CNN 비즈니스 등 각종 매체에 소개된 바 있는데, ‘페이스포인트(Pace Point)’ 제도가 대표적인 총보상 최적화 사례다. 페이스포인트는 개인·팀 성과에 따라 쌓인 포인트를 구성원이 원하는 보상항목으로 교환하는 제도다. 개인·팀 성과 외에 인재추천 포인트, CEO 포상 등을 통한 포인트 적립도 가능하다. 적립한 포인트는 약 60여 개 보상 아이템 중에서 개인이 원하는 보상 아이템으로 선택하여 교환할 수 있다. 건강, 여행, 경험, 교통·주택 등 6개 카테고리로 구성된 보상 아이템에는 현금 뿐만 아니라, 추가 유급휴가(Paid Time Off), 연간 데이케어 서비스, 안식월 등과 같은 비금전적 보상도 포함한다. 더불어 구성원 의견을 받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 채용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고민하던 N6A는, 보상 프로그램에서 ‘추측’을 제거하고 진짜 동기부여하는 보상방식을 고민하면서 페이스포인트를 탄생시켰다.

유니레버는 애자일하고 혁신적인 보상 운영을 위해 2018년 초 ‘마이리워드(MYREWARD)’ 시스템을 도입한다. 구성원은 마이리워드 시스템을 통해 본인의 보상 항목별 정보를 확인하고, 인센티브와 복리후생을 개인 니즈에 따라 시뮬레이션하여 맞춤 설계할 수 있다. 매년 받는 인센티브는 현금과 주식을 원하는 비율로 구성할 수 있다. 배분의 제한이 없어 현금 또는 주식으로 100% 선택 가능하다. 주식을 선택할 경우, 구성원이 설정한 비율의 금액만큼 회사가 매칭해서 추가 주식을 제공한다. 복리후생 또한 다양한 아이템을 구성하여, 부여된 예산 내에서 구성원이 원하는 아이템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 유니레버의 마이리워드 시스템은 개인별 보상 최적화를 실현할 뿐만 아니라, 보상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함으로써 보상방식을 바라보는 구성원의 불평등 인식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N6A와 유니레버의 보상 최적화 사례는 구성원이 자신의 보상을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주고, 그 과정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한다는 공통된 특징을 보인다. 이는 구성원에게 보상만족도와 공정성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기여함은 물론이고, 회사 입장에서는 동일한 인건비로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구성원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보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한 첫 걸음은 구성원들이 보상에 대해 어떠한 가치를 느끼는지 확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컨조인트 분석 등을 통해 다양한 보상 항목에 대한 선호도, 보상 항목 간 상대적 가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보상항목 간 교환가치를 반영한 보상 항목별 지불 가격(Willingness to Pay) 산출할 수 있다. 보상 최적화의 마지막 단계는 다양한 구성원 니즈에 따라 몇 개의 가상 페르소나를 구성하고 페르소나별로 보상 패키지를 디자인하는 것이다.

최근 성과평가와 승진 등 타 인사제도에서는 구성원의 주도권과 선택권이 강화되는 모습이다. 구성원 스스로 상향식으로 성과목표를 설정하고, 자기 추천으로 승진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반해 보상은 여전히 운영의 주체가 회사에 머물러 있다. 보상이 구성원 유지와 채용에 강력한 무기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인재관리에 있어 ‘구성원이 느끼는 보상에 대한 가치와 긍정적 경험을 강화’하는 것이 강조되는 이유다. 구성원의 다양한 니즈와 가치를 고려한 보상 시스템은 회사와 구성원 간의 긍정적 관계 형성과 이를 통한 회사의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 열쇠가 될 것이다.

유윤희 MERCER Korea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