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이모 씨는 날이 쌀쌀해지면 팔과 다리에 두드러기가 발생해 불편함을 호소한다. 이씨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지 않은 초가을에도 두꺼운 외투를 챙겨 다닌다. 그는 차가운 공기 등에 피부가 노출되면 붉게 변하며 가려움증이 생기는 '한랭 두드러기'를 앓고 있기 때문. 이씨는 "매년 날씨가 추워질 때면 외부에 노출된 부위를 중심으로 두드러기가 올라오는 데다, 기온이 많이 떨어지면 증상이 심해져 숨이 차고 두통도 동반된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 건 이씨만의 일이 아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겨울철 외출만 하면 몸이 너무 간지러워요'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공유돼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한랭 두드러기를 경험했다는 이들은 "피부 속부터 가려운 느낌이다", "증상이 심해서 긁다가 피 날 정도다", "너무 간지러워서 괴로우면 약을 먹는데 일시적으로 괜찮아질 뿐이다" 등 반응을 보였다.

올가을 첫 '한파특보' 발령…혹시 나도 '한랭 두드러기'?

비가 내린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날 올 가을 첫 '한파특보'가 발령됐다. /사진=뉴스1
비가 내린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날 올 가을 첫 '한파특보'가 발령됐다. /사진=뉴스1
6일 서울 등 지역에 올가을 첫 '한파특보'가 발령되며 기온이 빠르게 떨어진 가운데, 겨울 환절기 겪기 쉬운 한랭 두드러기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 이번 한파특보는 11월 초 '이상고온'을 겪은 후 이날 오후부터 찬 바람이 불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발령됐다.

한랭 두드러기는 피부의 극심한 가려움증과 통증이 주 증상인 '만성 두드러기'에 해당하며, 주로 일교차가 큰 가을철이나 온도가 낮은 겨울에 발생한다. 특히 이 질환은 추위에 노출되는 동안보다 노출 후 몸이 다시 더워질 때 심해지는 경우가 많으며, 붉게 피어오르고 가려움증이 느껴지는 증상은 대부분 노출된 피부 부위에 국한돼 나타난다.

한랭 두드러기가 발생하는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드물게 선천적으로 발현하지만 대부분 후천성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매독과 수두, 홍역, 수두, 등에 감염된 후 생기는 경우도 있으며, 호르몬 조절 이상, 자율 신경계 조절 이상, 약물 과민반응의 후유증 등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

추위에 노출돼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가 있는 경우 한랭 글로불린과 한랭 응집소 등 한랭 관련 물질 등이 체내에서 불필요하게 면역 반응을 일으켜 피부에 두드러기가 생기는 것으로 의료계 관계자들은 추정한다. 증상이 심할 경우 호흡곤란과 빈맥(빠른맥), 저혈압, 두통 등이 동반될 위험이 있다. 특히 찬물 샤워나 냉수욕, 수영 등 전신이 추위에 노출되면 치명적인 아나필락시스 쇼크 반응도 생길 수 있다.

한랭 두드러기 진단은 얼음을 피부에 접속한 후 두드러기 발생 유무를 확인하는 '얼음 조각 검사'를 시행해 진단할 수 있다. 얼음 조각 검사란 얼음 조각을 팔에 3~5분간 올려놓은 후 피부가 다시 더워질 때 10분 이내에 두드러기가 유발되는지를 관찰하는 검사를 말한다.

치료 및 예방법은…"얇은 옷 여러 개 겹쳐 입어요"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치료는 우선 일반적인 두드러기 치료제로 진행한다. 증상이 자주 발생하거나, 어쩔 수 없이 매일 찬 공기에 노출된다면 항히스타민제 복용을 통해 증상을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반복적이고 점증적인 추위 노출을 통한 '탈감작'을 시도해 치료하기도 한다. 탈감작은 과민성을 가진 알레르겐 물질을 아주 소량 노출하고, 점차 그 양을 증가시켜가는 치료법이다. 신체를 점진적으로 낮은 기온에 인위적으로 노출해서 증상을 치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한랭 두드러기를 예방할 방법은 없을까. 예방을 위해서는 실내 온도를 18~20℃로 유지하고 습도가 40% 이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찬물 샤워나 수영을 피하는 것이 좋고, 직접적인 추위에 노출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옷차림에 유의해야 한다. 수영, 냉수욕과 같이 전신이 추운 조건에 노출되는 경우 저혈압이 발생하고 실신하거나 사망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요구된다.

아울러 한랭 두드러기 환자는 급격한 기온 저하에 증상이 발현될 수 있으므로, 기온 저하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추위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피하고 증상이 나타나면 이 역시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해 증상을 예방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김희주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교수는 "한랭 두드러기는 환자들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질환은 아니지만, 불편감은 매우 크다"며 "환자들은 쇼크가 걱정돼 차가운 물로 샤워하거나 차가운 물에 들어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한랭 두드러기가 있으면 추위에 노출되는 것을 가급적 피하고, 노출 부위를 보온해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몸의 보온을 위해선 두꺼운 옷을 입기보다 얇은 옷을 여러 개 겹쳐 입는 것이 좋다"며 "가급적 차가운 환경이나 찬물에 노출되지 말아야 하고, 찬물 사용을 줄이고 음료는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