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에 필요한 무기 체계를 고안하는 정보학교 전투발전처에서 복무하며 우리 군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됐고, 창업 아이템 개발까지 이어지게 됐습니다.” (육군정보학교 이기원 일병)제10회 육군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육군참모총장상, 상금 500만원)을 거머쥔 Whale팀(육군정보학교 이기원 일병, 서동국 일병, 이석현 일병)은 적군의 생화학 공격을 조기 감지해 공격 지역, 전파 예측 방향 등을 알려주는 ‘바이오 전자코’를 개발했다.이들이 개발한 바이오 전자코는 저분자 물질(산소, 수소 등)밖에 판별하지 못한 기존 전자코들과 달리 고분자 물질(복잡한 냄새 물질)을 판별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휴대할 수 있을 정도로 크기도 작다. 기존 전자코 제품들은 사람 얼굴 크기 정도였는데, 바이오 전자코는 휴대가 가능한 초소형 사이즈라는 게 Whale팀의 설명이다.성능은 뛰어나면서 가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서 일병은 “바이오 전자코 시제품 단계의 원가는 1만원 정도로, 적어도 수천만원에 달하는 기존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저렴하다”며 “생화학 물질을 감지하는 데 기존 제품은 30초 이상 걸리지만 우리 제품은 즉각 감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 생물 연구를 경험한 이기원 일병을 주축으로 같은 부대 물리학·지능기전공학부 석사 출신인 서동국·이석현 일병 등으로 팀을 결성한 것도 제품 성능에 도움을 줬다. 서 일병은 “생물학 담당자와 반도체 담당자로 팀을 구성했다”며 “바이오 기술과 반도체 기술을 접목해 제작한 센서라 시너지 효과를 본 것 같다”고 설명했다.이들은 추후 암, 코로나19 같은 질병에도 바이오 전자코가 효과적일지 검증해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이석현 일병은 “암, 코로나19 같은 질병이나 여러 독가스에 대해서도 성능이 어느 정도 나오는지 우선 검증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제품 개발이 완료되면 전자코 미국에도 진출할 계획이다.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와 차바이오텍이 올해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매출 1조원 클럽에 신규 진입할 전망이다. SK의 위탁개발생산(CDMO) 계열사 SK팜테코와 삼성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사 삼성바이오에피스도 1조원에 근접한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LG화학, 성장호르몬제가 ‘효자’14일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석유화학, 첨단소재 등 주력사업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바이오사업 부문은 돋보이는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는 2002년 창립(당시 분사, 2017년 흡수합병) 이후 처음으로 올해 매출이 1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1981년 제약 사업에 진출 한 지 42년 만이다.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30% 이상 오른 1조2000억원으로 예상된다.매출 급등 배경은 올초 인수한 미국 항암신약 개발사 아베오 영향이 컸다. 아베오는 신장암 표적 치료제 ‘포티브다’로 올해 2000억원의 매출을 거둘 전망이다. 성장호르몬제, 당뇨병 치료제 ‘제미글로’, 백신 등 기존 주력 사업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작년 9090억원에서 올해 1조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과거 성장호르몬 결핍증이나 유전질환 환자들에게 주로 처방된 성장호르몬제가 아이를 키우는 서울 강남 엄마들의 ‘필수 3종 세트(성장주사, 드림렌즈, 치아교정)’로 등극하면서 매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아직 그 효과가 공식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다. 차바이오텍, 해외병원 사업 ‘쑥쑥’지난해 매출 8446억원을 기록한 차바이오텍은 세계 선두급 난임 치료 기술을 바탕으로 한 해외 차병원 실적 호조로 올해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차바이오텍은 차백신연구소 CMG제약 등 상장사와 해외 차병원을 운영하는 차헬스케어 등 10곳을 계열사로 뒀다.해외 매출 급증은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가 방만하게 경영되던 미국 병원에 한국식 ‘빨리빨리’ 문화를 도입하면서 환자 대기시간을 크게 줄인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국 의료 수출 1호인 미국 할리우드 차병원은 로스앤젤레스(LA) 지역 병원 중 신생아 출생 순으로 현지 2위에 올랐다. 호주 병원(City Fertility)은 인수한 지 4년 만에 매출이 세 배로 뛰었다.SK팜테코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4분기 실적과 연말 원·달러 환율 변동에 따라 연매출 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SK팜테코는 현재 대부분의 매출이 합성의약품 제조에서 나오고 있지만, 5년 내에 미래 먹거리인 세포·유전자치료제(CGT) CDMO 분야에서 매출 1조원을 거둬 총매출 2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 9월 단일 규모 세계 최대 CGT CDMO인 미국 CBM을 인수했다.지난해 매출 9463억원을 기록한 삼성바이오에피스도 미국과 유럽에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엔브렐·휴미라·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의 판매 증가로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매출 1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올해 제약·바이오업계 매출 1위와 2위는 사상 최대 수주와 매출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증권사 추정 3조6000억원)와 셀트리온(2조4000억원)이 차지할 전망이다. 이어 유한양행(1조9000억원), 녹십자(1조6000억원), 종근당·광동제약(1조5000억원), 한미약품(1조4000억원), 대웅제약(1조3000억원), 동아쏘시오홀딩스(1조1000억원) 등도 매출 1조원 이상 제약·바이오업계에 포함될 전망이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기존 약물의 높은 독성을 낮췄기 때문에 마음 편히 1차 치료제로 처방할 것입니다.”(미국 MD앤더슨 암센터 전문의)지난달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국제암학회 ‘AACR-NCI-EORTC’에선 에이비온이 개발한 폐암 신약 후보 물질 ‘ABN401(바바매킵)’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시판 중인 기존 약물에서 보인 손과 발이 붓는 부작용을 크게 개선했기 때문이다.신영기 에이비온 대표(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바바매킵은 기존 폐암약(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에 잘 반응하지 않고 암을 더욱 악화시키는 유전자 돌연변이(C-Met)를 표적해 개발한 치료 물질”이라며 “학회에서 발표한 임상 2상 중간데이터에 따르면 입원해야 할 정도의 심각한 부작용(3등급 이상)이 나온 비율은 8.3%로 노바티스(37%), 머크(28%) 등 경쟁 약물과 큰 차이를 보였다”고 말했다.경쟁 약물의 임상 총책임자였던 유르겐 울프 독일 쾰른대 교수도 바바매킵에 대해 “폐암 환자 중에선 고령자가 많은데 안전성이 높다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에이비온이 타깃한 C-Met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은 연간 25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며 치료제 시장은 6조6000억원 규모로 매년 23.9% 성장하고 있다. 서울대 약대 교수이기도 한 신 대표는 “타그리소가 표적한 EGFR(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돌연변이는 주로 폐암에서 발견되지만 이 변이는 유방암, 신장암, 간암 등 거의 모든 암에서 발견된다”며 “더 궁극적이면서 여러 적응증으로 확장이 가능한 치료제”라고 강조했다.에이비온은 바바매킵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3상에 앞서 시장 출시가 가능한 ‘가속 승인’을 받겠다는 계획이다. 미국 한국 대만 등에서 진행 중인 글로벌 임상 2상은 내년 마무리될 예정이다.신 대표는 “현재 복수의 글로벌 대형제약사와 기술 수출을 협의 중”이라며 “기술 수출이 이뤄질 경우 선급금만 600억~1000억원에 달하고, 선급금 이후 이르면 내년부터 수천억원의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