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새벽 4시 경기도에 있는 한 폐기물 업체 A사의 창고는 분주했다. 2.5t짜리 화물차 여러 대가 집게차를 중심으로 모여들었다. 화물차에는 전날 공사 현장에서 수거해온 쓰레기가 가득 실려 있었다. 집게발은 좌우로 회전하며 화물차에 있는 쓰레기를 집어 바닥에 떨어뜨리기를 반복했다. 온갖 가루가 날리고 악취가 풍겼다. 직원 30여 명이 쓰레기를 폐콘크리트, 나무, 철근 등 유형별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화물차 40대에 있던 폐기물이 20여 대 수준으로 줄었다. 직원들 사이에선 ‘빵치기’라는 용어로 불리는 작업 방식이다. 이 업체가 새벽에 남몰래 작업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폐기물관리법상 중간 처분을 하기 위해서는 분쇄와 선별 시설을 갖춘 다음 지방자치단체 승인을 받아야 한다. A사는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집 운반업체다. 운반업 허가만 받고 선별업까지 몰래 하는 것이다.

○‘5t 이하 생활폐기물’ 허점 악용

29일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전국에 A사 같은 불법 폐기물 선별업체는 수백 곳에 달한다. 이들은 허술한 폐기물 관리 규정과 느슨한 단속의 허점을 이용해 돈을 번다. 정식 폐기물 처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불법 처리로 아끼는 수법이다.

관할 지자체에 처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건설폐기물과 달리 5t 이하의 공사장 생활폐기물은 신고 의무가 없다. 업체들이 폐기물을 무분별하게 실어다 창고에 보관할 수 있는 이유다. 빵치기 작업도 대표 위법행위 중 하나다. 1차 배출자는 A사에 t당 25만~30만원을 내며 쓰레기를 주고, A사는 무자격으로 돈 받고 팔 수 있는 폐기물을 골라낸다. 고철은 t당 40만~50만원을 받고 처리할 수 있다. 목재는 공짜로 버릴 수 있다. 나머지 폐기물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처리시설 등에 반입시킨다. 전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A사는 고철 되팔기와 빵치기 등 무허가 작업을 통해 지난해 최소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공사장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처분에 관한 규정이 있다. 폐콘크리트와 폐아스팔트는 재활용을 위해 파쇄하고 건설오니(슬러지)는 건조하는 식이다. 환경 오염을 고려해 시설과 장비를 제대로 갖춘 곳만 지자체의 영업 허가를 받아 작업할 수 있다.

○불법 폐기물 처리로 연 200억원 매출

불법폐기물 처리 업체에서는 안전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A사에선 지난해 한 직원이 고압 가스통을 해체하다가 가스통이 폭발해 즉사했는데도 사업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적발도 잘 되지 않는다. 대개 지역 주민의 민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불법 영업이 발견된다. 오봉선 경기 고양시 자원순환과 주무관은 “반년에 서너 번꼴로 무허가 영업 신고가 들어온다”며 “영업장에서 문을 안 열어주거나 없는 척하면 공무원들은 별다른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환경부의 ‘폐기물 관련 사업장 및 시설 지도 점검 결과’에 따르면 전국 처리업체에서 2018∼2021년 4년 동안 폐기물 처리 관련 법률 위반사항이 모두 1만8741건 적발됐다. 허가를 받지 않았거나 영업 정지·취소 처분에도 계속 영업하다가 적발된 사례(무허가 처리업)는 1181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소규모 공사장 쓰레기를 정부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불법으로 처리되는 폐기물은 추적하기 어려워 향후 매립지가 부족해지면 쓰레기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민간 시장에만 의존하던 소규모 공사장 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 과정을 지자체가 일정 부분 같이 부담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