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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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중국의 중동 야망과 외교력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진단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몇년 새 중동, 중남미 등의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영향력을 넓혀 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교력이 이번 이-팔 분쟁 사태를 계기로 평가될 것"이라고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팔레스타인의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등을 후원하는 이란과 밀착 행보를 이어왔다.

중국은 올해 3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교 정상화를 중재했다. 이는 중국 외교 사상 처음있는 일이었다. 해당 성공 사례를 토대로 6월에는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회담 추진을 돕겠다"고 제안했다. 중국은 또 올해 신흥국 연합체인 브릭스(BRICS)에 이란,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등 중동 주요 4개국을 편입시키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 주석과 중국의 이 같은 입지가 중동의 역내 불안정을 어떻게 잠재울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중국은 양측 모두에 "침착함을 유지해달라"며 중립적인 입장을 취해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을 자극했다. 중동 근무 경력이 있는 한 서방 외교관은 "순식간에 1000명 이상의 민간인 학살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중국이 그것이 누구의 책임인지 명확히 말할 수 없다면 양측을 위해 분쟁을 중재할 수 없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니콜라스 번스 주중국 미국대사는 "중국은 스스로 인정하듯이 중동에서 입지가 커진 상태"라며 "하지만 그 입지는 효과를 발휘해야 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을 옹호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원 태세에 비해 중국의 태도가 미온적이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미국은 최근 두 개의 항모 전단을 이스라엘에 급파하는 등 총력 지원에 나서고 있다. 번스 대사는 "중국이 지지하는 이-팔 2개 국가 해법(팔레스타인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해법)은 이스라엘을 파괴하려는 하마스가 결사 반대하는 논리"라고 강조했다.

중국이 이번 사태에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함으로써 중동에서 중국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미국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중국 전문가 윤 선은 "아랍 국가들은 팔레스타인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이라며 "이는 중국과 아랍 국가들의 결속을 돈독히 하는 것인 만큼 중국의 외교적 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킹스칼리지런던 라우 차이나 연구소의 알렉산드로 아르두이노 부교수는 "중국과 이란의 관계는 미-중 경쟁 국면에서 중요한 협상 카드가 될 수 있다"며 "어떤 식으로든 이란을 압박할 수 있는 국가가 중국 포함해서 얼마 안된다는 점은 중국의 외교적 자산"이라고 했다. 이스라엘 아바 에반 외교연구소의 게달리아 애프터만 중국 전문가는 "중국은 미묘한 순간에 직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