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주완 '투자 선구안' 통했다…LG전자 美 벤처 '대박 조짐'
LG전자가 투자한 북미 지역의 딥테크(deep tech·독보적인 첨단 기술)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인수합병(M&A), 추가 투자자 유치 등에 성공하고 있다. 스타트업이 M&A 대상이 되거나 투자를 받았다는 건 성장성을 인정받고 기업 가치가 커졌다는 의미다. LG전자도 지분 가치 증가에 따른 투자 수익 증대, 기술 교류 확대를 통한 신사업 창출 등 ‘대박’을 노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전자는 2020년 말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한 미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북미이노베이션센터(LG NOVA)를 설립했다. 당시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 있었던 조주완 LG전자 사장(CEO·사진)이 밑그림을 그린 조직이다. 백악관 혁신위원으로 일했던 사물인터넷(IoT) 전문가 이석우 센터장(전무)을 영입해 신사업 발굴과 스타트업 투자를 맡겼다. 조 사장은 CEO 취임 후 커넥티드 헬스(연결성 기반 건강관리), e모빌리티 인프라, 메타버스 등 유망 산업을 선정하고 스타트업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까지 LG NOVA의 투자는 ‘성공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LG NOVA의 유망 스타트업 투자·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된 스타트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외부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어서다. 대표적 사례가 가상현실(VR) 기반 두뇌 훈련 전문 스타트업 뉴로트레이너에 대한 투자다. 주로 운동선수들의 인지 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미국 프로축구팀 ‘LA 갤럭시’의 공식 훈련 파트너다. 최근 미국 벤처투자사인 9.58벤처스가 뉴로트레이너에 150만달러를 투자했다.

LG NOVA가 투자한 VR 원격 의료 서비스 스타트업 XR헬스는 올해 스페인의 아멜리아와 합병했다. 이를 통해 최대 규모 확장현실(XR) 기반의 의료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모바일전기차 충전 서비스를 지원하는 스파크차지는 지난해 벤처투자회사 클리블랜드애비뉴로부터 7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벤처투자 빙하기에 이뤄낸 값진 성과’란 평가가 나온다.

최근 LG NOVA는 투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지난 8월 글로벌 벤처 투자기업 클리어브룩과 협약을 맺고 2024년 말까지 규모 1억달러 이상의 스타트업 육성 펀드를 조성할 계획이다. 2020년 LG NOVA 출범 당시 펀드 규모는 2000만달러 수준이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