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포니 개발의 주역 "우린 한다면 했다, 꼭 하고 말았다"
현대자동차에는 한국 신차 개발의 뿌리가 된 ‘전설의 노트’가 전해진다. 한국 최초 대량 생산형 고유 모델 ‘포니’의 개발 과정을 꼼꼼히 기록한 일명 ‘이 대리 노트’다. 국내에 자동차 설계를 아는 사람이 전무했던 1974년 이 대리는 이탈리아로 건너가 ‘포니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이 대리는 훗날 연구개발본부 사장까지 오른 이충구 전 현대차 사장이다. 포니부터 에쿠스까지 35종의 차량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이 전 사장이 최근 출간한 <포니 오디세이>는 49년 만에 다시 쓴 ‘이 대리 노트 버전2’다. 아산 정주영 현대 창업회장의 자동차 사업 도전, 이 전 사장 등 엔지니어의 노력이 어떻게 한국 자동차 발달사의 시작인 포니를 탄생시켰는지 담고 있다.

포니 개발 당시 회사 안팎에선 ‘허황된 꿈’이라는 우려가 컸다. 아산은 그러나 ‘우린 한다면 한다. 꼭 하고 만다’고 했다고 한다. 이동 혁신을 통해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끄는 것이 원대한 목표였기 때문이다. 생산까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산은 난관을 만날 때마다 엔지니어와 같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며 함께 문제를 풀었다.

포니는 1975년 출시되자마자 대박을 터뜨렸다. 첫해에 무려 1만726대가 판매되며 국내 승용차 시장 점유율 44%를 차지했다. 미국에서도 돌풍을 일으켰다. 1986년 미국에 진출한 건 포니 다음 모델인 국내 첫 전륜 구동 승용차 ‘포니 엑셀’이다. 그해에만 약 17만 대가 판매됐다.

현대차는 포니를 시작으로 스텔라, 쏘나타, 그랜저, 엘란트라, 아반떼로 이어지는 성공 신화를 쓰게 된다. 저자는 포니에 대해 “어떻게든 차를 만들어본 경험, 도전을 통해 얻은 결과물로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이후 다양한 모델을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포니가 최근 다시 주목받는 것은 현대차가 올해 ‘포니 쿠페 콘셉트’를 복원하면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포니 쿠페 복원에 대해 “현대차의 역사도 이제 50년을 바라본다”며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지만 과거를 정리하고 알아가면서 다시 미래를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포니가 오래전 있었던 옛날 자동차가 아니라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정신적, 경험적, 물리적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차가 미래 모빌리티의 글로벌 톱티어로 올라서기 위해선 다시 ‘도전과 혁신 DNA’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김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