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돌 맞은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한국의 몽트뢰'로 거듭나다 [리뷰]
기타리스트의 손이 기타 줄을 마지막으로 튕기자 객석에선 야트막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영롱한 재즈 기타의 선율이 중후한 더블베이스의 화음과 맞물려 완벽한 화음이 빚어진 데에 대한 찬사였다. 올해로 20년째를 맞은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첫날 공연의 헤드라이너 줄리언 라지의 첫 공연의 한 장면이다.
스무 돌 맞은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한국의 몽트뢰'로 거듭나다 [리뷰]
지난 7일 경기 가평군 자라섬에서 개막한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3일간 재즈 선율로 만추(晩秋)를 그려냈다. 2004년 첫선을 보인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한국의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로 불린다.

수려한 자연 경광과 더불어 기라성같은 재즈 연주자들이 한국을 찾아왔다. 첫 회부터 지난해까지 세계 58개국 1300여팀의 재즈 아티스트가 자라섬 무대에 올랐다. 누적 관객만 300만명에 육박한다. 지난 4월부터는 유럽재즈 연합과 국제 뮤직페스티벌 포럼의 회원이 됐는데 아시아 페스티벌 중 유럽 재즈 연합에 가입한 것은 자라섬이 처음이다.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은 첫날부터 객석 반응이 뜨거웠다. 스탠딩석을 비롯해 돗자리를 깔아놓은 곳에서도 관객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춤을 추고 손뼉을 쳤다. 해가 지자 영상 10℃까지 기온이 내려갔지만, 관객들은 자라섬을 떠나지 않았다. 사상 처음으로 내한 공연에 가지는 줄리언 라지를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이어 아프리카 음악과 재즈를 아우르는 베이시스트이자 보컬리스트인 리처드 보나, 마르친 바실레프스키 트리오 등 해외 아티스트의 공연이 연이틀 이어졌다. 세계적인 색소포니스트 강태환과 현대음악 작곡가이자 퍼커셔니스트인 다카다 미도리가 듀오 무대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원술 음악감독을 필두로 한 더재즈앰배서더스오케스트라는 넥슨 게임 ‘마비노기’의 콘텐츠 OST를 재즈로 편곡해 선보였다.

이번 재즈 페스티벌의 백미는 '사운드'였다. 주최 측은 재즈 아티스트들의 이름값에 걸맞는 사운드 시스템을 선보였다. 멀찍이 떨어져 앉아도 재즈바에서 라이브 공연을 감상하듯 생생하게 화음이 전달됐다. 사방이 트인 야외 공연장에서 좀체 듣기 힘든 수준이었다. 잠실 올림픽공원 등 서울과 비교해도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사운드는 탁월했다.

주최 측의 선택과 집중도 돋보였다. 공연 장소 한 곳에 주요 공연을 욱여넣지 않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페스티벌에선 메인 스테이지와 서브 스테이지를 붙여 놓는다. 약 10분간의 시차를 두고 공연 일정을 짠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수시로 시간표를 확인하면서 동선을 검토한다. 혹시 다른 공연을 놓칠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서브 스테이지와 메인 스테이지를 오갈 때 인파가 뒤엉키는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하지만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의 풍경은 달랐다. 메인 스테이지 한 곳에서만 주요 공연을 선보인 뒤 여유 시간을 두고 자정까지 음악역1939 등 자라섬 외부에서 애프터 공연을 펼쳤다. 덕분에 관객들은 돗자리 위에서 한가로이 다음 공연을 기다릴 수 있었다.
스무 돌 맞은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 '한국의 몽트뢰'로 거듭나다 [리뷰]
이번 페스티벌에서 '옥에 티'는 주차 문제였다. 자라섬 꽃 페스타와 겹쳐진 탓에 일반 관광객과 페스티벌 관객이 뒤엉킨 것이다. 미숙한 운영으로 인해 주차장을 찾는 관광객과 운영요원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