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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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기습 공격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암호화폐를 통해 전쟁자금을 모금했다는 정황이 나왔다. 미국 당국이 테러단체의 금융 거래를 차단하자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를 악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마스가 지난 7일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론 공습하면서 이 작전을 위한 자금을 어디서 조달했는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그 정답은 '암호화폐'가 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이스라엘 정부의 압수물과 암호화폐 분석업체 보고서 등을 분석한 결과 하마스,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 헤즈볼라 등 무장단체가 최근 1년 여 동안 암호화폐 계좌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모금했다고 전했다.

암호화폐 추적업체 엘립틱(Elliptic)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8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스라엘 당국이 PIJ와 연계됐다고 지목한 암호화폐 계좌에 총 9300만달러(약 1250억원) 규모의 자금이 입금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분석업체 비트오케이(BitOK)는 하마스가 비슷한 기간 암호화폐 계좌로 4100만달러(약 550억원) 이상을 받았다고 추산했다.

WSJ에 따르면 하마스, PIJ, 헤즈볼라 등 3개 무장단체는 모두 미국 정부가 지정한 테러단체로, 국제 은행 시스템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있다. 테러단체로 지정된 무장단체는 중개자 없이 자금을 주고받을 수 있는 암호화폐를 모금이나 자금 이전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이슬람국가(IS)와 알카에다 등 무장단체가 암호화폐로 기부금을 받아왔다면서 테러단체가 암호화폐 거래소의 금융 통제 허점을 악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국세청 조사관 출신인 매튜 프라이스는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게 현금을 들고 몰래 이집트 국경을 넘는 것보다 쉽다"고 꼬집었다.

다만 하마스가 암호화폐로 받은 자금이 이번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활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암호화폐의 사용이 테러 자금 조달을 중단시키는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난 6월 언급한 바 있다.

암호화폐로 자금을 주고받았다고 해서 자금흐름 추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는 모든 거래 내역을 블록체인을 통해 공개하고 있어 지갑 주소를 확보하면 추적할 수 있다. 바이낸스 거래소 대변인은 "이스라엘을 포함한 당국과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