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 제대로 안 해"…피해자들, 공인중개사들도 고소 검토
"근저당 설정액, 나중에 보니 3배"…중개업소들 "설명에 한계"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의 피해자들이 대부분 20대 사회초년생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부동산 공인중개사들의 미흡한 설명이 사태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피해자들은 집주인인 정씨 부부와 이들의 아들에 대한 피해 신고를 이어가는 한편 해당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들에 대해서도 고소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원 전세사기' 피해 확산 우려에 부동산중개업소들도 뭇매
10일 연합뉴스가 피해자들로부터 취재한 내용을 종합하면 지난해 7월 7일 수원시 권선구의 한 오피스텔에 방을 구하려던 A씨는 당시 계약을 중개한 부동산중개업소로부터 해당 오피스텔의 채권최고액이 44억4천여만원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해당 건물은 1∼2층 상가와 3∼5층 주차장, 6∼12층 주거 공간으로 이뤄진 대형 건물이었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A씨는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물었으나 불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해당 물건의 전셋값이 공시가격의 150%를 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이에 A씨가 계약을 망설이자 부동산 관계자는 "임대인이 우리 부동산에서 10년 넘게 거래해 확실하신 분"이라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안심시켰다.

이를 믿은 A씨는 대출 1억을 포함한 보증금 1억3천만원, 월세 35만원에 계약을 진행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건물에 걸려 있는 채권최고액은 당초 설명의 3배에 가까운 114억여원이었다.

정씨가 건물을 3등분으로 나눠 3건의 근저당을 설정해 놓았던 것이다.

뒤늦게 해당 오피스텔이 '깡통 건물'임을 알게 된 A씨는 부동산중개업소에 항의했고, 부동산 측도 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해당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설명을 잘못 드렸다면 저희의 잘못이 맞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뭔가 문제를 감지했는지 계약 이후 보증금 비율을 올렸는지 등을 먼저 물어보기에 확인해보니 근저당이 설명보다 많이 걸린 사실을 알았다"며 "결혼 등 미래 계획을 꿈꾸고 있었는데 돈을 다 날릴 처지라 황당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28일 마찬가지로 같은 오피스텔에 보증금 1억9천만원을 내고 전세 계약을 맺은 B씨 역시 건물 근저당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계약을 맺었다고 호소했다.

당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B씨에게 "집 주인이 수원에 건물이 많은 '큰손'이니 걱정 없고, 주인이 세금 몇 달 안 낸다고 해서 건물이 바로 경매에 넘어가는 일도 없다"며 "적어도 3∼4년은 지나야 벌어질 일이니 2년 계약은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장담하듯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정씨의 건물 중 일부는 경매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B씨가 부동산중개업소에 항의했으나 계약을 담당했던 당시 직원은 이미 그만둔 뒤였다.

이러한 사례가 이어지자 피해자들은 정씨 측뿐 아니라 다수 계약을 진행한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도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씨 부부가 세운 부동산 임대업 관련 법인은 18곳이며, 이들이 보유한 건물은 확인된 것만 4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건물에 있는 오피스텔이나 빌라는 총 몇 채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수원 전세사기' 피해 확산 우려에 부동산중개업소들도 뭇매
반면 당시 계약을 진행했던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정씨의 매물이 보증금 미반환 상태로 이어질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정씨 소유의 건물과 수십여건의 임대차 계약을 진행한 공인중개사 C씨는 "정씨는 10여년 전부터 수원권에서 다수의 전·월세 계약을 맺으며 그간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며 "올해 초 전세 사기 문제가 사회적으로 불거지며 계약 해지 요청이 줄을 이을 때도 수십억원어치 보증금을 다 돌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업소 직원들이나 개인적 지인들 다수도 정씨의 건물에 전·월세로 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가 불거질 것을 예상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라고 덧붙였다.

채권최고액과 관련해 설명이 미흡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부동산중개인은 기본적으로 등기부등본에 나온 내용을 토대로 설명을 할 수밖에 없고, 그 내용에 대해선 임차인들에게 충실하게 설명했다"며 "이후 달라지는 정씨의 재무 상태나 기존 임차인들의 계약 연장 여부 등은 알 수 없기 때문에 설명에 한계가 있기도 하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