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표’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 출시 계획이 무산됐다.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내부 여론에 사업을 축소하기로 했다. 카카오만이 아니다. 컴투스 등 다른 정보기술(IT) 업체도 메타버스 사업 기대치를 하향 조정하는 모습이다.

'카카오 메타버스' 안나온다…'현실'에 밀려난 가상현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증손회사 컬러버스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메타버스 플랫폼 출시 계획을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신개념 메타버스 플랫폼’을 조성해 글로벌 진출을 추진하는 프로젝트가 잠정 중단된 것이다. 카카오게임즈의 메타버스 사업을 담당하는 넵튠 자회사 컬러버스는 올초부터 최근까지 40~50명 규모의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웹 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해 금융·게임·커뮤니티 등 여러 분야 기업과 협업을 추진했지만 경영난 악화를 견디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 계획을 축소해 일부 서비스를 쪼개 사업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IT 기업 곳곳에서 메타버스 사업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을 출시하고 두 달 만에 관련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간 곳도 있다. 국내 대표 모바일 게임업체 컴투스의 메타버스 사업 계열사인 컴투버스는 지난달부터 임직원 130여 명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국내외 메타버스산업 환경을 감안하면 몇 년 내 매출 증가와 비용 구조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SK텔레콤, KT 등 일부 통신사에선 메타버스 관련 부서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한 통신사 임원은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운 와중에 돈과 시간만 까먹는다는 손가락질을 받는다”고 말했다.

해외 상황도 다르지 않다. 미국 메타 역시 메타버스 관련 성과가 기대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지난 8월까지 2만여 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벌였다.

업계에선 ‘메타버스 빙하기’가 몇 년 더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메타버스를 활용하려는 수요 자체가 1~2년 전보다 크게 줄어든 게 주된 이유다. 올 들어 엔데믹으로 비대면 플랫폼에 대한 주목도가 주춤해진 데다 챗GPT 등 초거대 인공지능(AI)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관심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설명이다.

메타버스 관련 투자도 작년만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정보 업체 피치북에 따르면 올 1분기 글로벌 메타버스산업 투자는 5억8670만달러(약 7915억원)에 그쳤다. 전년 동기 20억달러(약 2조6980억원)와 비교하면 약 70.7% 감소했다. 그 자리를 메운 것은 생성 AI다. 같은 기간 생성 AI 관련 투자는 6억1280만달러(약 8267억원)에서 23억달러(약 3조1027억원)로 2.8배 가까이 늘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