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고백도 아니지만, 음악가이자 번역가, 작가인 김목인을 좋아한다. 수년 전 그를 인터뷰어로 섭외하여 여러 명사의 ‘최애 책’에 관한 이야기를 연재한 적이 있다. 문학과 독서를 향한 그의 깊은 애정과 폭넓은 지식, 그리고 어느 순간에도 상대에게 편안함을 주는 겸손하고 다정한 태도가 없었다면, 그때 나는 극악의 스케줄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고 여전히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잭 케루악을 무척 좋아하여 『다르마 행려』를 직접 번역했을 뿐 아니라, 『직업으로서의 음악가』처럼 메타적 에세이를 쓰는 데도 능한 작가. 한편, 나는 그를 농성장에서도 종종 만나곤 했다. 작은 투쟁의 현장에 기쁘게 와서 전해주던 담담하고 조용한 노래를 들으며 어두운 아스팔트 위에서 느끼던 막막함과 슬픔이 조금씩 잦아들던 시간을 기억한다. 따뜻함 속에 날카로움도 가진 각성된 예술가, 나도 언젠가 꼭 다시 함께 일하고 싶다고 생각한 사람이 김목인이다.
깨어 있는 음악가 김목인의 첫 소설, 악기 자신의 이야기
그런 그가 소설을 썼다니!! 탐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책이 바로 위픽 시리즈로 출간된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이었다. 약 80페이지가량의 비교적 짧은 분량으로 완성도 있게 구성된 이 소설은 각자의 계기로 오래된 아코디언에 관심을 갖게 된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마르셀 아코디언 클럽’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단한 스펙터클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그저 평범하게 열심히 살아온 G가 어느 프랑스인이 경매로 내놓은 옛 시절의 아코디언을 이베이에서 원하는 가격에 낙찰받아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은 읽는 이에게 감정의 역동을 충분히 만들어낸다. 여러 작은 호의들로 끝내 이 작은 행운을 거머쥘 수 있게 되는 순간 내 마음속까지 잔잔히 전해지는 기쁨이 작지 않았다. 이는 어느 백반집에서 우연히 오래된 아코디언을 얻는 L의 이야기와 포개지며, 드물지만 우리의 삶에 몇 번쯤은 안겨져야 마땅할 소소한 행운과 즐거움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다.
사진출처 =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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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고 그가 ‘작가의 말’에 추천해둔 조스 바셀리와 앙드레 아스티에 등의 아코디언 연주를 들었다. 생각보다 높고 경쾌하며 소박한 인상의 선율이 귀를 채우며 떠듬떠듬 운지법을 익혀가는 투박한 손들을 떠올렸다. 김목인만큼 평범한 사람들의 얄궂고도 사랑스러운 일상을 잘 포착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굳이 밤에 옷을 챙겨 입고 라면을 사러 가는 사람, 환자를 방문하려다 수액을 맞고 잠드는 보험회사 직원, 헤어진 연인을 그리워하며 그녀의 고향 가로수길에 관해 말하는 남자…….
김목인 예술의 가장 멋진 부분을 이 소설에서도 발견할 수 있어 정말 많이 기뻤다고 말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