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소 아줌마? NO! 한번쯤 지배당하고 싶은 여자, 양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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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오동진의 여배우 열전
양자경을 제대로 알기 위한 영화들
'검우강호'의 '500년된 돌다리 같은' 여자
아웅산 수치 여사와 100% 싱크된 '더 레이디'
62세에도 그윽한 눈으로 사랑을 말하는 '샹치와...'
"그윽하다"라는 우리말에 상응하는 유일한 여배우
양자경을 제대로 알기 위한 영화들
'검우강호'의 '500년된 돌다리 같은' 여자
아웅산 수치 여사와 100% 싱크된 '더 레이디'
62세에도 그윽한 눈으로 사랑을 말하는 '샹치와...'
"그윽하다"라는 우리말에 상응하는 유일한 여배우
양자경은 중년의 나이를 넘어서면서 오히려 더 섹시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선보인다. 그건 몸을 되도록 감추는 무협물의 의상을 입고서도 그랬다. 많은 사람들이 절대적으로 우습게 보는(?) 영화 ‘검우강호(劍雨江湖)’는 양자경이 어떠한 배우이고 어떠한 여자인지를 가슴으로 느끼게 해준다. 2010년 작품이고 오우삼이 공동감독으로 참여한 영화이다. 이때 양자경의 나이는 48살이었다. 상대역 배우는 30대 중반의 한국 배우 정우성이었다.
그녀는 한 시골 마을에서 비단장사를 시작한다. 어느 날 그녀의 눈에 젊고 튼실한 남자(정우성)가 들어 오는데 지금으로 얘기하면 퀵 서비스 맨이다. 나이가 좀 있고 사연이 있어 보이는 비단장사 여자는 젊은 배달부를 데려다 멕이고, 입히고, 재우고, 안아 준다. 자, 근데 이런 식으로 얘기를 이어가면 한도 끝도 없다.
각설하고 극 후반에 남자가 여자의 가슴에 칼을 겨눈다. 여자는 남자를 똑 바로 바라보며, 그러나 부드럽게 묻는다. “그렇다면 지금껏 나를 단 한번도 사랑한 적이 없나요?” 그러자 이 젊은 남자 칼을 쥔 손에 바짝 힘을 주면서 소리친다. “난 당신을 한번도 사랑한 적 없어!” 그런데 이 바보 같은 인간, 눈물을 철철 흘리면서 입으로는 사랑한 적 없다고 한다. 그것도 굳이 또박또박 문장을 만들어 가며.(이때 정우성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여자는 많은 생각을 담고 있는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곧 남자를 고수의 실력으로 제압해 잠시 정신을 잃게 한 후 악당의 수괴(왕학기)와 최후의 일합을 겨룬다. 여자는 남자를 살리기 위해 죽을 수도 있는 길을 선택한다. 이 영화에서는 돌 다리가 중간중간 인서트 컷으로 나온다. 그리고 이런 대사가 흐른다. ‘나는 하나의 돌 다리가 되어 500년동안 비와 눈을 맞으며 당신이 단 한번이라도 건너 가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양자경은 500년 된 돌다리 같은 여자이다.
그러나 뭐니뭐니 해도 양자경은 평생을 잊지 못하는 과거의 여인 이미지이다. 이상한 미중 합작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양자경은 오래 전 연인인 양조위와 오랜만에 만나 죽을 듯이 일합을 겨루며 싸운다. 그러나 사람들은 안다. 양자경은 남자를 죽이지 않는다. 그것도 결국 죽을 듯이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반증할 뿐이다.
자, 양자경이 물을 것이다. “나를 한번이라도 사랑한 적이 있나요?” 그것도 그윽한 눈빛으로. 당신은 뭐라고 답할 것인가. 그녀 앞에 서면 그녀의 62세라는 나이는 잠시 까먹게 될 것이다. 사랑엔 나이란 숫자에 불과한 것이다. 진부하지만 맞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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