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제증권감독위원회(IOSCO) 홈페이지.
사진=국제증권감독위원회(IOSCO) 홈페이지.
사모펀드(PE)와 벤처캐피털(VC), 사모부채펀드(PDF) 등을 포함한 민간 금융 시장에 지금껏 드러나지 않은 종류의 위험이 닥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고금리 환경에서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자금을 조달하려는 시장 행위자들이 사금융으로 몰리고 있는 가운데 규제 등이 느슨한 사모 시장의 취약성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장 폴 세르베 국제증권감독위원회(IOSCO) 위원장(사진)은 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사모 시장 행위자들이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모든 것이 잘될 거란 자신감이 너무 과하다”고 지적했다.

세르베 위원장은 펀드 매니저들이 “자신의 포지션을 신중하게 다룰 거란 기대감은 있지만, 이 부문의 레버리지 규모를 보면 취약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모 시장은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부문”이라며 “취약성과 불투명성, 거시 금융 환경의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우려할 만한 이유가 있다”고 부연했다.

같은 날 IOSCO는 이와 관련한 새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금융 시장 규모는 2017년 이후 2022년 중반까지 18% 증가해 12조8000억달러(약 1경7011조원)까지 커졌다.

IOSCO는 금리 상승으로 인해 “저렴하고 안전한 대출 자금에 대한 접근성이 담보됐던 사모 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초부터 글로벌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서 이 시장이 중‧장기적인 시험대에 올랐고, 숨겨진 위험을 발견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다.

고금리 환경에선 사모 시장에 투입될 수 있는 가용 자금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사모펀드의 투자 대상 기업(portfolio company)이 현금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주장이다. IOSCO는 “시장 참여자들은 이 같은 위험이 중기적 관점에서 특히 극명하다는 데 주목했다”며 “PE 회사들이 상당한 양의 드라이 파우더(투자 약정액 중 미집행 자금)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트폴리오 컴퍼니들의) 중‧장기적으로는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우려되는 이유”라고 짚었다.

또 사모 자산의 가치는 금융 조건 변화에 비교적 느리게 반응하는 내부 모델에 기반해 평가되는 경향이 있어 급매 대상에 오르거나 공모 시장에 나오는 경우 심각하게 저평가될 위험도 거론된다.

최근 들어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를 포함한 글로벌 정책 당국 사이에서 은행과 같은 전통 금융 부문에서의 위험이 헤지펀드나 PE 등 민간 부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우려가 빈번하게 제기된 바 있다.

세르베 위원장은 “사모 시장은 금융 시스템의 필수적인 부분이며, 규모가 너무 커진 탓에 시스템 전체에 중요해졌다”며 “은행 부문 대비 규제가 덜해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이 분야에선 시장 심리의 급격한 변화가 가져올 잠재적 파급력에 항상 유의하는 태도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