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가 지난달 말 출시한 최신 휴대폰 ‘메이트 60 프로’에 중국에서 생산된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 반도체가 사용되며 미중 갈등이 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제지하려는 미국이 현 수준보다 더 촘촘한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투자은행 제프리스의 애널리스트들은 메모를 통해 “이번 사태로 미중 기술 전쟁이 전반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들은 전날 나온 반도체 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의 ‘메이트 60 프로’ 분석 결과가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의 조사를 촉발할 것이며, 대중 규제 효과에 대해 미국 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이로 인해 미 의회가 준비 중인 대중 규제 법안에 더 강력한 기술 제재가 포함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앞서 테크인사이트는 메이트 60 프로를 분해해 분석한 결과 SMIC이 중국에서 제조한 7나노 칩 ‘기린9000칩’이 사용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나노 이하 시스템반도체 등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미국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앞서 2020년에는 네덜란드를 압박해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했다. 규제 대상이 된 SMIC도 14나노 이하 미세 공정을 할 장비를 구입하지 못했다.

때문에 이번에 화웨이에 사용된 7나노 칩을 중국이 어떻게 제작했는지를 두고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일찍이 지난해 테크인사이트는 “SMIC가 ASML에서 규제 대상이 아닌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구매 후 조정해 7나노 칩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대적 구형 장비들을 수입해 첨단 반도체 칩을 생산할 수 있게 고쳤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들은 화웨이가 SMIC로부터 반도체 생산 장비와 기술을 직접 구입해 생산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대량 생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미국의 제재로 반도체 장비 수입이 막힌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 수율(정상품 비율)이 크게 낮아서다. 때문에 칩 생산 비용이 높고, 정부 지원 없이는 사업성이 없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분석업체 가베칼 드라고노믹스의 틸리 장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수율이 낮은 만큼 칩 생산단가가 높을 것이며, 네덜란드가 DUV 장비로 수출 제재 범위를 확대하면서 앞으로 SMIC 등 중국 기업들은 더 많은 반도체 장비 접근이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화웨이가 이런 고가의 칩을 사용하는 휴대폰을 정상적인 시장가로 판매할 수 있는 것은 화웨이의 막대한 자본과 정부 보조금의 조합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리서치 회사들은 SMIC의 7나노 수율이 50% 미만으로 업계 표준인 90%를 크게 밑도는 상태이며, 생산량도 200만~400만개로 제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프리스는 “화웨이가 향후 메이트 60 프로를 대량생산할 때 7나노 칩을 10나노 칩으로 바꿀 수 있지만, 10나노 수율도 20% 수준에 그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