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공교육 현장에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예정된 가운데 이 시장을 선점하려는 에듀테크 스타트업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기존 서책형 교과서를 제작하는 출판사와 디지털 역량을 갖춘 에듀테크회사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현재 초·중·고교 서책형 교과서 시장은 연간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되는데, 통상 권당 가격은 1만원 미만이다. 디지털교과서는 콘텐츠와 접목된 기술 등을 고려할 때 권당 5만원 이상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선 디지털교과서 시장 규모가 조(兆) 단위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손잡는 스타트업·출판사

그래픽=이은현 기자
그래픽=이은현 기자
30일 스타트업업계에 따르면 에듀테크 스타트업과 교과서 발행사들이 업무협약(MOU)을 맺고 디지털교과서 공동 개발에 나서고 있다. ‘능률 VOCA’ 시리즈로 유명한 출판사 NE능률은 이달 중순 스타트업 비트루브와 MOU를 체결했다. 비트루브는 AI 기반 맞춤형 수학 교육 서비스인 마타수학을 내놓은 회사다. 두 회사는 중학교 수학 디지털교과서를 공동 개발할 계획이다.

온라인 일대일 과외 플랫폼 밀당PT 운영사인 아이헤이트플라잉버그스는 YBM과 디지털교과서 개발 협력에 나섰다. YBM의 콘텐츠를 밀당PT가 디지털화하는 방식이다. YBM은 밀당PT에 지분 투자도 했다. 산타토익으로 유명한 뤼이드는 미래엔과 MOU를 맺고 영어 디지털교과서를 함께 개발한다. AI 기반 수학 교육회사 라이브데이터는 동아출판과, 코딩 교육회사 코더블은 교학사와 손을 잡았다.

출판사가 에듀테크 스타트업과 협업에 나선 건 이들이 디지털 역량을 갖추고 있어서다. 디지털교과서의 개발 주도권은 기본적으로 전통적인 종이 교과서를 발행하는 출판사에 있다. 하지만 디지털교과서 특성상 AI나 데이터 분석 같은 기술력을 갖춘 에듀테크회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다. 상반기 교육부가 주관한 ‘AI 디지털교과서 매칭데이’에는 발행사와 에듀테크회사 80여 곳이 참여했다.

AI 접목한 에듀테크가 대세

이런 흐름 속에서 스타트업들이 내세우는 키워드는 ‘AI’와 ‘맞춤형 교육’이다. AI 디지털교과서의 핵심은 AI를 바탕으로 학습 데이터를 분석해 학생별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이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예컨대 스타트업 아티피셜소사이어티는 국어와 영어 교육에 생성형 AI를 접목했다. 글 주제와 난이도를 입력하면 자동으로 지문을 만들어주고, AI가 학습자의 시선을 추적해 문해력 수준을 진단해주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인화된 학습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투자를 유치해 주목받기도 했다.

김기영 아티피셜소사이어티 대표는 “국어 과목은 시중에 활용할 수 있는 디지털 도구가 많지 않아 출판사들의 문의가 많다”고 밝혔다.

밀당PT 역시 AI와 맞춤형 교육을 강조한다. 퍼스널트레이닝(PT)을 중·고교생 교육에 적용했다.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맞춤형 강의를 수강한 뒤 메신저를 통해 배정된 ‘퍼스널 티처’를 만날 수 있다. 인터넷 강의와 같은 비대면 수업이지만 오프라인 수준으로 수강생을 밀착 관리하는 게 특징이다. 서울 대치동 수준의 질 높은 교육에 대한 접근 장벽을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시스템이 가능한 것은 AI 덕분이다. 회사는 자체 개발한 AI를 활용해 학생이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는지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을 넣었다. 학생별 정밀 진단평가는 기본이다.

수학문제 풀이 앱 콴다 운영사인 매스프레소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문제를 촬영하면 AI가 풀이법을 찾아주는 기능으로 세계에서 가입자 8000만 명을 끌어모았다. 코딩교육 플랫폼회사 엘리스그룹 역시 AI로 무장하고 디지털교과서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클라썸은 AI가 학생의 질문에 맞는 답변을 제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맞춤형 수업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능을 무기로 내세웠다.

커지는 B2B 시장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기업 간 거래(B2B) 시장도 더 커질 전망이다. 태블릿이나 펜슬 같은 주변기기부터 실시간 상호 작용이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도구 등 디지털교과서 생태계에 들어가는 기술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어서다. ‘에듀테크를 위한 에듀테크’가 주목받는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스타트업 페이지콜은 ‘온라인 화이트보드’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내놨다. 학생들이 태블릿PC에 필기하는 내용이 동료 학생, 교사들과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기능이다. 교사들은 이 플랫폼에 수업 자료를 업로드할 수도 있다. 회사는 이 같은 솔루션을 설탭 같은 에듀테크회사에 공급하고 있다.

디지털 교재 저작권 플랫폼 쏠북을 내놓은 북아이피스는 대형 출판사들과 계약하고 교재 저작권 중개 서비스를 선보였다. 중소형 에듀테크회사들이 교재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B2B 요금제도 출시했다. 회사는 디지털교과서가 도입되면 저작권 문제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에듀테크를 향한 투자도 몰리는 추세다. 쏠북 운영사 북아이피스는 지난달 58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같은 시기 AI 수학교육 서비스 매쓰플랫을 운영하는 프리윌린은 시리즈B 투자 라운드에서 70억원을 조달했다.

장원열 카카오벤처스 수석심사역은 “그동안 에듀테크회사들은 우수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어도 그 활용도가 떨어져 주목받지 못했다”며 “생성형 AI 같은 기술 기반 회사들은 기존 교육 콘텐츠를 이용자들이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학생들이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형태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