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석의 실리콘밸리 스토리’는 실리콘밸리와 샌프란시스코 등 주변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지역 경제와 산업 동향, 사람 사는 따뜻한 이야기 등 현지에서 주목하는 이슈들을 깊이 있게 살펴볼 예정입니다.[편집자 주]
정흠 KONO 회장  /사진=최진석 특파원
정흠 KONO 회장 /사진=최진석 특파원
미국 오클랜드는 샌프란시스코와 베이브리지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내륙으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거치게 되는 도시로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항만도 품고 있습니다. 물류, 교통 인프라가 우수해 오래전부터 무역 중심지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인구 40만명의 오클랜드 시내엔 3000여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알라매다 카운티 등 주변 지역까지 범위를 넓히면 총 4만명 규모입니다. 오클랜드 한인사회에 오는 9월1일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날입니다. 이 지역에서 연중 가장 큰 한인문화축제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이스트베이한인회와 KONO가 함께 매년 한 번 여는 이 행사에는 5만명이 모여들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축제를 앞두고 정흠 KONO 회장(사진)을 만났습니다. 정 회장은 이 지역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20년 넘게 살아왔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옆 동네’인 오클랜드와 한인사회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관련 내용을 문답형태로 정리해봤습니다.

Q. 먼저 KONO를 소개해주세요.
A. KONO는 ‘코리아타운 노스게이트’라는 동네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단체입니다. 오클랜드 내에 지역별로 주민들이 결성한 11개의 자치단체가 있는데 그중 한 곳입니다. 시에서 세금으로 펀딩받아 운영합니다. 2007년 처음 설립했으며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일을 합니다. 텔레그래프 도로가 이 동네를 관통하는 도로인데요. 이 도로를 중심으로 거리청소, 동네가꾸기, 세이프티 등의 활동을 합니다. 한인문화축제도 KONO의 핵심 사업 중 하나입니다.

Q. 오클랜드 한인 거주 현황이 어떻게 되나요.
A. 오클랜드 시내에는 3000명 정도 살고 있습니다. 알라매다 카운티까지 범위를 넓히면 2만명 정도입니다. 이 카운티에는 명문대학인 버클리 대학이 있습니다. 여기에 콘트라카스타에 거주하는 1만5000명까지 합치면 총 4만명 정도입니다.

Q. 오클랜드의 현재 지역 상황은 어떤가요.
A. 샌프란시스코 바로 옆에 있어 접근성이 우수합니다. 오클랜드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바트(지하철)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오클랜드의 최대 장점은 날씨입니다. 여기는 화씨 100도를 넘는 더운 날을 손에 꼽습니다. 에어컨이 없어도 불편함을 모를 정도죠.
항구 도시라서 무역이 활발한 도시이기도 합니다. 로스앤젤레스(LA) 롱비치항과 함께 미국의 3대 항으로 꼽힙니다. 또한 버클리대학이 옆에 있는데 여기에 한인 1000명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단점은 총기와 치안문제인데 이건 이곳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시에서 치안문제 해결을 위해 경찰을 대거 충원하고 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오클랜드 시내가 퇴근 후에는 텅 비었습니다. 이후 시 차원에서 시내에 보다 많은 인구가 상주할 수 있도록 콘도와 아파트를 지었습니다. 이후 밤에도 사람들이 다니는 등 나이트 라이프가 형성되는 등 분위기가 갈수록 나아지는 추세입니다.
오클랜드 코리아타운.  /사진=KONO
오클랜드 코리아타운. /사진=KONO
Q. 일반적으로 한인사회 단체는 한인 위주로 운영되는데 KONO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A. KONO 지역에 한인 외에도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KONO에도 백인, 흑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운영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초대 회장은 한인(유근배 회장)이었지만 2대 회장은 백인이었습니다. 3대 회장은 다시 한인인 제가 맡고 있죠.
과거 코리아타운을 형성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KONO가 설립된 후 한인들의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오늘날의 타운이 형성됐습니다. KONO의 장점은 오클랜드의 다른 지역보다 범죄율이 두드러지게 낮다는 것입니다. 지역 주민들이 항상 관심을 갖고 관리하기 때문이죠. 최근 들어 샌프란시스코의 임대료가 부담스러운 한국의 젊은 층이 텔레그래프 쪽으로 이사를 오고 있습니다. 반가운 현상입니다.
코리안타운 벽화  /사진=KONO
코리안타운 벽화 /사진=KONO
Q. KONO의 올해 상반기 주요 활동과 하반기 예정된 활동은 무엇인가요.
A. KONO에선 한 달에 한 번, 매월 첫 번째 금요일에 텔레그래프 도로의 차량 운행을 막고 축제를 합니다. ‘오클랜드 퍼스트 프라이데이’라고 부르는데요, KONO만의 행사입니다. 역사는 8년 정도 됐습니다.
이전에는 오클랜드 지역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하던 행사였습니다. 각자 만든 예술품을 전시하고 음악을 연주하고 음식을 나눠먹었죠. 하지만 자발적으로 하다보니 행사가 들쭉날쭉했습니다. 이를 KONO가 지휘봉을 잡고 정기적인 행사로 발전시켰습니다. 맛있는 음식도 먹으면서 함께 어우러지는 장을 마련합니다. 예술가들과 함께 벽화 그리기 행사도 합니다. 카이저 병원 벽화 그림은 오클랜드에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한인 아티스트가 그려서 더욱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해 오클랜드 코리아타운에서 열린 한인문화축제.  /사진=KONO
지난해 오클랜드 코리아타운에서 열린 한인문화축제. /사진=KONO

Q. 이스트베이 한인회장(2017~2021년)에 이어 KONO 회장도 맡고 있습니다. 지역 사회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한인문화축제와 같은 행사는 빠짐없이 해야 합니다. 이런 행사를 통해 오클랜드에 한인이 살고 있고, 한인사회가 활발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계속 알려야 합니다. 이런 행사가 없으면 존재감이 약해지고 쉽게 잊힙니다. 도시의 고위공무원 등 여러 사람에게 한인들의 결속력을 보여주면, 나중에 필요할 때 우리의 권리도 주장할 수 있습니다. 같은 이유로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필리핀, 중국인들도 자신들의 문화를 알리는 축제를 합니다.
한인사회가 발전하기 위해 또한 필요한 것이 치안, 안전입니다. 그래서 KONO에선 텔레그래프 도로의 중요한 지점마다 CCTV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건물주와 KONO가 설치비를 반반씩 부담하는 것이죠. 지금까지 60개의 CCTV를 설치했는데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Q. 변호사로서 앞으로의 계획, 지역사회 리더로서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이곳에서 변호사 생활을 한 지 26년입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만큼 앞으로도 성실하게 변호사 생활을 할 생각입니다.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고 싶지만, 정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대신 한인 2세들이 오클랜드 정치 메인스트림, 메인 포지션에 나갈 수 있도록 토대를 만들고 싶습니다. 요직에 나갈 수 있도록 능력과 뜻이 있는 젊은이들을 지원해주고 싶습니다. 버클리, 스탠퍼드에 우수한 한인들이 있습니다.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지역 정치사회에 뜻을 품은 사람이 있다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KONO를 이끄는 한인사회 주요 인사들. 왼쪽부터 알렉스 한 회장, 유근배 회장, 정흠 회장, 이강선 이사.   /사진=최진석 특파원
KONO를 이끄는 한인사회 주요 인사들. 왼쪽부터 알렉스 한 회장, 유근배 회장, 정흠 회장, 이강선 이사. /사진=최진석 특파원
Q.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A. 오클랜드에 대해 일부 선입견을 가진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클랜드 시내에 오래 사는 입장에서, 선입견을 잠시 내려두고 한인문화축제에 와서 직접 확인해봤으면 합니다. 오클랜드 한인들이 얼마나 이 지역을 열심히 관리하고 가꾸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다른 지역의 한인들도 보다 많이 와서 함께 즐기는 기회가 됐으면 합니다.

실리콘밸리=최진석 특파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