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1.9조 세수 펑크에도…돈 더 풀겠다는 김동연
서울 다음으로 살림 규모가 큰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가 올해 세수가 당초 예상보다 1조9000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거래가 급격히 줄어 거래세 수입이 급감해서다. 경기도는 비상금 성격으로 남겨둔 돈(재정안정화기금 순세계잉여금 등)을 활용해 올해 모자라는 돈과 추경사업을 위한 자금을 마련했다.

김동연 경기지사(사진)는 25일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1432억원 증액된 33조9536억원 규모의 올해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마련해 도의회에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작년 말 도가 잡아놓은 예산(33조8104억원)을 0.4% 늘리는 내용이다.

경기도의 상반기 지방세 수입은 6조7019억원으로 올해 목표액 16조246억원의 41.8%에 그쳤다. 작년 상반기 세수 7조6861억원과 비교하면 9842억원(12.8%) 줄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1조9292억원(전망치의 12%) 규모의 ‘세수 펑크’가 예상된다.

경기도 1.9조 세수 펑크에도…돈 더 풀겠다는 김동연
김 지사는 비상금 지출과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해 2조4000억원의 재원을 추가로 마련했다고 밝혔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4700억원)과 통합재정기금(1052억원), 지역개발기금(818억원) 등을 끌어오고 지난해 예산 중 쓰고 남은 부분인 순세계잉여금(6075억원)과 세외수입(3672억원), 국고보조금(2848억원) 등을 가져와 쓰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과장 이상 간부의 업무추진비 10%(도지사 20%)를 삭감하는 등 공공 부문부터 허리띠를 졸라매 1609억원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발표에 앞서 도 안팎에선 경기도가 올해 광역지자체 중 처음으로 당초 예산 대비 줄어든 추경안을 공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신도시가 많은 경기지역에선 부동산 경기 침체와 정부의 보유세 조정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도에 따르면 상반기 도내 부동산 거래는 12만824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2% 감소했다. 경기도에서 지방세 수입 중 거래세 비중은 60%에 달한다. 그럼에도 ‘재정 확대’에 대한 김 지사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는 지역 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장기 미완료 도로(국지도 13곳, 지방도 10곳)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 확충에 1212억원을 배정했다. 지역화폐 발행(834억원), 중소기업 지원(227억원), 버스 연료비(216억원) 등에 예산을 투입하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대응을 위한 수산업체 매출채권 보험료 지원, 방사능 검사 결과 전광판 설치 등에 14억3000만원을 할애했다.

김 지사는 화이트보드에 경제성장률 기본공식(성장률=소비+투자+정부지출+순수출)을 써가며 “우리 경제가 직면한 투자 소비 수출의 동반 부진을 감안할 때 재정지출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재정 운용의 기본은 경기가 좋을 때 비축하고 나쁠 때 푸는 것”이라며 “내가 국가 경제 운용을 책임졌다면 올해와 내년의 재정 운용을 이렇게(긴축)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에 날을 세웠다.

수원=김대훈/이상은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