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테크 스타트업 페이지콜의 최필준 대표가 한경 긱스(Geeks)에 보내온 글을 공유합니다.
AI시대에도 지금 교육 통할까…'칠판의 디지털화'가 핵심 [긱스]
AI 시대에도 기존의 교육은 유효할까요? 해당 질문에 답변은 어떤 능력이 중요한 시대인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사람들이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이해는커녕 읽는 것조차 쉽지 않은 여러 전문 지식들을 전문가들이 대신 이해하여 솔루션을 제공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육의 목표도 자연스럽게 많은 지식을 정확하게 암기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ChatGPT 등이 보여준 Generative AI 기술은 사람들이 기존의 단순 키워드 검색을 너머 여러 변수들을 고려한 맞춤형 지식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기술의 이용 가격은 더 저렴하고, 24시간 쉬지 않죠.

그렇다면 지금까지 많은 지식을 압축적으로 학습시키고 정확하게 학습하였는지 평가하던 기존의 교육 목표와 평가 시스템은 AI 시대에도 그대로 유지되어도 괜찮은 것일까요? 혹은 AI가 인간이 하던 활동을 대체한다면 인류에게 교육이 더이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닐까요?

시대상을 반영한 교육

AI 기술이 매일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류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들 또한 많이 남아 있습니다. 오히려 각종 불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내고, 우주의 비밀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한 제도들을 고안하는 등 더 고난도 문제를 AI 기술의 도움을 받아서 풀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결국, 개개인이 AI시대 이전보다 더 넓은 범위의 지식을 더 깊게 학습한 이후, 우리 사회 속 풀어야 할 문제를 식별하고 정의할 수 있는 다재다능한(Versatile), 문제 해결력이 있는 인재로서 성장하도록 도전받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교육도 변화를 위한 도움닫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도 교육 산업은 변화를 싫어하기에 잔잔한 우물처럼 현상 유지만 하고 있을 것이라고 쉽게 예단합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2023년 현재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교육의 DX를 앞당긴 팬데믹

전통적인 교육 산업 속에서 디지털 전환 가속화의 도화선이 된 사건은 역시 팬데믹이었습니다. 팬데믹 기간 학교의 낡은 디지털 인프라가 대폭 개선되었고, 학생 개인의 집에도 온라인으로 선생님과 수업을 할 수 있는 장비와 초고속 인터넷망 설치가 확대되었습니다.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기 위한 여러 멀티미디어 교육 자료들도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과목용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현재에는 모든 학생들이 다시 학교 공간으로 모이게 되었지만, 이제는 교육 현장에 오프라인 교육과 온라인 교육의 장점을 결합한 교육 방법론에 대해 고민과 실험들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장점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교육 방법론은 지난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렸던 미국 최대 교육의 교육 기술 전시회 ISTE(International Society for Technology in Education)에서 큰 화두였습니다. 즉, 협동학습, 예체능 활동 등은 학교에서 예전처럼 진행하고 수학이나 과학 등 개인 성취도별 맞춤학습이 효과적인 영역은 디지털 기술을 통하여 진행하여 학생들의 교육 효과를 전 영역에서 극대화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가 지난 9년간 디지털 전환을 목표하는 여러 교육 기업들을 바로 옆에서 도우면서 알게 된 교육 산업의 미래와 디지털 전환의 조건 및 향후 흐름에 대한 예측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미래 교육 산업의 주요한 세 가지 특징

①첫 번째 특징은 개인 교육의 주기가 길어지고 배움의 주제가 지금보다 다각화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는 인류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게 되는 점, 그리고 AI 기술로 인하여 업무 현장에서 필요로하는 지식들의 종류가 변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사람들은 10대 때 집중적으로 필수 교육 기관을 통해 학습하고, 20대 이후에는 선택적으로 고등 교육 혹은 전문 교육을 받는 경향성을 보였습니다. 또, 한 조직 내에서 은퇴할 때까지 대체로 동일한 직무를 수행하는 커리어 사이클이 보편화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수명이 길어짐으로써 20대부터 50대까지 ‘1기 커리어’를 마무리 한 후 60대부터 ‘2기 커리어’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게 될 것입니다. 심지어 삶의 흐름이 빠른 사람은 세 개의 커리어 주기를 경험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1기 커리어는 은행원으로, 2기 커리어는 조경 관리사로 활동하는 등의 삶의 모습 들이 점차 증가하며 사람들이 새로운 커리어 주기를 시작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지식과 경험을 가르쳐주는 교육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②두 번째 미래 교육 산업에서 특징은 교육이 개인별로 차별화(differentiation)되고, 개별화(personalization) 되는 것이 구체화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교원 대비 높은 학생의 비율, 기술의 미비함 등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달성할 수 없었던 목표가 분명하게 구체화되어 실행될 것입니다.

이제는 같은 교실에서 같은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학생별로 다른 교육 방법 혹은 매체를 사용하여 달성하도록 도울 수 있으며(차별화), 같은 목표와 같은 방법을 택했다고 하더라도 개인별로 성취도에 따라서 학습의 속도를 다르게 진행할 수 있습니다(개별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하여 2025년부터 일부 학년들이 디지털 교과서를 전면적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디지털 교과서는 단순히 E-book 형태로 지류 교과서가 디지털 형태로 들어가는 의미가 아니라, 학생 개별 학습 목표에 따라서 필요한 학습 자료들과 문제들이 생성되어 개인별 맞춤 교과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초중고 학생들 뿐 아니라 모든 인생 주기에 걸쳐 교육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으며, 글로벌한 경향성을 가지고 추진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③마지막 세 번째 미래 교육 산업의 특징은 교육 현장의 활동들이 데이터로 기록되고 재활용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특히 선생님들의 활동 들 중 많은 업무들이 기술을 통하여 도움을 받을 것입니다.

이전에는 모든 교실의 수업은 수업이 끝나면 모두 휘발되어 없어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은 각각 칠판의 내용을 빼곡히 받아 적은 후 별도로 정리를 해야 합니다. 수업에서 이해를 돕기 위하여 활용되었던 여러 멀티미디어 자료들을 학생들이 수업 후에 별도로 복습하는 것도 지금은 쉽지 않습니다. 한편, 선생님들은 학생들에 대한 수업 성취도에 대한 메모 기록, 각 교실마다 다른 진도와 수업 진행 상황 등에 대해서 별도로 기억에 의존하여 많은 시간을 쏟아 관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생님의 업무를 보조하는 AI 기술(Tutor Copilot)들이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수업 준비, 과제 점검, 학습 지도, 평가와 피드백, 보호자 상담 등의 업무 중 AI로 대체되기 쉬운 순서대로 대체될 것이고 선생님은 본인의 교육 역량 개발과 학습 지도에 더욱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학생들 역시 수업의 모든 자료들이 자동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별도로 수업 자료를 관리하거나 노트 베끼는 일은 없어지고, 수업의 모든 활동들이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로 축적되어 평가, 입시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될 것입니다.

디지털 전환을 위한 다섯 가지 필수 요소

위와 같은 미래 교육 변화의 전제 조건은 교육 산업의 디지털 전환입니다. 즉, 교육 산업 내 모든 활동들이 디지털화 되어 기록 및 관리되며, 이러한 빅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합니다. 또한 교육 산업 내 이해관계인 들도 이러한 전환 방향성에 감정적으로 동의하여야 비로소 디지털 전환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전환을 달성하기 위한 요소들을 정리해보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AI시대에도 지금 교육 통할까…'칠판의 디지털화'가 핵심 [긱스]
교육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필요한 요소는 다섯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하드웨어와 초고속 통신망의 보급, 둘째, 디지털화된 학습 콘텐츠 개발, 셋째, 디지털 환경에 숙련된 선생님들, 넷째, 에듀테크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발전, 마지막 다섯째, 교육 이해관계인의 인식 전환입니다.

국내에서도 팬데믹 이전에는 위 다섯 가지 중 단 하나도 제대로 충족된 요소가 없었지만, 2023년 현재의 상황을 평가해보면 앞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국적으로 디지털 선도학교 300개가 지정되어서 학생 1인당 1 태블릿 디바이스가 공급되었으며, 2021년 6월 말 기준으로 전체 교실의 94%인 23만실에 기가급 와이파이망이 설치되었습니다. 또한 교원들 대상으로 최신 기종의 노트북을 25만대 보급하였으며 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도 꾸준하게 증가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인프라 및 하드웨어가 교육 현장에 스며들어 올바르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에듀테크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다른 AI나 블록체인 기술 등과 비교하여 자본과 인재 유입이 되지 않아 거의 형성되지 못했습니다. 또한 팬데믹 기간 갑작스럽게 수행된 온라인 수업의 교육 효과에 회의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교원들과 학부모들의 인식 전환은 미래 교육으로 가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남아있습니다.

쇼핑 산업의 디지털 전환에서 배우는 교육 산업의 디지털 전환

AI시대에도 지금 교육 통할까…'칠판의 디지털화'가 핵심 [긱스]
2023년 2월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2022년 전체 유통업체 매출 비중 중 오프라인이 51.4%, 온라인이 48.6%였다고 합니다. 그나마 수도권에 인구 중 절반이 살고 있고, 90% 이상이 도시지역에 거주하는 대한민국의 특수한 환경임에도 1995년 1세대 온라인 쇼핑몰이 국내에 등장한 이후 30년이 지나서 겨우 전체 산업 중 절반의 비율을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 이 온라인 쇼핑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 말에는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는 행위를 선뜻 신뢰한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변의 소수 얼리어답터들로부터 온라인으로도 오프라인과 동일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증언들을 꾸준하게 듣던 중, 저렴한 가격과 배송의 편리함 등 온라인 쇼핑의 여러 장점 중 하나라도 심리적인 장벽을 낮출 경우 비로소 온라인 쇼핑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한 이후에 비로소 꾸준하게 온라인 쇼핑 채널을 사용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명품, 고급 쥬얼리 등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을 보면서 누가 수 천 만원의 물건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느냐고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지만, 오프라인과 동일한 물건과 동일한 구매 경험을 저렴하고 다양한 혜택을 통해 가질 수 있다면 이러한 온라인 쇼핑 역시 익숙하게 될 것입니다.

위 쇼핑 산업의 전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온라인 전환의 가장 큰 전제 조건은 오프라인과 ‘동일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만약, 마트와 같은 물건이 배송 오지 않는다면 24시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든, 개인별 추천을 받을 수 있든, 집 앞까지 배송이 오든 상관없이 사람들은 절대로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렇듯 교육 산업의 디지털 전환의 전제 조건 역시 오프라인 학습과 동일한 품질의 학습을 온라인을 통하여 얻을 수 있어야만 한다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전제 조건이 충족된 이후에 비로소 온라인 수업들의 다양한 편의성들이 사람들에게 인식될 수 있는 것입니다.

현재 온라인 교육 솔루션의 한계

위 논의를 종합해보면, 교육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완전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학교나 학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교육과 동일한 품질의 교육을 온라인으로도 수행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러나 여기에서 교육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것이 모든 오프라인 학교와 학원 공간이 사라지고 100% 온라인으로 전환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 전환이 되었다면 최소한 교육의 대상이나 교육의 상황에 따라서 오프라인 교육과 온라인 교육 중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오프라인 교육만 운영하더라도 모든 참여자들이 네트워크에 연결된 하드웨어를 통하여 수업과 관련한 데이터들을 획득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이 오프라인 수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운영되는 것은 디지털 전환의 중요한 과정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현재 온라인 강의 서비스의 대부분은 오프라인과 동일한 품질의 수업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물론 제도적으로, 기술적으로 다양한 요소들을 생각 할 수 있겠지만 저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온라인 교육을 막연하게 화상 통신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법론이 여전히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대학 등의 대형 강의실처럼 선생님이 미리 준비한 수업용 자료를 슬라이드 형태로 보여주고 수 백 명의 참가자들은 일방향으로 강의를 들은 후 선택된 소수의 사람들이 수업 마지막에 간단한 질문을 한 후 마무리를 하는 유형입니다. 이러한 유형을 정보를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유형이라고 하겠습니다. 또 다른 하나의 유형은 1:1 개인교습처럼 선생님과 학생이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선생님은 학생이 이해를 못하면 다양한 예시를 즉석으로 만들어내거나, 다양한 예제를 풀어보도록 즉석으로 시키면서 첨삭하거나, 심지어 학생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면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기 위한 진단을 시도하는 등의 유형입니다. 이 유형은 문제 해결 유형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시중 대부분의 화상 솔루션은 정보 전달 유형의 수업은 오프라인의 수업과 동일한 수준으로 할 수 있도록 충분히 도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수업 내 발화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의 복잡성이 매우 낮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수업은 시장에 인터넷 강의(MOOC)라는 더 좋은 대안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굳이 실시간 통신을 통하여 수업 하는 것보다 인터넷 강의는 더 저렴한 가격,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점, 속도 조절을 통하여 편의성을 높인 점 등으로 더 우월한 대안으로서 시장에 존재합니다.

심지어 화상 통신 솔루션들은 두 번째 유형인 문제 해결 유형의 솔루션이 되지 못합니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보여주고, 추상적이고 복잡한 개념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칠판에 다양한 판서를 하고, 학생들도 칠판을 통하여 본인의 이해한바가 맞는지 선생님과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차원의 커뮤니케이션을 평면적인 화상 통신과 음성만으로 설명하려고 하거나, 미리 만들어진 수업 자료 슬라이드를 화면 공유를 통해서 보여주며 읽어주는 것은 학생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수업 목표 달성이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교육에서 빈번한 문제 해결 유형의 커뮤니케이션을 온라인으로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소가 더 필요한 것일까요?

지식 교류의 상징 ‘칠판의 디지털화’가 관건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추상적인 개념이나 복잡한 지식들을 설명하기 위해 돌, 나무 조각, 종이, 칠판 등의 매체에 무언가를 쓰면서 설명하고 학습하는 행위를 해 왔습니다. 칠판은 선생님이 설명할 때 물론 대부분 사용하지만, 학생들이 올바르게 이해했는지 칠판으로 나와서 문제 풀이를 해 볼 것을 시켜볼 수도 있는 매체입니다. 1:1 개인 교습을 할 때에도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놓여있는 빈 노트가 칠판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몰라서 질문을 하지 않는 학생들도 방금 배운 개념을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설명해보도록 시키거나, 문제를 풀어보도록 시키면 아는 척하거나 침묵할 수 없이 선생님에게 금방 실력이 들통납니다. 그러면 선생님은 더 다양한 예시와 문제 풀이를 이어가며 학생이 수업의 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지난 팬데믹 기간동안 온라인 수업이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신뢰받지 못했던 이유는 명확합니다. 선생님은 비디오로만 보이는 학생들의 학습 동기 부여를 위해 목소리를 계속 높이고 익숙하지 않은 비대면 수업을 했어야 하기 때문이고, 학생들은 선생님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교실에서 처럼 능동적인 수업 참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수동적인 참여자로 남고 결국 수업에 집중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학부모들은 될 수 있으면 오프라인 수업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온라인 수업이지만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 다양한 수업 자료들을 즉석에서 공유할 수 있고, 학생들도 말이나 채팅으로만 질문하는 것이 아니라 연습장에 문제 풀이하듯 문제를 풀 수 있고, 또 선생님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해 줄 수 있었다면 온라인 수업에 대한 이해관계인들의 이미지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오프라인과 동일한 품질의 온라인 교육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칠판 역할을 하는 화이트 보드 기능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리고 이 화이트보드는 그냥 마우스로 대충 밑줄을 치고 선을 긋는 투박한 기능이 아니라, 노트에 연필로 글씨를 쓰거나 분필로 칠판에 여러 그래프와 수식을 쓰듯 오프라인의 필기 느낌 그 자체여야 비로소 오프라인과 동일한 품질의 교육을 온라인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국내에서 크게 성장하는 중고등 화상과외 서비스 중 하나인 설탭은 심지어 화상 기능도 없이 음성과 화이트보드만으로 선생님과 학생이 온라인으로 소통을 하지만 수 만 명의 사용자들이 전국에서 수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설탭이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온라인 교육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선생님과 학생 모두 태블릿과 펜 입력기기를 가지고 마치 직접 만나서 연습장에 설명하듯 비대면으로 충분히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보시는 분들 문득 마음 속에 Zoom 등 화상회의 솔루션에도 화이트보드 기능이 이미 있기에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Zoom의 화이트보드 기능도 2022년 5월에 출시된 비교적 신생 기능이며, 교육에서 생각하는 화이트보드의 느낌보다는 업무용 회의를 보조하는 화이트보드에 가까운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육용과 업무용 화이트보드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AI시대에도 지금 교육 통할까…'칠판의 디지털화'가 핵심 [긱스]
현재 화이트보드 기능을 교육 기업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페이지콜의 운영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60분 길이의 온라인 수업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입력하는 획은 약 2만 획 정도가 됩니다. 즉 회의용 자료에 간단한 밑줄과 동그라미 등을 그리는 회의용과 다르게 교육용 화이트보드는 짧은 시간 내에 발생하는 수많은 입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참여자들 사이에 동기화를 하고 그래픽으로 표현해 주어야 하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또 PC에 비해서 하드웨어 수준이 낮고, 한편 무한정 성능을 끌어올리면 배터리가 빨리 닳고 발열 이슈가 생기는 태블릿 기기의 제한적인 조건에서 이러한 실시간 통신과 그래픽 렌더링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꽤나 높은 기술적인 난이도를 요구합니다. 하지만 모바일 3D게임처럼 다양한 참가자들이 동시에 조작을 하더라도 항상 같은 화면, 같은 데이터를 보장 해 줄 수 있어야 비로소 선생님과 학생들이 오프라인과 비슷한 품질의 수업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대교, 웅진씽크빅 등 국내 대형 교육 기업들도 팬데믹 이후 화상 통신 기능 중심 솔루션으로 온라인 수업을 고객들에게 제공하다가 현재는 페이지콜을 통하여 밀도 있게 질의응답을 할 수 있는 화이트보드 기능을 탑재하였습니다. 그리고 페이지콜 외에도 Pencil Spaces, Kami 등 팬데믹 이후 화이트보드 기능을 중점으로 창업하여 빠르게 성장하는 글로벌 서비스들이 등장함으로써 교육용 화이트보드가 하나의 기술 트렌드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즉, 이제는 바야흐로 디지털 전환의 다섯 가지 요소들이 모두 충족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디지털 전환 이후 교육 산업의 전망

향후 3년은 선진국 중심으로 교육 현장을 디지털 전환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시도가 지금보다 더 크게 증가할 것입니다. 이는 디지털 교과서 보급을 위해 학생 1인당 1디바이스 정책에 따라 개인 학습 태블릿, 교실 내 전자칠판, 개인 디지털 기기 보관 및 충전 시설, 와이파이 커버리지 확대 등을 위한 자본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현재에는 실력 진단, LMS(학습관리시스템), 평가 및 피드백, 온라인 수업 도구 등 파편화 되어있는 에듀테크 솔루션들이 수직적으로 통폐합되어 교육 산업의 슈퍼앱이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플랫폼을 통하여 디지털 전환의 후발 국가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선진국들의 속도보다 훨씬 가속화될 것입니다.

두 번째로 디지털 전환된 교육 현장에서 매일 수 억 명의 강사와 학생들이 발생시키는 데이터를 통하여 결국 AI Tutor가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이제는 개인이 배우고 싶은 주제에 대해서 가장 적합한 학습 커리큘럼, 최적의 설명 방식, 맞춤형 학습 교재 생성 등이 가능한 기술이 대중적으로 보급될 것입니다. 또한 현재의 수능, SAT, TOEFL, GRE 등 특정 시험일에 특정 문제 세트를 통하여 실력을 평가하던 경향에서, 매일 함께 학습하던 AI Tutor를 통하여 학습의 과정을 평가하여 실력을 진단하는 평가 시스템이 점차 도입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전환의 주제와 모순적일 수 있지만 오프라인 교육 공간이 강화될 것입니다. 마치 온라인 쇼핑이 득세한 이후 백화점이나 마트가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결국 더욱 사람 중심의 체험형 공간으로 재편되어 강화된 것처럼 말입니다. AI 성능이 크게 발전하여도 인격을 갖추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학생들은 AI가 제안하는 숙제, 수업을 언제든지 미룰 수 있으며, 사람들은 학습 공동체를 통하여 함께 성장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지역마다 학습 공동체를 형성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교육 공간들이 새롭게 탄생하게 될 것입니다.

여전히 이러한 예측을 보며 ‘그래도 교육 산업은 변화가 느리고 고리타분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류는 이제 AI 기술 이전으로 다시는 돌아갈 수 없으며, 인간과 AI가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하는 미래가 성큼 다가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거대한 사회적 변화 속 교육의 목표와 방법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고, 다른 산업에서 뒤처진 디지털 전환의 격차만큼 교육 산업이 더 빠른 속도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될 것임을 저는 확신합니다. 그리고 3년 뒤, 글로벌 교육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의 큰 축을 책임지고 있는 대한민국 기업의 대표로서 다시 한 번 글을 기고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 최필준 페이지콜 대표
AI시대에도 지금 교육 통할까…'칠판의 디지털화'가 핵심 [긱스]
최필준 페이지콜 대표는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과 계산과학을 전공했습니다. 수학 강사로 활동하면서 접근성 문제로 양질의 교육을 받기 힘든 교육 현장을 목격하고 지금의 '페이지콜'을 만들었습니다. 자체 기술력으로 완성한 실시간 화이트보드 특화 솔루션 '페이지콜'을 중심으로 국내외 교육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