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서울대 졸업생 다 나갈라"…펀드 만드는 관악구의 속사정
기업 적은데, 사회복지비용 지출 많아
전체 세출에서 57%인 5604억 필요

기초자치구 첫 펀드 조성 스타트업 육성
"총 59억 규모, 스타트업에 10곳 투자
서울대 졸업생들 관악구 둥지 틀도록 지원"
서울 관악구는 1960년대까지 경기도 시흥에 속했다. 1963년부터 서울시가 행정구역을 확장하면서 경기 시흥군 동면의 시흥리, 독산리, 가리봉리, 신림리, 봉천리를 영등포구에 편입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출장소를 설치했는데 그 이름이 ‘관악 출장소’다.
정식으로 관악구가 독립한 것은 그로부터 10년 후. 1973년에 영등포구의 일부가 독립하면서 관악구라는 이름을 받았다. 이름의 유래는 뚜렷하다. 관악산이다. 이 무렵엔 지금의 동작구(노량진동, 본동, 상도동 등), 지금의 서초구 일부(방배동, 서초동, 반포동, 잠원동, 양재동)도 관악구에 들어 있었다. 1980년 동작구가 독립하고 조금씩 행정구역 조정을 거쳐 현재에 이르렀다. 면적은 29.56㎢인데 절반은 주거지역(49.52%), 절반은 녹지지역(46.82%)이다. 인구는 48만여명이며 세대 수는 28만여세대로 세대당 인구 수가 1.69명에 불과하다.
"이러다 서울대 졸업생 다 나갈라"…펀드 만드는 관악구의 속사정
관악구 OO동이라고 하면 어디가 떠오를까? 흔히 봉천동과 신림동을 떠올릴 것이다. 관악구에는 동이 3개다. 남현동, 봉천동, 신림동이다. 이것은 흔히 통칭하는 이름이고 실제로는 신림동 아래 11개의 행정동이 있는 등 총 27개의 행정동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과거에 신림1동~13동, 봉천 1~11동 식으로 부르던 흔적이 남아 있다. 지금도 ‘신림동’을 검색하면 금천구보다도 넓은 면적이 잡힌다.

재정자립도 낮고 사회복지지출 많은 편

관악구의 올해 본예산은 9715억원이다. 일반회계가 9548억원, 특별회계가 166억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기금 등을 합한 한 해 예산은 1조원을 살짝 웃도는 수준이다. 관악구는 지난 18일 총 673억원 규모의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관악구의회에 제출했는데, 부동산 세제(재산세 과표조정) 개편에 따른 영향으로 세입 예상액은 줄이는 감추경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관악구청 예산팀은 설명했다. 의회는 이 내용을 검토해 9월 중순 의결할 예정이다.
서울대입구역 인근 관악구청 모습. / 관악구청 제공
서울대입구역 인근 관악구청 모습. / 관악구청 제공
관악구 예산은 앞서 살펴본 노원구나 강서구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기업은 많지 않고, 돌봐야 할 약자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재정 자립도도 낮다. 올해 기준 19.9%에 불과하다. 이는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22번째 수준이다. 예산 내역을 살펴 보면 본예산 기준으로 지방세수입은 13.96%(1356억원)에 불과하고 조정교부금이 22.61%(2196억원), 보조금이 47.99%(4662억원)으로 주요한 수입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보조금 중에서는 국고보조금이 3021억원(본예산 대비 31.11%), 시도비보조금이 1640억원(16.89%)로 각각 2대 1 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사회복지비용 지출이 전체 세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노원 강서구가 각각 62% 수준이었던 것보다 약간 낮은 57.69%(5604억원)다. 특히 노인 청소년 관련 지출이 2193억원으로 큰 몫을 차지하고 기초생활보장에도 1409억원 등 적잖은 돈이 나간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될수록 관악구 강서구 노원구와 같은 구의 지출 부담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관악구는 또 1인가구 비중이 높고, 청년층의 비중이 높은 구이기도 하다. 청년 정책이 많다. 관악산 자락의 서울대는 관악구가 미래 비전을 설명할 때 빠뜨리지 않고 들어가는 핵심적인 지역 명물(?)이다. 실제로 박준희 구청장은 관악구에 ‘S밸리’를 조성하는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이고 있는데, S밸리의 핵심이 서울대로부터 배출되는 역량 있는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지 않고 이 곳에서 둥지를 틀고 성장하게 하자는 것이다.

기초지자체 최초로 '펀드출자'..스타트업 생태계 조성

관악구 예산에서 작지만 눈에 띄는 부분은 펀드출자다. 서울시 등 광역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펀드 출자를 통해 지역의 스타트업 육성을 장려하는 경우는 많지만, 구청 단위에서는 드물다. 광역지자체와 내용이 겹치기도 하고 예산 사정이 대개 빠듯하기 때문이다. 특히 관악구는 앞서 설명했다시피 재정력지수가 낮은 구에 속한다.

그러나 관악구는 2020년 기초자치구 중에서 처음으로 펀드를 조성해서 지역 스타트업 육성을 시도했다. 출자금액은 5억원으로 미미했다. 모태펀드 등과 매칭 방식으로 만든 ‘스마트대한민국메가청년투자조합’이다. 이 펀드는 총 200억원 규모로 만들어졌다. 이대일 관악구청 벤처밸리조성팀장은 “당시 출자금의 2배인 10억원어치만 지역 내 스타트업 투자에 활용되었고, 또 관악구 내 스타트업 대부분은 아직 프리A 투자 단계(시리즈 A 투자 전 단계) 수준인데 조성된 펀드에서는 시리즈 A 정도 투자에 집중했다”고 회고했다.
관악S밸리 8월 창업캘린더 / 관악S밸리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gwana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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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는 이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관악구 내 프리A 수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두 번째 펀드를 다시 꾸리고 있다. 가칭 ‘관악S밸리 펀드’다. 서울대기술지주가 운용을 담당하는 GP 역할을 맡고, 관악구청과 민간 벤처캐피털(VC) 3곳이 투자사(LP)로 참여할 계획이다. 관악구청은 이를 위해 20억원을 출자한다. 첫 번째 펀드 때는 일반회계에서 5억원을 출자했는데, 이번에는 20억원을 한꺼번에 예산에서 쓰는 것이 부담스러워 중소기업육성기금에서 작년 10억원, 올해 10억원을 배정하고 이를 출자자금으로 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 팀장은 “서울대기술지주는 서울대 출신 스타트업에 투자를 많이 하기 때문에 서로 원하는 바가 맞아서 같이 하게 됐다”며 “총 59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서 기업당 3억~5억원씩 약 10곳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관악구에는 특별한 산업이나 기업이 없다는 인식을 넘어 창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한 마중물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악구가 물꼬를 튼 후 다른 기초지자체들 중에서도 관악구처럼 지역 내 스타트업만을 지원하는 펀드를 조성하는 곳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재정여력이 큰 강남구가 곧바로 바통을 이었고, 양천구 동작구 등에도 비슷한 펀드가 조성됐거나 조성 중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