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교육이 빈사 상태에 빠졌다. 경제 과목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자 비율이 1%대로 고꾸라졌고 그나마 2028학년도 수능에서 퇴출될 위기다. 대학 경제학과에 입학하려는 수험생까지 경제 수업을 듣지 않을 정도로 일선 교육 현장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경제 수업이 어렵고, 성적을 내기에도 불리하다는 인식이 퍼진 결과다. 사회에서 경제 지식이 중요해진 시대 흐름에 맞지 않게 교육 현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6월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 응시생 38만1673명 중 경제 과목 선택자는 5588명으로 1.5%에 그쳤다. 사회탐구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 대비 비율을 따져봐도 2.9%에 불과했다.

실제 수능에서는 비율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치러진 2023학년도 수능에서 응시 인원 44만7669명 중 경제 과목을 선택한 수험생은 4927명으로 1.1%에 그쳤다. 이 비율은 2007학년도 16.0%를 정점으로 하락해 2012학년도에 한 자릿수(6.0%)로 낮아졌고, 현재는 1% 선마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경제 과목은 아예 수능 선택과목에서 제외될 위기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5년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 위한 교과목 개편으로 현재 9개인 사회교과의 일반선택 과목을 4개로 줄이는데, 경제 등 나머지 5개 과목은 수능에 출제되지 않는 진로선택 과목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이 대학에 입학하는 2028학년도부터 적용될 전망이다.

국민의 경제이해력이 저조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는 잘못된 교육 개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 1만5000명을 대상으로 경제이해력을 조사한 결과 평균 점수가 100점 만점에 60점 안팎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학업 성취도를 높여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가 돌아가는 기본 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사회적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하다”며 “학생들이 초·중·고교에서 경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다 보니 성년이 돼도 경제적으로 자립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임도원/강진규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