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허가" 뉴스로 주가 들썩…'제약사 주가교란 방지법' 통과되나
3상 임상 완료 전 조건부 시판 허가 약품
의약품 규제 약사법으로 상향 조정 입법
제약업계 "반기별 자료 제출땐 부담 커져"
3상 임상시험을 완료하기 전 조건부로 시판 허가된 의약품에 대한 규제를 현행 지침 수준에서 약사법으로 상향 조정하는 입법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 조건부 허가 의약품의 관리·감독이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보니, 제약업체 주가 상승 등에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법안에 약사단체는 찬성을 표했지만, 제약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제약계 반발을 최소화해 규제 수용성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일부법률개정안 개요

제약사 주가 교란 막을까…행정 부담 우려도

최종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이 같은 내용의 '조건부 허가 약품 안전성 강화법(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 임상 3상 품목 조건부 허가를 받은 제약사는 임상시험 계획, 실시상황, 경과 등을 보고하도록 하고, 임상기한 연장 조건을 강화해 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최 의원안은 조건부 허가를 받은 제약사가 허가 받은 날부터 3개월 이내 임상시험 자료 등 제출 계획을 식약처장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또 연 1회 보고하던 임상시험 실시 상황 등을 매 반기별, 즉 1년에 두 번으로 늘려 식약처장에게 보고하도록 했다. 임상시험 자료 등 제출 기한을 연장할 땐 중앙약사심의위원회의 의견을 듣고 연장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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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허가는 환자에게 신속하게 의약품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확대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할 임상시험에 대한 관리·감독이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조건부 허가 품목 35개 중 42%에 달하는 15개가 3년이 지나도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 또 10개 국내 신약 중 8개가 미제출 상태고, 이중 4개 품목은 임상시험 결과를 10년째 제출하지 않고 있었다. 6개는 허가 철회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시험 경과 보고도 전체 35개 품목 중 7개 품목만 진행했다. 조건부 허가를 받은 품목 80%가 임상시험 진행 현황을 보고하지 않은 것이다.

관리 허술로 주가 10% 급등하기도

일부 제약회사는 이런 법의 미비점을 이용해 주가를 올렸다는 의혹도 받았다. 지난 2016년 한미약품은 조건부 허가 품목 중 항암제 '올리타정'이 3상 임상시험에서 중대한 부작용이 발견됐음에도 제때 보고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또 올리타정 조건부 허가 뒤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8500억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당일에만 주가가 10% 넘게 급등했다. 이후 계약은 해지됐지만,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 의원은 "환자에게 신속하게 의약품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확대한다는 본래 취지와 다르게 제약사 주가 올리기 목적으로 제도가 악용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발의 배경을 밝혔다.

약사회는 찬성…제약업계는 반발

3상 임상시험 결과를 정해진 기간 내 제출할 것을 전제로 한 이 법안을 두고 제약업계는 우려를 표했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는 “기존 조건부 허가 제품을 살펴볼 때 일반적으로 6개월은 식약처 보고가 필요할 정도의 유의미한 변동사항이 발생하기엔 짧은 기간”이라며 “반기별로 자료를 제출할 경우 검토를 위해 소요되는 인력, 시간 등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약사단체는 "조건부 허가약 안전성 검증을 강화하는 법안"이라며 찬성했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임상자료 제출기간 연장 여부 결정 시 중앙약심 심사를 필수로 거치게 하는 등, 식약처의 의약품 안전성 검증 책임을 강화하는 개정안 취지에 동의한다"고 피력했다.

식약처는 신중한 입장이다. 식약처는 "품목 조건부 허가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개정안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업계의 규제 수용성 확보를 위해 충분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법안은 앞서 6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돼 한 차례 논의됐다. 제약업계에 행정 부담을 키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많아 추가 논의를 더 거칠 전망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