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년째 장기 집권 중인 훈센 캄보디아 총리가 23일 총선을 치러 임기를 5년 더 연장했다. 훈센이 맏아들 훈마넷(45)을 후계자로 내세워 총리직 세습을 추진하는 가운데 편파적으로 치러진 이번 선거는 독재정권의 구색 갖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훈센이 이끄는 캄보디아인민당은 총선 결과에 대해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고 발표했다. 투표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전국 투표소 2만3789곳에서 이뤄졌다. 투표율은 84.2%로 집계됐다. 18개 군소 정당 소속 후보가 출마했으나 집권 여당을 넘어서지 못했다. 인민당은 125개 의석을 전부 차지하고 있고, 총선의 전초전 성격인 작년 6월 지방선거 때 기초지방자치단체 격인 총 1652개 코뮌 중 1648곳에서 평의회 대표직을 석권했다.

캄보디아 야권 인사들은 2017년 캄보디아구국당(CNRP)이 반역 혐의로 해산당한 뒤 촛불당을 조직해 선거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 캄보디아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5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촛불당의 총선 참여 자격을 박탈했기 때문이다. 훈센은 선거법을 개정해 투표하지 않은 사람의 출마도 제한했다. 해외로 망명했거나 가택연금 중인 정적의 출마를 막기 위해서다. 프랑스로 망명한 삼랭시 전 CNRP 대표는 이번 총선을 ‘가짜 선거’라고 비난했다.

2월 발표된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의 민주주의지수에서 캄보디아는 선거 절차와 다원주의 부문에서 북한과 함께 0점을 받았다.

훈센이 아들에게 정권을 넘겨주고 후선으로 물러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훈센은 최근 중국 관영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총선 후 한 달 안에 훈마넷에게 총리직을 넘길 수 있다고 밝혔다. 캄보디아군 부사령관이자 육군 대장인 훈마넷은 인민당 중앙위원회 상임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2021년 12월 훈센 총리가 아들을 후계자로 지명하자 인민당은 그를 ‘미래의 총리 후보’로 지명했다. 캄보디아 총리는 국왕이 국회 제1당의 추천을 받아 지명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