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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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무더기 하한가가 발생한 5개 종목의 신용잔고율이 0%대로 내려왔다. 하락세가 지속되며 신용으로 샀던 주식이 반대매매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종목의 주가는 반등에 성공해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투자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대한방직의 신용잔고율은 0.27%였다. 하한가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달 13일 대한방직의 신용잔고율은 7.41%에 달했다. 동일금속, 동일산업, 방림, 만호제강의 신용잔고율도 0%대로 내려왔다. 이들 5개 종목은 지난달 14일 비슷한 시간에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했다.

신용잔고율은 신용거래 매수량을 총주식 수로 나눈 값이다. 신용잔고율이 높을수록 상장된 주식 중 신용으로 산 주식이 많다는 뜻이다. 신용잔고율이 3%만 넘어도 높은 수준인데, 0%는 신용이 거의 없다보니 깨끗한 주식으로 불린다. 문제는 반대매매로 신용잔고율이 급격히 하락했다는 점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주식을 외상으로 샀다가 갚지 않으면 증권사가 해당 주식을 강제로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하한가 종목들에 대해서 지난 4일 사상 최대 규모의 반대매매가 쏟아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976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21%를 기록했다. 금투협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4월 이후 최대치다. 지난 3일에도 반대매매 금액과 비중이 각각 928억원, 19.2% 수준으로 집계됐다. 하한가 사태 종목의 신용잔고는 지난 3일과 4일(매매 기준) 급격히 줄었다. 이들 종목의 거래가 재개되자 2거래일간 역대 최대 규모의 반대매매가 쏟아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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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며 이들의 주가는 또 주저앉았다. 거래재개 후 5거래일 간 이 종목들의 주가는 평균 47.7% 하락했다. 시가총액도 쪼그라 들었다. 하한가 사태 전 5개 종목의 시총을 합산한 수치는 1조6837억원이었다. 하지만 지난 7일 종가 기준으로 봤을 때, 이들의 시총은 5911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었다.

하지만 반대매매가 휩쓸고간 이후 신용잔고율이 0%대로 떨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주가가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고 판단해 이른바 '하따(하한가 따라잡기)'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지난 7일 만호제강은 전일 대비 7.63% 올랐으며 방림도 1.44%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기초체력) 분석 없이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앞서 폭락했던 골드앤에스, 디와이피엔에프, 신대양제지에도 개인 투자자가 몰렸지만, 여전히 주가가 회복되지 않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사가 지속되고 있는 점도 변수다. 최근 서울남부지검과 금융당국 합동수사팀은 '5개 종목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 온라인 주식정보 카페 운영자 강모(52)씨 등 3명에게 시세조종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은 통정매매 등 수법으로 주가를 띄우고 359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만 강씨는 카페에 올린 글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소액주주운동 차원에서 오랜 기간 주식을 사들여 왔을 뿐 시세조종 등 주가조작에 관여한 적은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