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희 DL이앤씨 데이터혁신팀 팀장이 D-보이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정양희 DL이앤씨 데이터혁신팀 팀장이 D-보이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아파트 하자 보수요? 그거 신청하면 되긴 되는 건가요? 작년 여름 우수관에 문제가 생겨서 건설사에 문의했는데 1년이 넘도록 처리되지 않고 있거든요. 우수관에 문제 생긴 건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지. 어쨌든 하자 처리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나아요."

지난해 초 서울에 있는 준신축 아파트로 이사를 한 김모씨(35)는 아파트 하자 보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처음 하자 보수를 신청한 이후 처리가 되질 않아 전화를 여러 차례 걸었다. 김모씨는 반복된 상황에 점점 지쳐갔고 결국 하자 보수를 포기했다.

하자 보수를 두고 건설업계가 변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그리고 '더 빠르게' 처리하려고 변화 중이다. 변화를 이끄는 곳은 DL이앤씨다. '정확하고 빠른' 업무 처리를 돕고 있는 것은 업계 전반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공지능(AI) '챗 GPT'다.

정양희 DL이앤씨 데이터혁신팀 팀장은(46·사진)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DL이앤씨의 고객 케이시스템인 D-보이스 시스템에는 다양한 기술이 접목돼 있지만 챗 GPT 4.0을 도입하면서 업무 처리 속도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건설사, 어떤 업권보다 디지털화 필요"


D-보이스 시스템은 다양한 고객의 니즈와 불만족 포인트를 찾아 빠르게 응대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나아가 DL이앤씨의 상품과 서비스에 고객 목소리를 녹이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에는 다양한 기술이 접목돼 있다.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STT △키워드 등을 기준으로 하자 처리 우선순위를 선별하는 AI △고객의 전화 내용과 하자 접수·처리 과정을 화면으로 보여주는 D레이크(데이터 플랫폼) 등이다.

정양희 팀장은 "이런 기술들은 지난해부터 구축 중이고 현업에서 곧바로 쓸 수 있게 시범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가장 큰 문제가 있었다"며 "텍스트로 전환한 긴 통화 시간의 대화 내용을 콜센터 직원이 간략하게 요약해 제공하는데 할애하는 시간이 너무 많았고 요약 내용도 제각각인데다 일부는 누락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 바로 챗 GPT 4.0이었다"며 "챗 GPT 3.5에서도 요약 수준이 부자연스러웠는데 4.0버전의 요약 내용은 '사람보다 낫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끄러웠다"고 강조했다.

"하자 관련 업무 처리속도 빨라져…디지털화 늦은 만큼 속도 내야"

D-보이스 시스템에 챗 GPT가 접목되고 난 이후 하자 관련 업무 처리 속도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는 설명이다.

정 팀장은 "운영을 시작한 지 1개월 정도밖에 되질 않아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시스템에 들어가 보면 오전에 걸려 온 하자 접수에 관리자가 점심시간이 지나기 전 확인을 하고 실무자가 확인 결과를 시스템에 당일 기록해 마무리하는 경우가 다수"라면서 "이전에는 1주일 단위로 업무가 업데이트됐던 부분이 이제는 매일 업데이트 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양희 DL이앤씨 데이터혁신팀 팀장은 챗GPT 도입으로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정양희 DL이앤씨 데이터혁신팀 팀장은 챗GPT 도입으로 직원들의 업무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산업의 디지털화는 이미 다양한 업권에서 도입했고 일정 부분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건설업에선 여전히 디지털화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 팀장은 "건설업계에선 본사와 현장 사이의 괴리가 상당히 크다"며 "본사에서는 일정부분 디지털화를 달성했을지는 몰라도 현장에선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다른 산업계에 비해 디지털화 수준이 매우 뒤떨어져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쉽게 얘기하면 요즘은 어떤 신용카드를 쓰든 어떤 계좌에서 지출하든 지출현황이 자동으로 가계부에 입력돼 소비성향을 분석해주는 앱(응용프로그램)들이 넘쳐난다"며 "하지만 정작 내가 여전히 현금만 가지고 직접 돈을 쓰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면 디지털 기술은 무용지물인 셈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을 경영하는 측면에서 볼 때 이런 패인(敗因)은 현재 경영 환경에서 매우 치명적"이라면서 "DL이앤씨는 활용해야 하는 수많은 현장의 데이터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휘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깨동무M을 구축해 1~3모듈(출역, 작업지시서, 품질시정서)은 현업에서 시행 중이고 4모듈(레미콘 품질관리)은 개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AI 시스템, 사람 대체할 수 있을까

챗 GPT가 도입돼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 팀장은 "오히려 반대"라고 답했다. 그는 "예컨대 A씨가 어떤 일을 하는데 지금까지는 하루에 6시간씩 걸렸다면 AI 시스템 도입으로 소요되는 시간이 절반에서 그 이상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며 "한 사람이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 기업 입장에선 생산성이 더 높아지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설업은 다른 업계에 비해 디지털화가 늦은 만큼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정 팀장은 "처음 산업계에 디지털화 붐이 일었을 때와 현재의 디지털화는 의미가 다르다"면서 "이전에는 아날로그 방식을 디지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디지털화의 개념이었다면 디지털화된 업무를 더 고도화하는 것이 현재의 디지털화"라고 짚었다.

이어 "D-보이스를 통해 요약 정리된, 즉 정제된 고객들의 데이터가 지금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며 "현재는 사내에서 고객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부서가 이런 데이터를 많이 다루고 있지만 결국엔 상품, 기술, 개발 부서에서도 고객 니즈를 반영해 'e편한세상'이 더 나은 아파트가 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챗GPT 도입했더니…아파트 하자 처리 속도 '쑥' [이송렬의 우주인]
정양희 DL이앤씨 데이터혁신팀 팀장은 부산대학교 건축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2년 대림산업에 입사해 2004년까지 부산화명아파트 현장 기사를 맡았다. 2004년부터 2011년까진 기술개발원 건축연구지원팀원으로 있다가 2012년부터 2018년엔 같은 원 기술기획팀원으로, 2019년부터 2020년까진 동원 기술기획팀장으로 있었다. 2021년부터 현재까지 경영지원본부 데이터혁신팀장을 맡고 있다.

데이터혁신팀은 전 임직원의 데이터 경영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현업에서 맞닥뜨린 업무상 문제 해결을 위한 데이터 분석을 지원한다. 조직의 디지털화를 위한 업무 프로세스 혁신을 추진한다.
우주인. 집우(宇), 집주(宙), 사람인(人). 우리나라에서 집이 갖는 상징성은 남다릅니다. 생활과 휴식의 공간이 돼야 하는 집은, 어느 순간 재테크와 맞물려 손에 쥐지 못하면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끼게 만드는 것이 됐습니다. '이송렬의 우주인'을 통해 부동산과 관련된 이야기를 사람을 통해 들어봅니다. [편집자주]
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영상=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byun8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