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을 지나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50대 후반~70대 중반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에서 자녀 세대로 ‘부의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연합뉴스
미국 뉴욕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뉴욕증권거래소(NYSE) 앞을 지나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50대 후반~70대 중반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에서 자녀 세대로 ‘부의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FP연합뉴스
주식에 투자하는 미국 베이비부머(전후 1946∼1964년생) 세대가 늘고 있다. 주식시장의 장기간 호황장 덕에 부를 축적한 베이비부머 세대는 꾸준한 수익률 가져다 준 주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갤럽이 4월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미국의 65세 이상 응답자 중 약 3분의 2는 개인 증권계좌나 뮤추얼 펀드, 퇴직저축 계좌 등을 통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다.

베이부머 세대는 글로벌 금융 위기 전인 2008년엔 절반 정도만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그 비중이 최근 더 커진 것이다. 연령대별로 봐도 2001년부터 꾸준히 주식을 하는 비중이 늘어난 건 베이버부머 세대가 유일했다.

통상적으로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보수적으로 변하고, 주식과 같은 변동성이 큰 위험 자산에서 국채와 같은 안정적인 투자처로 이동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은 지난 몇 년 미국 중앙은행(Fed)가 제로(0)에 가까운 저금리 정책을 펼치는 기간 이자가 거의 없는 예금을 떠나 주식 투자를 더 늘려왔다. 작년부터 Fed가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채권과 현금에 대한 매력이 커졌음에도 여전히 주식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있다.
연령대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중. 사진=갤럽, WSJ
연령대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중. 사진=갤럽, WSJ
이는 경험과 관련이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1980년 미국 주식이 호황기를 누릴 때 첫 투자를 시작했다. 이들은 1987년 블랙 먼데이, 2000년대 닷컴 버블, 2008년 금융 위기, 2020년 코로나 팬데믹 등 굵직한 사건을 겪으면서 주식 시장이 무너졌다가 회복되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왔다.

볼빈 자산관리그룹의 대표인 지나 볼빈은 "베이비부머 세대는 강세장의 시작과 함께 성인이 됐다"며 "그들의 경험에서 봤을 때 시장은 붕괴한 다음 반등했고, 주식이 안전한 투자처라는 생각을 강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다우존스마켓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주식이 바닥을 쳤던 2009년 3월 이후 S&P500 지수는 70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하는 미국 채권 지수는 같은 기간 46%의 수익률을 냈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막 투자에 뛰어들던 시기 ETF가 생겨나면서 투자 접근성이 더 쉬워진 측면도 있다. 세계 최초의 인덱스 펀드인 '뱅가드 500 인덱스 펀드'는 1976년에 출범했고, 최초의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500 ETF는 1993년에 출시됐다. 미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인 401k는 1980년대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무너져도 결국엔 오른다"…주식에 푹 빠진 美 베이비부머
미국인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도 베이비부머들의 주식 투자가 늘고 있는 원인이다. 미국 연방 사회보장국에 따르면 1940~1960년 사이 남자 평균 수명은 약 5년, 여자 평균 수명은 거의 8년 늘었다. 이들은 은퇴 후 삶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졌다. 그동안 모아온 은퇴 자금을 고배당주, 우량주, 기술주와 같은 비교적 안정적인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라퍼 텡글러 인베스트먼트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낸시 텡글러는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의 노후를 위해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스스로 그 자산을 투자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