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꺾인 물가…금리 인상 끝? [조재길의 핵심이슈]
[간밤 월드뉴스 총정리 6월14일] 간밤 월드뉴스를 총정리하는 한국경제신문 조재길 특파원의 핵심이슈입니다. 글로벌마켓나우 방송에서 사용한 PDF가 기사 하단에 첨부돼 있습니다.(다운로드 가능)

시장 기대 부합한 5월 인플레이션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시장 기대치에 부합할 만큼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동기 대비 4.0% 상승해 시장 전망치(4.1%)를 밑돌았습니다. 4월 상승률 4.9%와 비교하면 뚝 떨어졌습니다. 11개월 연속 디스인플레이션이 이어졌습니다. 1921년 이후 최장 기간입니다.

전달 대비로는 0.1%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4월(0.4%)에 비해 상승 폭이 둔화했습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작년 동기 대비 5.3%, 전달 대비 0.4% 각각 올랐습니다.

에너지 가격이 한 달만에 3.6% 떨어지면서 물가 둔화세에 가장 크게 기여했습니다. 에너지값은 1년 전과 비교하면 11.7%나 하락했습니다.

계란값은 1951년 이후 72년 만에 가장 많이 떨어졌습니다. 1개월 하락률이 13.8%에 달했습니다.
확 꺾인 물가…금리 인상 끝? [조재길의 핵심이슈]
반면 주거비(전달 대비 0.6%)와 중고차값(4.4%)은 여전히 상승세를 이어갔습니다.

물가 둔화세가 뚜렷하지만 임금 상승률보다는 앞서면서, 실질 임금이 26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시장 예상에 부합한 CPI 수치가 공개되면서 페드워치의 이달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90%를 훌쩍 넘고 있습니다.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했습니다. 특히 나스닥지수의 올해 상승률은 30%를 넘었습니다.

CPI·금리 정책에 대한 월가 분석은?


월스트리트에선 5월 CPI 수치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금리 정책 방향에 대해선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재니 몽고메리 스콧의 가이 르바스 수석전략가는 “인플레 위기는 사실상 끝났다”며 “시장은 더 이상 물가 숫자의 작은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바로 미국 중앙은행(Fed)이 원했던 수치가 나왔다”며 “중고차값이 뛰었지만 신차값이 둔화하면서 향후 걱정거리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피터 치르 아카데미증권 거시전략 책임자는 “근원 물가 상승률이 전달 대비 0.4% 뛴 게 불안하다”며 “실질적인 주거비도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에 안도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지적했습니다.

Fed 정책과 관련, 루빌라 파루키 하이프리퀀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개선됐기 때문에 Fed는 연말까지 현 금리(연 5.0~5.25%)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오메어 샤리프 인플레이션 인사이트 창업자는 “(좀 불안한) 근원 물가는 오는 9월까지 실질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며 “Fed의 7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평가했습니다.

가지 팔 차두리 블랙록 ETF 투자전략 책임자는 “Fed는 일단 6월에 금리 인상을 건너뛰고 연내 금리를 추가로 한 번 올리겠다는 신호를 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씨티 전략가 "재하락 가능성추격 매수 말라"


씨티그룹의 스콧 크로너트 주식전략가가 최근 들어 달아오르고 있는 증시를 향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크로너트 전략가는 “S&P500지수가 작년 10월 이후 20% 넘게 뛰었지만 추격 매수해선 안 된다”며 “지수는 연말에 다시 4000으로 주저 앉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그는 “인공지능(AI) 붐이 상승세를 주도했으나 순환·방어주는 되레 하락했다”며 “상승 폭이 좁고 하반기 침체 위험은 되레 커졌다”고 설명했습니다.

크로너트 전략가는 “연착륙이 확인돼야 강세장이라고 볼 수 있다”며 지금으로선 연착륙 가능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했습니다. 다만 내년 상반기엔 지수가 다시 4400 선을 회복할 것으로 봤습니다.

"얼타 뷰티, 주주환원 강화 가능성"


화장품 체인점인 얼타 뷰티(ULTA) 주가가 비교적 큰 폭으로 뛰었습니다. 증권사인 루프 캐피탈이 투자의견을 종전 중립에서 매수로, 목표가를 490달러에서 520달러로 각각 높였기 때문입니다.

앤서니 추쿰바 애널리스트는 “럭셔리 시장 진출 효과에다 타겟 매장 확대로 수 년간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타겟에서 안정적인 판매당 수수료를 징수할 수 있는 모델을 구축했다”고 평가했습니다.

2021년 소매체인 타겟과 제휴한 얼타 뷰티는 타겟 매장 내 숍인숍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경쟁사인 세포라가 백화점 콜스와 제휴한 것과 같은 전략입니다.

추쿰바 애널리스트는 “조직적인 절도 범죄에 따른 피해가 크지만 향수 보호기를 설치하고 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하고 있어 차츰 나아질 것”이라며 “현금흐름 증가와 맞물려 조만간 자사주 매입에 나서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뚝 떨어진 인도 물가"RBI 목표 근접"


인도의 물가 상승세가 눈에 띄게 둔화했습니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작년 동기보다 4.25%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1월의 6.52%는 물론 4월 4.70%보다 크게 낮아졌습니다.

5월의 시장 예상치는 4.42%였습니다.

소비자물가지수의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식품 물가 상승률이 2.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달 상승률은 3.8%였습니다.

인도 물가 상승률은 인도중앙은행(RBI)의 목표치(4%)에 근접하게 됐습니다. 따라서 최근 두 차례 통화 정책 회의에서 연 6.50%인 기준 금리를 동결했던 RBI가 금리 인상 사이클을 사실상 마무리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인도 증시의 BSE 센섹스지수는 CPI 발표 후 0.67% 상승 마감했습니다. 올해 지수 상승률은 3~4% 수준입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