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개발 호재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있다. 서울시가 여의도 재건축 단지에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여전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건 부담이다. 하지만 재건축 사업이 구체화하면서 매수세가 따라붙고 있다.

1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여의도동 아파트 매매가 39건 이뤄졌다. 지난달에만 네 배 가까이 늘었다. 여의도동 내 한 공인중개 대표는 “50~60층대 초고층 재건축이 추진되면서 매수 문의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이 확정된 뒤 매매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앞으로 더 뛸 것 같다”고 말했다.

올 들어 여의도에선 상승 거래가 나타나고 있다. 광장아파트(전용면적 139㎡ 기준)는 지난 4월 23억7500만원에 실거래됐다. 2021년 4월(21억원) 후 최고가를 다시 썼다. 인근 진주아파트(전용면적 72㎡ 기준)도 4월 15억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이 역시 신고가다. 여의도 최대 규모인 시범아파트(전용면적 79㎡ 기준)는 1월 15억원에 거래됐다. 3월에 16억2000만원으로 오르더니 지난달엔 17억6000만원에 팔렸다. 넉 달 만에 2억6000만원이 뛰었다. 한양(전용면적 149㎡ 기준)은 4월까지 21억원에 매매 가격이 형성됐는데, 이달 들어선 3억원이 오른 24억원에 거래됐다.

이런 영향으로 지난해 이후 하락세를 띠던 주간 아파트 가격은 보합으로 올라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5월 셋째 주까지 1년여 기간 지속된 영등포구 아파트값 하락세는 지난달 넷째 주부터 이달 첫째 주까지 보합을 유지하고 있다.

여의도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상황에서도 호가가 오르는 건 초고층 재건축 사업에 탄력이 붙어서다. 서울시는 여의도 아파트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하면서 아파트 재건축 때 최고 200m, 최대 용적률 800%까지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여의도 금융중심 지구단위계획안을 통해 여의도역 주변을 금융특정개발진흥지구로 지정하고 용적률 1000% 이상, 기준 높이 350m로 초고층 개발이 가능하도록 했다. 친환경 자재를 쓰거나 혁신적인 디자인을 도입하면 용적률을 1200%까지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여의도 최고층 빌딩인 파크원(333m)보다 높은 건물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재건축 단지 위주로 상승 거래가 이어지면서 여의도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기대로 아파트 거래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