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원유 가격이 두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국제 유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이란이 국제시장에 복귀할 경우 공급이 대폭 늘 수 있어서다.

3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원유 7월물은 전거래일보다 1.89달러(2.72%) 하락한 배럴 당 67.57달러에 거래됐다. 북해산 브렌트유는 0.88달러(1.2%) 떨어진 72.66달러에 매매됐다. 미국 부채한도 협상 리스크와 중국 소비 둔화, 이란산 원유 수출 가능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WTI 가격은 지난 3월20일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선 중국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지표로 증명됐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의 발표에 따르면 5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8.8로 집계됐다. 전달인 49.2보다 0.4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월가 전망치인 49.7에도 미치지 못했다.

PMI는 기업의 인사·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경기 전망 지표로, 50 이상이면 경기 확장, 그 이하면 경기 위축을 기업들이 전망하고 있다는 뜻이다.

서비스업과 건설업을 모두 포함하는 비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는 54.5로 경기 확장을 나타냈지만, 전월의 56.4에 비해서는 내려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경제는 1분기에 4.5%의 비교적 견조한 국내총생산 성장률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기록적인 청년 실업률을 비롯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부동산 투자는 여전히 부진하여 수요 부진을 지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中 제조업 부진에…WTI 두달 만에 최저치 [오늘의 유가]
미국이 대이란 제재를 풀 것이라는 전망도 원유가격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이 2015년 이란과 도출했으나 2018년 파기한 이란핵합의(JCPOA)가 복원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날 이란이 미신고 핵시설을 가동했다는 일부 의혹에 대한 조사를 종결했다. 지난 1월 회원국들에게 배포한 보고서에는 이란 포르도 지하 핵시설 조사 당시 핵무기 제조 수준에 버금가는 농도 83.7% 우라늄 입자가 발견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이를 사실로 판정할 만한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취지로 보인다.

하이탐 알가이스 OPEC(석유수출국기구) 사무총장은 지난 29일 이란 테헤란을 방문해 "이란은 단기간에 석유 생산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며 "제재가 해제되면 이란의 석유시장 복귀를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가이스 사무총장은 "이란은 OPEC 회원국 중에서도 중요한 국가 중 하나"라며 "OPEC은 시장의 안정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브렌트유 가격 산정방법이 1일 인도분부터 변경된다. 기존의 스코틀랜드 세틀랜드 제도와 노르웨이 사이 브렌트 유전과 북해 유전 이외에 미국 미들랜드 원유가 가격 산정에 반영된다. WSJ은 경제 전문가들을 이용해 미국산 원유가 브렌트유 가격에 포함되면 해외 평균 가격이 낮아지고 미국 수출업체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