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경제 '新샌드위치 위기론'…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계묘년, 올해 주요국의 경제 실상을 보여주는 1분기 성장률 발표가 마무리되고 있다. 중국은 4.5%(전년 동기 대비), 미국이 1.1%(전분기 대비 연율)로 나온 데 이어 한국은 0.3%(전분기 대비)로 나왔다. 통계 방식을 통일해 재산출해 봐도 한국이 여전히 낮게 나왔다.

우리 경제의 앞날도 밝지 않다.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전망치와 비교해 보면 미국은 1.2%에서 1.6%로, 중국은 4.4%에서 5.2%로 상향 조정됐다. 한국은 2.0%에서 1.5%로 낮아져 비교적 큰 폭으로 하향 조정됐다. 한국의 전체 수출 중 40%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가 모두 올라갔는데도 우리 경제가 뒷걸음치리라는 것은 충격적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민간소비, 투자, 정부 지출, 순수출(수출-수입) 등 총수요 항목별 기여도로 1분기 성장률 내역을 뜯어보면 원인이 드러난다. 가장 큰 문제는 순수출 기여도가 중국은 물론 미국보다도 떨어진다는 점이다. 우리 경제의 상징인 수출은 작년 9월 이후 7개월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달러 약세에도 한국의 원화 가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고, 이 같은 대외 여건에서도 수출이 부진하다는 것이다.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작년 말 104에서 지난 주말에 101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원·달러 환율은 1263원에서 1341원으로 급등(원화 가치 하락)했다. 환율 경쟁력 면에서는 우리가 가장 유리했다는 의미다.

수출이 부진한 가장 큰 요인은 대외 경제정책이 너무 빠른 기간에 미국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대중국 비중이 25%를 차지하는 수출 구조에서 ‘안미경중(安美經中)’으로 상징되는 직전 정부의 대외 경제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미국으로 급선회한다면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난 1분기 역성장을 막았던 민간소비 기반도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구절벽 우려 속에 저출산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 중산층이 무너져 하위층이 두터워지는 소득 구조에서는 고소득층 소비로 인한 ‘낙수 효과(trickle down effect)’는 적게 나타난다. 하위층도 늘어난 부채와 고금리로 한계상황에 몰리고 있다.

대외 경제정책 요인으로 성장이 부진하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으로 풀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물가를 잡기 위해 그 어느 국가보다 가장 빨리 금리를 올려왔다. 코로나 이후처럼 공급 측 요인이 강하고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은 여건에서 금리 인상은 물가를 잡는 효과보다 경기를 침체시키는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난다.

재정정책은 더 큰 문제다. ‘거대 야당’이라는 태생적 입법구조 한계상 대외 여건이 불안할 때 완충 역할을 해야 할 재정지출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케인지언의 총수요 진작책이 어렵다면 ‘페이 고(pay go)’, ‘간지언’ 등과 같은 제3의 재정정책 수단을 보완해 놓아야 하나 이런 노력도 부족하다.

1분기 성장률이 부진하고 앞날이 불투명한 것은 ‘미·중 간 경제패권 다툼’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우리 대외경제정책이 균형을 찾지 못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신(新)샌드위치 위기 성격이 짙다. 기반이 약한 내수 기반마저 무너지면 곧바로 총체적 위기로 이어질 취약성도 갖고 있다.

정책 대응 면에서 경제 변수는 ‘통제변수’와 ‘행태변수’로 구분된다. 경제패권 다툼과 같은 미국과 중국의 변수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전형적인 행태변수다. 우리 대외경제정책의 균형을 회복해야 한다. 각국이 편가르기 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는 여건에서는 하루라도 앞당겨야 할 시급한 과제다.

이 점이 전제돼야 우리 수출이 다변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투자도 미국, 중국 등 해외 국가와 우리 내부 간의 균형을 찾아 산업 공동화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 기업 권력이 국가 권력보다 큰 여건에서는 기업 투자에 따라 사람과 자본의 이동까지 수반돼 성장률 제고 효과가 의외로 크게 나타난다.

거시경제 목표의 우선순위도 수정돼야 한다. 단기적으로 물가와 국가채무 억제보다는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둘 필요가 있다. 주체도 정책당국뿐만 아니라 여야 국회의원, 국민이 모두 나서는 ‘프로보노 퍼블리코’ 정신이 발휘돼야 한다. 경기 회복 과제는 정치적으로 이용되면 절대로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