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제롬 파월 현 의장에 대한 법무부 수사마저 종결됨에 따라 다음달 15일부터는 워시 체제가 무난하게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청문회 첫 질문은 독립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월 취임 후 Fed를 집요하게 흔드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크게 우려됐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시녀로 전락한 아서 번스 사례가 재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제기될 정도였다.워시 지명자의 대답은 의외로 강경했다. 대통령이 기준금리를 포함해 통화정책에 대해 언제든 언급할 수 있다고 답했다. 언급 자체가 독립성 훼손이라고 본 파월 의장과는 대조적이었다. 오히려 Fed가 독립성을 스스로 보존하고 찾아가는 것이라고 말하며 중앙은행의 독립성 개념부터 수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양대 책무에 대해서는 Fed의 1선 목표인 물가 안정으로 되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 창출, 거시 금융 안정 등과 같은 다양한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Fed의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이 문제가 확실해져야 독립성 훼손도 판단할 수 있지 않느냐는 반박은 인상적이었다.물가 목표에 우선순위를 두더라도 목표치를 너무 엄격하게 관리하면 밀턴 프리드먼이 주장한 ‘현상 유지의 폭정(tyranny of the status quo)’에 걸린다고 주장했다. 통화정책의 생명이 선제성에 있는 만큼 통제 가능한 범위에 들어오면 금리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표치에 충실했던 파월과 구별되는 지점이다.통화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도 기준금리 변경 방식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기 이후 양적
작년 11월 이후 한국 증시에 부담이 된 세 가지 악재가 해소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놓고 변수가 남아 있긴 하지만 사모대출 부실 조짐 이후 ‘바퀴벌레 이론’으로 경고했던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이 시스템 위기로 전염될 확률은 낮다고 주장했다. 앞서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은 같은 입장을 밝혔다.대부분의 위기는 유동성, 시스템, 실물 경제 순으로 전이되는 게 전형적인 경로다. 첫 신호인 유동성 부족이 위기로 인식되는 때는 증거금에 문제가 생기는 마진콜이 발생하는 시점부터다. 마진콜을 해소하기 위해 기존 투자 자산을 회수하는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기 때문이다.사모대출은 금융위기 재발 방지 차원에서 마련된 도드-프랭크(D-F)법 규제 밖에서 파생된 회색지대 금융이다. D-F법 시행 후 제도권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자기자본, 레버리지 비율 등을 대폭 강화하자 비상장 기업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이 틈을 파고들어 사모대출 펀드가 조성된 만큼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또 다른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사모대출 부실 우려가 완화되면 인공지능(AI) 위기론도 해소될 확률이 높다. AI와 관련된 각종 위기론은 사모대출 부실로 자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것이란 우려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사모대출 부실이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확률이 낮다고 판단되자 AI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모집액 대비 투자자금 유입 비율은 100%를 넘어섰다. 자금 부족이 해소됐다는 의미다. 오히려 자체 신용을 통한 자금 조달이 늘면서 질적으로 건전화하고 있다. 대형 은행 주도로 예상 매출, 미
미국과 이란 간 휴전 기대가 확산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전쟁 격화 당시 1700원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80원대로 하락했다. 급락 우려가 제기된 코스피지수 역시 5850선까지 회복됐다. 금융시장 주요 변수만 놓고 보면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이번 위기 국면에서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꼽힌 곳은 외환시장이다.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위기설이 확산했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면 원화의 적정 환율 수준은 1330~1350원대로 추정된다. 현재 환율은 이 범위를 웃도는 상태다.하지만 환율 수준만으로 위기를 판단해선 안 된다. 외화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면 환율 상승은 오히려 수출 경쟁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리 인하나 재정 확대보다 성장률 제고 효과가 더 크다. 실제 올해 1분기 무역수지 흑자는 500억달러에 육박하며 전 분기 대비 증가율이 1%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외화 보유도 충분한 수준이다. 지난 3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236억달러다. 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그린스펀-기도티, 캡티윤 방식 등 주요 기준을 모두 웃도는 규모다. 가장 보수적인 캡티윤 기준으로도 적정 외환 규모는 380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경상수지 흑자까지 더해지며 외화 유입 기반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 1230억달러이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올해 2000억달러를 크게 웃돌 전망이다.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로 보긴 어렵다. 미국 중앙은행은 통화스와프 체결 대상을 IMF 특별인출권(SDR) 통화국으로 제한하고 있다.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에서 종전(終戰) 기대가 무너짐에 따라 앞으로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는 가운데 제2의 ‘수에즈 모멘트’로 미국과 달러화 위상이 약화될 것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한다.한 달이 넘어가는 이번 전쟁을 평가해 보면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미국의 승리다. 이란의 양대 무기인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이 각각 90%, 80% 이상 파괴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맹국과의 관계 괴리, 국제 유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정치적인 면에서는 미국의 패배로 볼 수 있다. 정치적 승리를 중시하는 진정한 의미의 승전국은 이란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트럼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제2 수에즈 모멘트 우려가 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52년 이집트 혁명을 통해 집권한 가말 압델 나세르 대통령은 1956년 7월 전격적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상로인 수에즈 운하를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 지원국인 영국과 프랑스에 타격을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같은 해 10월 영국과 프랑스는 막강한 군사력을 동원해 이집트를 침공했다. 단 1주일 만에 수에즈 운하를 열었다. 하지만 동맹국인 미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격분했다. 소련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영국과 프랑스는 수에즈 운하를 이집트에 양도해야 했다. 군사적으로 승리했으나 정치적으로는 패배한 것이다.전쟁사를 보면 하지 말았어야 할 전쟁을 시작한 국가가 패배했을 때 엄청난 후폭풍을 겪는다. 이집트가 수에즈 운하에 통행세를 부과하자 영국과 프랑스 경제는 침체됐
모든 산업은 발전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터져 나오는 비관론에 직면하곤 한다. 산업조직(IO) 스펙트럼상 초기에는 개별 기업이, 나중에는 해당 기업이 속한 산업에 대한 비관론이 많이 나온다. 주가 등 금융 변수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후자다.3년 전 반도체 기업의 이윤이 급감하자 위기론이 제기됐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문제에 봉착한 테슬라가 이윤 감소 대책으로 추진한 가격 할인 정책마저 실패하자 반도체 위기론은 빙하기가 온다는 극단적인 비관론까지 나왔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과감하게 감산을 추진하고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수요까지 겹치면서 주가는 네 배 이상 급등했다.AI 비관론은 작년 11월 마이클 버리가 제기한 이후 신생아가 아니라 거인의 위력을 발휘한다는 미첼의 경고대로 잊을 만하면 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AI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종말론에 이어 가치, 투자, 레버리지, 오너십 등 4개 부문 모두가 지나치다는 의미의 AI 총체적 위기론인 ‘4Os’까지 제기됐다.이번에는 반도체와 AI의 동반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구글이 터보퀀트를 상용화해 AI 모델의 메모리 사용량이 6분의 1로 줄어들면 반도체 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가 떨어지고 있다. 반도체 ‘공급 절벽’이 가져올 재앙을 고려해 자체 투자한 AI 기업도 4Os가 본격적으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의문부터 제기하면 반도체와 AI의 동반 위기를 가져올 것인데 왜 구글이 터보퀀트를 개발했는가 하는 점이다. 결국 터보퀀트에 대한 증시의 공포는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 간 혼란에서 비롯된 오해다.현재 AI 추론의 걸림돌은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읽어주는
미국과 이란 간 전쟁에서 중국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모든 전쟁사에서 전세가 기울어질 때 수세 측이 쓰는 최후의 카드를 보면 의문점이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도 이란이 불리해지자 최대 접점인 호르무즈해협에 위안화 결제 유조선만 통과시킨 것을 계기로 중국과 이란 간 페트로달러화를 와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2차 대전 이후 달러 중심의 브레턴우즈(BW) 체제는 미국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할 최상의 대안이었다. 미국은 최대 현안이던 쌍둥이 적자를 자본수지 흑자로 메워 국제수지를 관리했고 달러화 발행에 따른 막대한 시뇨리지(화폐 발행 차익)로 구축한 국방력으로 동맹국의 안보를 책임지면서 팍스 아메리카 시대를 펼칠 수 있었다. BW 체제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정지 선언이었다. 세계 교역 증가에 따라 생산량이 제한된 금으로는 달러 가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비슷한 시점에 닉슨 대통령 재선을 위한 아서 번스 의장의 정치화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독립성이 훼손된 것이 겹치며 BW 체제에 대한 신뢰가 예상보다 빨리 떨어졌다.흔들리던 달러화 위상을 지키려는 차선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고심 끝에 나온 것이 페트로달러화 구상이다. 메커니즘은 BW 체제와 비슷하다. 미국은 막강한 군사력으로 산유국의 안보를 책임지는 대신 산유국은 원유 결제를 달러화로 하는 일종의 옵션 바터제다. BW와 다른 점은 교역국에서 산유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적용 대상이 축소됐지만 페트로달러화 구상은 성공적이었다. 세계 산업 구조가 원유 과소비형 구조였던 데다 미국이 생산을 자제
미국과 이란 간 전쟁 이후 한국 증시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워블링(wobbling)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변동성이 심한 장세 이후 덤핑하는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한다는 하이먼 민스크 이론을 토대로 마이클 버리는 한국 증시의 종말론까지 제기했다.전쟁 이후 한국 증시의 변동성이 심해진 것은 내부 요인보다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주요인이다. 모멘텀과 변동성을 중시하는 상품투자자문사(CTA)의 전략상품은 한국 증시처럼 변동성이 커지면 기계적으로 매도에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네거티브 감마 포지션을 구축한 옵션 딜러가 주가가 오를 때는 더 사고 내릴 때는 더 파는 것도 변동성이 커진 요인이다.특정국 증시가 전쟁과 같은 외부 충격을 받았을 때 얼마나 빨리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가는 추격 오차 궤적(TET·tracking error track)으로 판단한다. 펀드 성과를 평가하는 잣대로 잘 알려진 추격 오차는 벤치마크와의 이격도를 말한다. 추격 오차가 낮으면 좋은 펀드, 높으면 나쁜 펀드로 분류한다.TET는 동태 방정식의 일환으로 특정 사건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추격 오차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알 수 있다. TET가 높은 추격 오차에서 낮은 추격 오차로 변할 때는 복원력이 강하고 그 반대의 경우는 복원력이 상실된 것을 의미한다. TET로 본 한국 증시의 복원력은 강해 전쟁 직후 4900대로 급락했던 코스피지수가 5500 내외로 회복됐다.글로벌 증시 중 한국 증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증시부터 전쟁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았다. 전쟁 발생 이후 지금까지 S&P500지수 하락폭은 3.5%에 불과하다. 유가불확실성지수(OPU)와 생산성지수(PI) 간 상관계수를 보면 미국은 -0.2에 불과해 주요 국가 중에서는 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지속되면서 ‘대인플레이션(GI·great inflation)’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차 오일쇼크 당시 아서 번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리처드 닉슨 대통령 재선을 위해 기준금리를 내려 물가를 키웠다는 데서 비롯된 이 용어는 중앙은행이 정치화됐을 때 자주 거론된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Fed를 흔들면서 일찍부터 GI 우려가 제기됐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는 Fed가 독립성을 상실하면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면서 물가가 2040년까지 41% 급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처럼 국가 채무가 많은 여건에서는 GI 우려에 따라 국채 금리까지 급등해 재정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문제는 최근 상황이 2차 오일쇼크 때보다 안 좋다는 것이다. 지미 카터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교체기와 맞물린 1980년 전후 미국의 통상정책은 자유무역을 지향해 관세가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됐다. 국가 채무비율도 국제통화기금(IMF)의 위험 수위를 크게 밑돌아 재정 위기가 우려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트럼프 정부의 돈로주의식 보호주의로 고관세에 따른 인플레이션 요인이 크다. 국가 채무비율도 100%를 넘어 Fed가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국채 금리는 상승하는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피벗을 단행한 2024년 9월 이후 기준금리가 1.75%포인트 내렸지만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0.4%포인트 올랐다.정책 처방도 2차 오일쇼크 이후 스태그플레이션을 맞아 레이건 정부는 정책 목표별로 수단을 달리 가져가는 틴베르헌 정리로 대응했다. 통화정책 주무 부서인 Fed는 인플레이션을 잡는 데만 치중했다. 재정정책 주무 부서인 재무부는 아서 래퍼 이론을 토대로
코스피지수가 꿈에서나 그리던 6000선마저 넘어섰다. 지난 1년간 상승률은 단연 세계 1위다. 해외 언론도 한국 증시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 ‘3저 혜택’이 집중되면서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누린 한국 경제가 주목받은 적이 있지만 증시로는 처음 있는 일이다.지수가 급등하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우려됐지만 ‘그린 슛’(회복 조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경기가 어떻게 될 것인지를 알 수 있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4년 만에 100을 넘어섰다. BSI가 100을 웃돌면 경기가 좋아질 것을, 밑돌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시중 자금도 소비적·담보적·기득권 위주에서 생산적·혁신적·포괄적 금융으로 이동하는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 은행 예금과 퇴장했던 뉴 머니가 증시로 유입되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부동산에 갇혀 있던 자금도 증시로 들어오고 있다. 마지막까지 버텼던 서학개미의 투자 자금이 돌아오는 리플럭스 조짐 역시 눈에 띈다.2009년 당시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언급한 그린 슛은 엄동설한을 딛고 봄날에 돋아나는 어린싹에 비유해 위기 극복의 가닥이 잡힌 때를 의미한다. 금융위기를 맞은 버냉키 의장은 헬리콥터가 공중에서 물을 뿌리듯 돈을 공급하고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는 비전통적 통화 정책을 추진했다.1년여 전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로 교체됐는데, 이 시점에 우리도 계엄, 탄핵, 정권 교체가 이어지는 위기 상황을 맞았다. 작년 6월 어렵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흐트러진 국민의 관심을 한곳에 모으기 위해 비정상적이라고 할 만큼 숨 가쁘게 증시 정책을 추진했다. 한국 증시와
코인 시장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8년, 2021년과 다른 것은 이번 코인 가격 하락이 미국에서 비롯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된 코인일수록 하락폭이 큰 점도 눈에 들어온다.‘트럼프의 저주’로 불리는 이 현상이 왜 일어나고 있을까. 코인 가격 흐름을 보면 단서를 알 수 있다. 1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외친 ‘코인 왕국론’에 편승해 비트코인 가격이 500만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롱테일 낙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작년 7월 지니어스법이 통과된 이후에는 알트코인이 비트코인보다 유망할 것이라는 팻테일 낙관론까지 나왔다.좀처럼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코인 유포리아 환상이 깨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10월 열린 중국 4중 전회 때다. 2021년 공산당 창설 100주년을 기점으로 ‘모두가 잘 살자’는 샤오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서 시진핑 국가주석은 실각설에 시달렸다. 작년 7월에는 장유샤 공산당 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이끄는 군부에 의한 축출설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작년 여름 베이다이허 회의를 통해 극적으로 전기를 마련한 시 주석은 불과 두 달 만에 열린 4중 전회에서 장기 집권의 기반을 다졌다. 이달 들어선 최대 숙적인 장유샤까지 제거해 1인 독재 체제를 확립했다. 시 주석이 새로 들고나온 것이 금융 강국론이다.시 주석은 2012년 취임 후 팍스 시니카 야망을 구현하기 위해 일대일로와 위안화 국제화 과제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전자는 해외 자원 확보와 항만 인수에 치중해 제2 종속이론이 고개를 들 정도로 강한 저항에 부딪혔다. 후자도 경상거래 결제 비중 제고에만 치중하면서 효과를 보지 못했다.금융 강국론이 1단계 팍스 시니카 구상의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발표됐다. 2019년 이후 제롬 파월 의장과 갈등을 겪어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12명의 후보를 놓고 1년 이상 검토해오다 케빈 워시를 지명했다.최대 관심사인 워시 지명자가 Fed 의장으로 취임한 후 통화 정책이 어떻게 운용될 것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Fed 목표에 대한 입장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워시는 Fed 이사로 근무할 당시 민감한 사안에 관해선 한 번 더 검토하고 결정해야 한다는 체크 스윙을 강조했다. 이를 고려하면 양대 책무(물가 안정과 최대 고용)는 유지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물가 안정을 달성하는 방안도 독특하다. 대차대조표(B/S)상 양적긴축(QT)을 지속 추진해 기대 인플레이션 심리부터 잡아 금리 체계를 바로 세우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한다. 이런 전제 조건을 충족해야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국채금리가 오르는 수수께끼를 막을 수 있다고 봤다.기준금리 인하 후 더욱 불안해질 물가를 어떻게 안정시킬 것인지에 관해서는 수확 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인공지능(AI)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생산할수록 공급 능력이 확대되는 AI가 발전하면 1990년대 후반 ‘고성장 아래 저물가’의 신경제 국면이 재현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기준금리를 변경하는 데는 모교인 스탠퍼드대 시절 인연이 있던 존 테일러 교수가 창안한 준칙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화당국이 기준금리를 어떻게 조정해 왔으며 그것이 과연 적절했는지를 사후적으로 검증하는 방법 중 하나가 ‘테일러 준칙’이다.현재 미 기준금리는 테일러 준칙에 따라 도출된 적정 수준보다 높다. 2022년 3월 이후 Fed의 금리 인상이 얼마나
엔·달러 환율 레이트 체크(rate check),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약달러 용인 발언,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의 강달러 의지, 예정에 없었던 환율 보고서 발표, 케빈 워시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 지명….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2년 차를 맞아 불과 열흘 만에 나온 굵직굵직한 환율 관련 조치다. 관세에 집중했던 1년 차 때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국제외환시장에서는 트럼프노믹스 2.0의 근간인 마이런 시나리오대로 관세 전쟁에 이어 환율전쟁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첫 조치인 레이트 체크는 환율 주무 부서인 미 재무부가 외환시장 개입에 앞서 은행 간 적용 환율을 조사하는 조치다.실제 개입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지만 플라자 협정처럼 낙인 효과가 있는 엔·달러 환율을 대상으로 레이트 체크를 하면 확실한 의지 표명으로 해석된다. 이번에는 일본 국채 금리 급등세가 미 국채로 전이되는 것을 막아 국가부도 위험을 줄이고 대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선행 조치로 보고 있다.일본도 엔화 강세가 절실하다. 저물가에 체질화된 일본 국민에게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를 넘는 것은 인내할 수 없는 수준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년 전부터 금리 인상을 통해 잡으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트럼프 정부와 약속한 대미 투자를 이행하고 미국과의 무역흑자를 줄이기 위해서도 엔화 가치가 절상돼야 하기 때문이다.미국은 현안을 시장에서 풀지 못하면 당사국과의 인위적인 협정을 통해 해결한다. 1980년대 초반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주요 5개국(G5) 간 맺은 플라자 협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엔·달러 환율 레이크 체크를 계기로 제2 플라자
국내는 물론 세계 증시에서도 최대 관심사는 현대자동차 주가가 과연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하는 점이다. 2026년 CES 이후 현대차 주가 상승률은 70%로, 세계 증시에 상장된 주요 기업 중에서도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현대차에 대한 관심도를 파악할 수 있는 어조지수를 산출해 보면 엔비디아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 세계 자동차 경쟁력 평가와 미국 내 소비자가 뽑은 자동차 순위에서도 1, 2위를 다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 자동차 판매 신장률이 계속 높은 것도 이 같은 경쟁력 덕분이다.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 대한 평가도 남다르다. 재벌 3세대이긴 하지만 ‘창업자 정신’이 뛰어나다는 점이 높게 평가받는다. 또한 불가능해 보이는 것을 실현하려는 도전 정신을 바탕으로 가보지 않은 길을 택했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디지털 진전으로 세계가 사실상 하나의 경제 체제로 연결되고 시장 범위가 전 세계로 확장된 시대에 리스크를 넘어 기대를 실현해낼 경우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큰 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현대차 주가 상승의 일등 공신은 올초 CES에서 미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테크 기업 1X테크놀로지스와 함께 주목받은 ‘아틀라스’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 이후 정 회장이 주도적으로 준비해 온 아틀라스는 인식형, 생성형, 피지컬형으로 이어지는 인공지능(AI) 발전 과정에서 최종 단계로 평가된다. AI산업의 초기 단계에서 선두 주자였던 엔비디아보다도 더 많은 주목을 받는 이유다.산업조직이론에 따르면 기업이 모이면 산업이 되고 산업이 모이면 한 나라의 경제가 된다. 다른 분
코스피지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작년 상승률이 세계 증시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새해 들어서도 10거래일 만에 600포인트 급등해 4800선마저 돌파했다. 이달 안에 현 정부 목표치인 5000에 무난하게 도달할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처럼 빠르게 지수가 오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첫째, 현 정부의 친(親)증시 정책이 지수 상승 기폭제 역할을 했다. 2024년 말부터 이어진 극심한 정치적 혼란과 작년 1월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이 맞물리면서 코스피지수는 작년 4월 2300선마저 무너졌다. 그러다 현 정부가 지수 5000 목표를 제시하고 실행에 들어가면서 두 배로 급등했다.둘째, 트럼프 정부의 관세 충격이 예상만큼 크지 않은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경제 대공황을 몰고 오지 않겠느냐는 우려까지 나왔지만, 트럼프 관세 부과 이후 지금까지 세계 무역 증가율은 5.8%, 세계 경제 성장률은 3% 내외로 부과 전에 비해 낮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입 물가 상승 등으로 부메랑 효과가 미국에 집중되는 점을 고려하면 조만간 흐지부지될 확률도 높다.셋째, 미국 경제와 증시가 예상외로 좋은 점이 한국 증시에 훈풍으로 작용했다. 미국 경제 성장률은 작년 1분기 -0.6%까지 떨어졌다가 3분기에는 4.3%까지 뛰어올랐다. 미국 증시도 국내 증시에 영향이 큰 인공지능(AI)과 관련 반도체 종목을 중심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 나갔다.넷째, 코스피지수 급등이 친증시 정책일 뿐 펀더멘털(기초 체력)이 받쳐주지 못해 3500선 밑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한국 경제 펀더멘털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도 인정할 만큼 건전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실업률은 미국보다 낮고 성장률은 작년 3분기 5.2%(같
미국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부과하던 상호관세에 대한 연방대법원 최종 판결이 조만간 나온다. 위법과 합법 중 어느 쪽으로 나오든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등 트럼프 관세 피해국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법치주의 원칙대로 판결이 이뤄진다면 위법으로 나올 확률이 높다. IEEPA 발동의 핵심인 비상 요건이 과연 미국 경제에 적용될 수 있느냐는 점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작년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4.3%로 높게 나오자 유례없는 활황이라고 자찬했다. 작년 10월 미국 무역수지 적자는 16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개선됐다.연방대법원 내 보수와 진보 성향 대법관 비율은 6 대 3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1·2심의 위법 판결을 뒤엎고 합법으로 나오면 대법원의 정치화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더 우려되는 건 미국 중앙은행(Fed)의 정치화다. 대법원 판결 후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Fed 의장을 지명할 예정이다. 유일한 인선 기준이 자신의 의향을 잘 반영할 수 있는지라면 ‘포스트 제롬 파월’ 체제에서 Fed의 독립성 훼손은 불가피해 보인다. Fed마저 정치화되면 민주주의와 함께 시장 경제도 무너질 위기에 놓일 수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미국은 많이 변했다.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은 돈로주의와 보호무역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는 독재와 국가 간섭주의로, 불개입과 방어적 국방 원칙은 개입과 공세로, 다양성 포용과 속지주의는 백인 우월 및 속인주의로 지각 변동했다.올해 11월 치러질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미신경제학’(boodoo economics) 덫에 걸려 최대 위기에 봉착할 것이란 우려까
연초부터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상반기 목표 성장률인 5%를 간신히 웃돌았지만 3분기에는 4.6%로 떨어졌다. 지속 성장 여부를 알 수 있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38개월 연속 마이너스 국면이다. 헝다 사태가 터진 지 7년째에 접어들었지만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해 완커그룹마저 부도 일보 직전으로 몰렸다.중국처럼 사회주의 국가의 성장 경로는 외연적 단계에서 내연적 단계로 이행한다. 전자는 대약진운동 등을 통해 노동력을 총동원해 앞서가는 선진국을 따라잡는 추격 경로에 해당한다. 최대한 빨리 이 단계를 단축하기 위해 압축 성장하지 않으면 루이스 전환점을 맞아 고도성장이 멈춘다.더 우려되는 것은 후자 단계로의 이행이 지연될수록 전자 단계에서 누적된 부작용, 즉 고임금·고금리·고땅값·고세율·고규제 등 5고(高) 현상이 어느 순간 한꺼번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재임에 들어간 2017년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10년째 지속되고 있다. 이러다간 일본처럼 잃어버린 10년에 빠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확산하고 있다.시진핑 정부도 이런 점을 의식해 2015년부터 ‘제조업 2025 계획’을 추진했다. 첨단기술 패권의 핵심인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까지 70% 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당시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과 비교할 때 산업 사이클상 유아기에 불과하던 중국 반도체 기업의 위상을 고려하면 획기적인 발상이었다.도널드 트럼프 집권 1기 출범과 맞물리면서 초기에는 조만간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착각이 들게 할 정도의 성과도 있었다. 골드만삭스 등은 2040년이 넘어서야 가능할 것으로 내다
금과 은의 국제 가격이 마침내 트로이온스당 각각 4500달러, 70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자산군별 수익률을 보면 은이 120%로 압도적이다. 다음으로 한국 주식(코스피지수) 75%, 금 70% 순이다. 한국 투자자가 국장(국내 증시)과 금에 투자했다면 올해 큰 수익을 냈을 것이다.금과 은은 전쟁 같은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질 때마다 안전자산으로 추천돼왔다. 미국 국채와 달러화 위상이 크게 약해진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최후 보루’(final draw)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였다. 실질 가치가 매장량 한계 등으로 보전돼 있는 점을 들어 인플레이션이 우려될 때마다 헤지 수단으로 선호됐다.올해 금과 은 가격은 지정학적 위험, 인플레이션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올랐다. 세계지정학적지수(WGI)와 금 가격 간 상관계수를 보면 작년 말 0.8에서 올해 들어 0.3 내외로 떨어졌다. 지난 9월 이후 세계물가지수(WPI)와 금 가격 간 상관계수는 아예 마이너스로 전환했다.2011년 미국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종료 이후 금은 트로이온스당 1900달러에서 1060달러, 은은 30달러대에서 14달러대로 폭락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셧다운이 최장기로 길어졌음에도 종료 이후 급등하고 있다. 금과 은 가격이 전쟁과 물가, 국가 부도 여부와 관계없이 오르는 것은 가격 결정 요인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뉴노멀’이란 말까지 등장할 정도로 금과 은값을 올리는 요인으로는 탈(脫)법정화폐 거래가 우선 꼽힌다. 법정화폐 거래가 활성화되려면 중앙은행의 양대 기능이 확고해야 한다. 하나는 법정화폐 독점 주조권이 흔들리지 않아야 하고, 다른 하나는 물가 안정 목표가 잘 지켜져야 한다.올해 미국 중앙은행(F
일본은행(BOJ)이 올해 마지막 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기준금리로 보면 일본이 연 0.75%로 한국의 연 2.5%보다 여전히 낮다. 하지만 국채 금리는 다르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중국을 넘어선 지 오래고 30년 만기도 한국을 웃돌기 시작했다. 일본은 더 이상 저금리 국가가 아니다.일본의 국채 금리 상승 원인은 위험 수위를 넘어선 270%의 국가채무 비율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 추세다. 18조엔 규모 긴급 추가경정예산 발표에 이어 내년도 대규모 예산안 편성으로 국채 금리 추가 상승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국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인하했는데도 올라가거나, 일본처럼 기준금리 인상보다 더 빠르게 상승하는 현상을 ‘파월 수수께끼’라고 부른다. 과거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국채 금리가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에 빗대 만든 용어다. 작년 9월 이후 Fed는 기준금리를 1.75%포인트 내렸지만, 국채 금리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일본에서 파월 수수께끼가 나타나면 기준금리 인상 의도와 전혀 다른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은 엔화 강세를 유도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목적이다. 자산시장 관점에선 ‘엔 캐리’ 자금 청산을 유발해 증시에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컸다. 하지만 파월 수수께끼가 나타나면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국가 부담 가중과 엔화 위상 하락이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렸는데도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이 154엔대에서 157엔대로 급등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되레 엔저가 심화하면 물가는
올해 세계 경제의 키워드는 단연 ‘도널드 트럼프’다. 지난 1월 20일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이익을 강조하는 이기주의로 일관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해 온 자유무역 다자 채널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다.내년 키워드는 무엇이 될까. 인공지능(AI)과 로봇, 북극 해빙, 이상기후 등 다양하지만 ‘재정 위기’를 꼽는 예측기관이 의외로 많다. 위기는 대부분 금융에서 발생했지만, 재정에서 위기가 올 것이라는 우려는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최근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에 시달리고 있다. 주요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보면 중국 310%, 일본 270%에 이어 미국도 110%를 넘어섰다. 한국도 국가채무 비율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내년도 예산안이다.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빚내서 더 써도 좋다’는 토마스 피케티의 공식을 근거로 예산을 팽창적으로 짜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종전에는 재정 건전성이 받쳐주는 고성장 신흥국에서나 가능했던 일이다.주된 요인은 권력욕이 강한 통수권자의 재정 지배다. 가장 두려운 것은 중앙은행을 지배하는 경우다. 올해 미국 중앙은행(Fed)은 트럼프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과정에서 독립성 훼손 문제에 시달렸다.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Fed 의장을 비롯해 금리 결정권을 가진 Fed 이사가 친트럼프 인사로 채워진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지역 연방은행 총재도 ‘해당 지역 3년 이상 거주’ 족쇄를 채워 간섭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백악관의 Fed 예산 통제권도 강화됐다.
올해 마지막 달을 맞아 주요국 중앙은행이 내년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를 잇달아 개최한다. 이번주 9일부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다음주 18일부터는 일본은행(BOJ)이 각각 이틀간 회의를 연다.BOJ 회의를 앞두고 일본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0년 만기 금리는 2007년 7월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인 연 1.95%대까지 급등했으며, 조만간 연 2%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장기물인 30년 만기 금리가 연 4%를 돌파할지도 국제금융시장의 새로운 관심사로 떠올랐다.일본 금리가 빠르게 오르는 배경에는 이번 회의에서 공식화할 실질금리 산출 방식 변경이 있다. 그동안 실질금리는 ‘정책금리-소비자물가 상승률’로 계산했지만, 새 방식에서는 정책금리 대신 무담보 콜금리(미국의 경우 연방기금금리)를, 소비자물가 상승률 대신 계절성이 강한 신선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사용한다.최근 무담보 콜금리는 약 0.5%, 근원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 내외다. 새로운 산출 방식대로 계산하면 실질금리는 -2.5% 수준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엔저 정책 유지를 위해 금리 동결을 요청했지만,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가 추가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반면 FOMC에서는 정책금리 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공지능(AI) 거품론이 정점에 달한 한 달 전 30%대 초반이던 금리 인하 확률은 최근 90% 선으로 치솟았다. 1980년대 이후 시장의 금리 인하 확률이 90%를 넘어서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이를 수용하는 경향이 강했다.Fed가 내년 차기 의장을 포함해 ‘친트럼프’ 인사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통화정책 방
차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에 누가 지명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내년 5월 끝나는 제롬 파월 의장의 임기와 상원 비준 절차 등을 고려하면 Fed 의장은 올해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지명돼야 한다.연초부터 많은 후보가 검토돼 오다 최근 5명으로 압축됐다. Fed 이사인 크리스토퍼 월러와 미셸 보먼, 전 Fed 이사인 케빈 워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인 케빈 해싯 그리고 금융인 릭 라이더다. 유망한 후보로 검토된 스콧 베선트는 재무장관을 유지하는 쪽으로 정리됐다.Fed 의장은 고도의 전문성과 경륜 그리고 도덕성이 요구되는 자리다. 취임 후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통화정책은 재정정책보다 두 배 이상 시차가 긴 데다 일반적·보편적 수단인 기준금리 변경은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 간 갈등은 물가가 오르기 시작한 2019년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금리를 내릴 것을 요구했지만 파월 의장은 Fed의 1선 목표인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직후 파월 의장 조기 교체를 공언했을 정도로 갈등은 심화했다.작년 5월 마련된 ‘프로젝트 2025’에서는 Fed 개혁과 인사권 장악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최악의 경우 Fed 폐지까지 포함돼 충격을 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금리 결정권을 가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부터 자신의 의지를 반영할 수 있는 인사로 교체해 나갔다.취임 후 지금까지 월러와 보먼 그리고 한시적 성격을 지닌 스티븐 마이런을 주도면밀하게 Fed 이사로 임명했다. 차기 의장까지 친트럼프 성향으로 임명하면 금리 결정권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잘나가던 미국 증시가 이달 들어 변동성이 심한 전형적인 워블링 장세를 보이고 있다. 추격 매수하는 포모족와 차익 실현에 나서는 포포족 간 격렬한 싸움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연말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많지만, 올해는 세 가지 핵심 변수가 시장 판세를 결정지을 가능성이 크다.첫째는 미국 경제성장률의 급락 여부다. 미국은 지난 1분기 -0.6% 역성장한 데 이어 2분기 3.8%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셧다운 장기화로 3분기 성장률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애틀랜타연방은행의 ‘GDP 나우’에 따르면 4.0~4.2%대의 추가 성장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4분기다. 셧다운 종료에 따라 올해 남은 기간 미뤄졌던 재정지출이 집중적으로 집행되더라도 성장률이 2%대 수준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만약 한 분기 만에 성장률이 급감할 징후가 뚜렷해진다면 체감 경기는 지표 자체보다 빠르게 나빠질 수 있고, 이는 주식 투자심리에 더욱 큰 충격이 될 수 있다.둘째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의 금리 조정 방향이다. 지난 9월 FOMC 회의 이후 Fed는 금리 결정의 우선순위를 양대 책무지표보다 ‘거시금융 안정’(금융시장 리스크 관리) 쪽으로 옮겼다. 제롬 파월 의장이 미국 증시를 비이성적인 과열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성장률 급락과 거품 붕괴 우려가 동시에 존재하는 여건에서 금리 인하는 쉽지 않다. 트럼프 진영의 주장대로 두 차례 이상의 대폭 금리 인하(스트롱 컷)를 단행하면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주가가 폭락할 확률이 높다. 시장에서는 오히려 0.25%포인트 수준의 ‘소프트 컷&rsq
인공지능(AI) 및 관련 반도체 주가가 ‘거품론’을 계기로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전형적인 ‘워블링 마켓(wobbling market)’의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시스코시스템스의 대폭락’으로 상징되는 닷컴 버블 붕괴 재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AI와 관련 반도체 주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끝날 때까지 해로드-도마의 ‘칼날 위를 걸어가는 성장 이론’(knife-edge theory)에 비유됐다. 특정국 경제가 마치 곡예사가 ‘황금률’(잠재 성장률=균형 성장률=실제 성장률)을 힘겹게 타며 성장하듯 신·구 기업가치 평가 잣대의 균형 위에서 고공행진을 지속해 왔기 때문이다.작두를 타는 무속인이 균형을 잃으면 큰 상처를 입는다. 현재 AI와 관련 반도체 주가는 주가수익비율(PER) 30배 내외로 전통적인 잣대로 보면 고평가 국면이다. 하지만 매출액 대비 주가비율(PSR), 무형자산 대비 주가비율(PPR) 등 새 잣대로 보면 미래 가치를 더 많이 반영해 현 평가를 납득할 수 있다.닷컴 버블 당시 주도주 평균 PER은 50배에 달했다. PSR, PPR로 본 미래 잠재 가치도 낮아 고평가를 유지하지 못했다. AI 관련주는 다르다. 성장 사이클로 봐도 닷컴 버블 당시 주도주는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넘어가는 단계였지만 AI 관련주는 이제 막 유아기에서 성장기로 넘어가고 있다.문제는 PSR의 S(매출액), PPR의 P(무형자산)가 ‘벤더 파이낸싱(VF·vendor financing)’으로 의심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VF는 AI 공급업체(엔비디아)가 대준 자금으로 수요업체(오픈AI)가 공급업체의 제품을 사주는 순환거래를 말한다. 공급업체는 매출액, 수요업체는 자본을 유치해 주가가 올라간다. 두 업체의 경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한국 증시는 어떻게 될 것인가. APEC 정상회의가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한 지난달 15일 이후 코스피지수가 무려 600포인트 가깝게 올랐지만, 한때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돌발 변수)라는 용어가 확산할 정도로 한국 증시를 보는 눈이 극과 극으로 나뉘고 있다.코스피지수가 5000을 넘어 6000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낙관론은 이재명 정부의 친(親)증시 정책이 집권 내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근거로 꼽고 있다. 암호화폐와 금 등 탈(脫)법정화폐 자산 거래의 확산 과정에서 주식 선호 현상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도 낙관론의 근거다.반면에 코스피지수가 다시 3000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보는 비관론은 미시적 기초 여건(micro fundamental) 측면에서 주가수익비율(PER) 등 지표가 고평가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거시 여건(macro fundamental) 관점에서 잠재성장률이 둔화하면 결국 주가도 내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또 하나의 근거다.낙관론과 비관론, 한국 증시는 어느 쪽으로 갈까. 우선 후자의 근거부터 살펴보면 한국 증시의 고평가 잣대인 PER 등은 미래 이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예상 PER 등으로 보완하기도 하지만 늘어난 예상 이윤이 투자성 비용 축소의 결과라면 오히려 주가는 내려갈 수 있다.성장률도 그렇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의 지속적인 하락 속에 계단식으로 떨어졌다. 그런데도 코스피지수는 올해 들어 상승률 세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잠재와 실제 성장률이 오르지 못하면 이재명 정부의 목표인 5000 달성이 어렵다고 보는 시각에 공감하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경제 지표만
최근 원·달러 환율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절대 수준이 1400원 선을 오르내리는 가운데 하루 변동폭도 베트남 동화 등 동남아시아 통화보다 크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0년대 후반과 원화의 이류 통화 우려가 제기된 2년 전처럼 대내외 충격에 완충 능력이 떨어진 여건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국내 외환시장에서 이상 조짐이 나타난 시점은 올해 초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달러인덱스는 1차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된 지난 7월 말까지 약 10% 하락했다. 하지만 달러인덱스와 같은 방향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던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1390원대로 상승했다. ‘환율 수수께끼’로 불리는 이 현상이 첫 번째 이상 징후였다.8월 이후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변동 요인이 있었지만 원·달러 환율의 중심축(pivot)은 1390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일종의 ‘카무플라주’ 현상으로, 마치 관세 협상이 원만히 진행되고 외환시장이 안정된 것처럼 보이게 했다. 이것이 두 번째 이상 징후다. 이 기간 잠재적인 환율 변동 요인, 즉 ‘숨은 바퀴벌레’는 오히려 더 많아졌다.2년 만에 다시 불거진 미국 지방은행 사태와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의 경고로 ‘바퀴벌레 이론’이 재조명받고 있다. 부엌에 바퀴벌레 한 마리가 발견되면 그 속에는 떼가 도사리고 있는 것처럼 잠재 부실이 터지기 전에 대비하지 않으면 금융위기를 막기 어렵다는 위험관리론이다.문제는 지난달 중순 이후 카무플라주 기간에 누적된 바퀴벌레들이 속속 벽장을 뚫고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달러인덱스에 숨겨진 달러 강세 요인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 지수는 구성 비중의 58%를 차
약 1년 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트럼프 트레이드’가 유행했다. 테슬라 비트코인 등 친트럼프 성향의 투자 대상에 돈이 집중적으로 유입됐다. 최소한 올해 상반기까지는 투자 성과도 좋았다.최근에는 ‘탈(脫)법정화폐 거래(debasement trade)’가 활발하다. 법정화폐에 대한 신뢰가 떨어져 실질 가치와 화폐 기능을 동시에 지닌 투자 대상이 선호되는 트렌드를 말한다. 200년 이상 지속돼온 법정화폐가 사라지면 각국 중앙은행 통화 정책과 국민의 화폐 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명목상 종이에 불과한 법정화폐가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국가가 부여한 공신력에 대한 신뢰가 깨져선 안 된다. 법정화폐의 공신력은 양대 요건에 따라 좌우된다. 하나는 독점적인 주조권이고 다른 하나는 물가 안정이다. 두 조건 모두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연관된다.트럼프 집권 1기부터 우려됐던 미 중앙은행(Fed)의 독립성은 2기 들어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 통화정책 목표 수정, 기준금리 변경,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사진 개편, 예고 없는 Fed 방문 등으로 흔들어왔기 때문이다. Fed 설립 후 대통령과 Fed 의장 간 갈등 지수를 추적해 보면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의장 때가 최고 수준이다.미란 보고서와 함께 트럼프노믹스 2.0의 근간인 ‘프로젝트 2025’의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Fed는 독립성 훼손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시녀로 전락한다. 개편을 넘어 궁극적으로 폐지하는 방안까지 담겨 있어서다. 중앙은행의 독점적인 주조권도 코인 등 민간에서 발행한 대안화폐를 통해 분산화한다는 계획이다.중앙은행 독립성이 훼
프랑스에 이어 일본 정치도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결별 선언으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로 주목받던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 출범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막판 대타협에 나서더라도, 조기 총선을 치러 정권이 야당 연합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졌다.‘포스트 이시바’ 정부로 누가 들어오든 일본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답을 알아보려면 일본의 장기 저성장 원인부터 짚어봐야 한다. 1990년 이후 일본의 잠재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 0.5% 안팎까지 떨어졌다. 실제 성장률도 잠재 수준을 밑돌아 디플레이션 갭이 발생한 해가 많았다. 총공급과 총수요 간에 길항 작용이 없다는 의미다.총공급 측면에서 단순생산함수 Y=f(L, K, A)(L: 노동, K: 자본, A: 총요소생산성)를 이용해 잠재 성장 기반을 따져보면 노동 섹터는 인구절벽과 저출생·고령화가 지속되고 있다. 자본 섹터는 토빈 q 비율이 1을 밑돌아 투자 유인이 약하다. 총요소생산성 역시 획기적인 구조개혁이 없으면 향상을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총수요 측면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소득 기여도 Y=C+I+G+(X-M)(Y: 국민소득, C: 민간소비, I: 설비투자, G: 정부 지출, X-M: 순수출)에서 일본 경제를 지탱해온 양대 항목인 민간소비와 순수출의 기여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민간소비는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 등의 하락으로 활력을 잃은 상태다.국민경제 ‘3면 등가 법칙’(생산=분배=지출)에서 각 부문 간 병목 현상도 심하다. 생산과 분배 간에는 사회간접자본(SOC) 미확충에 따른 전후방 연관효과 저하로 소득 불균형 심화가 나타나고 있다. 분배와 지출은 일본 국민의 높은 저축률로 ‘절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3대 경제국의 재정 파탄 위기가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역시 2026 재정 연도 예산안 처리가 불발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임시 예산안의 극적인 통과로 최악의 상황은 모면하더라도, 정식 예산안 처리 무산 땐 연방정부의 15번째 셧다운과 함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 전망이다.재정 운용의 양출제입(量出制入) 원칙상 도널드 트럼프 정부 살림살이의 문제는 세수보다 세출에 있다. 토마 피케티 공식대로 ‘성장률(g)이 이자율(r)보다 높으면 빚내서 더 쓰더라도 재정적자와 디폴트 우려는 없다’는 인식에 기반해 예산이 짜여 있기 때문이다.세수 부문은 지나치게 포퓰리즘과 근린궁핍화 관점에서 짜여 있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해 미국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대신 대미 상품 거래에는 관세를, 대미 투자에는 준조세에 해당하는 수탈적 성과 배분을, 인력 이동에는 높은 비자 수수료를 부과해 세수를 보전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상품·기업·사람·자본 등 4대 개방 분야 중 마지막 남은 자본 거래에는 어떤 조치를 강구할 것인가도 관심이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한국인 등 외국인 주식 투자가 늘면서 ‘코리아파잉(Koreafying)’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단체 투기와 음모 등을 빌미로 토빈세 등을 부과할 수 있다.모든 근린궁핍화 수단은 궁극적으로 부과국에 더 큰 손실을 입힌다. 미국처럼 수입 의존도가 큰 나라는 관세 부과 때 ‘자국으로의 대체’보다 ‘타국으로의 다변화’ 호가가 월등히 크게 나타난다. 토빈세 부과도 ‘나비 효과’보다 ‘잔물결 효과’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한국이 제일 부진하다.” 올해 7월 말 이후 한·미 고위 실무급과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잘됐다는 우리 분석이 아직 귓전에 생생한 상황에서 잘 이해가 되지 않는 평가다. 국민이 더 답답해 하는 것은 두 회담 결과를 확인할 공식 문서가 없다는 점이다.한·미 관세 후속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대미 투자 방식이다. 유럽연합(EU)과 일본 방식 중 미국이 한국에 요구한 것은 후자다. 일본 방식을 그대로 따른다면 우리는 미국에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45일 내 3500억달러를 넣어야 한다.수용 여부와 관계없이 대미 투자액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따져봐야 한다. 단기간에 손쉽게 마련하는 길은 외환보유액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8월 말 현재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4163억달러다. 보편적인 평가 잣대인 그린스펀-기도티 방식으로 추정한 적정 수준으로, 대미 투자 재원을 조달하면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하는 후폭풍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외환보유액 다음으로 빨리 조달할 수 있는 길은 원화 표시 국채를 발행하는 방안이다. 원화의 낮은 국제화 정도, 국가 채무 급증 등으로 시장에서 소화하기 어렵다. 국내 기관을 대상으로 강제 인수시키더라도 달러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시장 여건상 10억달러당 약 10원이 올라가기 때문이다.국제 국채 시장에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가능만 하다면 가장 좋은 방안이다. 하지만 일본과 달리 비기축 통화국인 한국은 일부 공기업과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쉽지 않다. 미국의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금리가 한국보다 2.5배 높은 여건에서는 조달 매력도 없
이달 16일부터 이틀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린다. 2019년 이후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놓고 지속돼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갈등이 일단락될 수 있어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9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Fed 내 역학관계가 비둘기 성향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Fed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미셸 보먼 부의장에 이어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 후임으로 지명된 스티븐 마이런 지명자에 대한 상원 은행위원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마무리됐다.파월 의장도 지난달 열린 잭슨홀 미팅을 계기로 금리 인하에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 법정 다툼 중인 리사 쿡 이사가 참여하더라도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FOMC 위원이 많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도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내릴 확률이 90%가 넘을 것으로 예측했다.Fed의 양대 책무지표로도 금리가 내려갈 확률이 높아졌다. 작년 11월 당선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 요구를 거절해온 이유로 작용한 고용지표가 지난 5월 이후 부진하기 때문이다. 물가지표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평균물가목표제(AIT) 방식대로 3개월 이동 평균치를 구해보면 여전히 통제 가능한 수준이다.‘트럼프’라는 커다란 변수에도 올해 들어 미국 증시의 강세장은 지속되고 있다. 9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스닥과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횟수가 각각 25차례, 24차례에 달한다. 트럼프 관세로 경기 침체 우려에 시달려 온 다우존스지수도 다섯 차례에 걸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초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장세다.증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한상춘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