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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 한상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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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달러 사두면 1년 후에 대박 날까, 쪽박 찰까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면서 온통 난리다. 과거 아시아 외환위기,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과 같은 대형 위기가 발생했을 때만 이 선을 넘었던 만큼 제2 외환위기, 미증유 퍼펙트스톰 등 각종 위기설이 난무하고 있다. 정책당국도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찾느라 부산하다.현시점에서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1300원 이상의 원·달러 환율 수준’을 예상하지 못했느냐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달러 환율은 두 단계로 구분된다. 첫 단계는 2020년 3월 1285원이던 원·달러 환율이 1082원으로 급락한 작년 초까지다. 각국의 격리 대응으로 자본 이동이 원활하지 않았던 이 시기에 미국이 달러화를 가장 많이 풀었다. 번째 단계는 백신 보급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정상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는 시기다. 작년 초 이후 원·달러 환율은 19% 올라 같은 기간 달러인덱스 상승률인 18%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속한 선발 신흥국의 환율 상승률인 20%보다 낮은 수준이다.충분히 예상됐던 원·달러 환율 수준에 너무 과민하게 반응하면 리처드 데이비스가 주장한 ‘극한 경제’에 몰릴 수 있다. 마치 무슨 일이 난 것처럼 정책당국이 요란하게 대응하면 오히려 달러 수요를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상징성이 큰 선(big figure)이 무너졌을 때 균형과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정부의 실패’를 방지하는 데 최우선 과제다.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대책을 모색하더라도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점이 문제다. 경제변수는 관리 가능 여부에 따라 ‘

    2022.06.26 17:12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韓경제, 복합태풍위기 해결책 '프로보노 퍼블리코'

    이달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월스트리트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번 금리 인상보다 직전에 같은 폭으로 금리를 올린 1994년이다. 이때부터 각국 금리 간 ‘대발산(great divergence)’이 시작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굵직한 사건이 많이 발생했기 때문이다.대발산은 세계화가 진전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는 추세를 포착해 케네스 포머란츠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이에 대해 마틴 울프 파이낸셜타임스(FT) 칼럼니스트는 신흥국은 선진국의 기술을 흡수해 압축성장이 가능함에 따라 소득 격차가 줄어든다는 ‘대수렴(great convergence)’으로 반박했다.불균형의 상징어인 대발산이 국제 금융시장에서 사용된 때는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가 추세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한 1994년 이후부터다. 미국은 현안인 물가를 잡기 위해 1994년 연 3.75%이던 기준금리를 2년 만에 6.0%로 대폭 올렸다. 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 초 통화위기로 침체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내렸다.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 차 확대는 곧바로 달러 강세로 이어졌다. 여기에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해 엔화 약세를 유도하는 역(逆)플라자 합의까지 겹치면서 달러 가치가 초강세 국면이 지속되는 ‘루빈 독트린’ 시대를 맞았다. 대표적으로 1995년 4월 79엔대로 폭락한 엔·달러 환율은 불과 5년이란 짧은 기간에 148엔대까지 치솟았다.어빙 피셔의 통화가치를 감안한 국제 자금이동 이론상 미국 금리가 오르고 강달러가 되면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한다. 대발산이 시작된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를 시작으로 199

    2022.06.19 17:07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스태그플레이션 확률 낮다"는 韓銀…무슨 근거로?

    올해 상반기도 2주일 남짓 있으면 마무리된다. 연초 비교적 낙관적으로 출발했던 세계 경제는 지난 2월 이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중국의 경제봉쇄 조치, 신흥국 금융위기 등과 같은 대형 변수가 순차적으로 발생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급변하고 있다.상반기에 불거진 대형 변수들은 ‘성장률 훼손’과 ‘물가 상승’에 유독 큰 영향을 준다는 게 공통점이다. 세계적인 예측기관들이 작년 말과 이달에 내놓은 전망치를 비교해 보면, 대형 변수들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1.3%포인트 이상 떨어뜨리고 세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포인트 이상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온다.예측기관들이 세계 경제를 보는 시각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연초까지만 하더라도 경기 논쟁은 ‘과연 침체될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벌어졌지만, 4월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서는 ‘슬로플레이션’ 우려가 처음으로 제기됐다. 그 후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세계은행(WB)은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 상황을 들여다보면 WB의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미국 경제는 올 1분기 성장률이 -1.5%로 추락했다.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월 이후 Fed의 물가 목표치(2%)를 4배 이상 웃도는 수준이 지속되다가 5월에는 8.6%로 한 단계 더 뛰어올라 증시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다.중국 경제 상황은 더하다. 작년 1분기 18.3%에 달했던 성장률이 올 1분기에는 4.8%로 급락했다. 경제봉쇄 조치가 집중된 2분기에는 2%에도 못 미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0% 내외로 추락할 것이

    2022.06.12 17:17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테슬라와 삼성전자…성장주인가, 가치주인가

    우리에게 ‘돈나무 언니’로 잘 알려진 캐시 우드가 “5년 뒤 테슬라는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변할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계기로 성장주와 가치주 간의 논쟁이 재가열되고 있다. 우드는 테슬라가 지금은 성장주로 분류되고 있지만 앞으로 5년 동안 기업실적이 뒤따라오면서 주가가 5800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잊을 만하면 월가와 국내 증시를 중심으로 가치주와 성장주 간 논쟁이 되풀이되는 것은 균형이론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균형이론은 시장경제가 잘 작동해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가격(주가)이 가치주는 저평가된 현재 가치에, 성장주는 높게 평가되는 미래잠재가치에 수렴해야 한다는 이론이다.‘인간의 욕망은 무한하지만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자원은 유한하다.’ 경제학 원론을 열면 처음 접하는 이른바 ‘자원의 희소성 법칙’이다. 이 문제를 가장 간단하고 이상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시장 신호에 의한 방법이다. 특정 재화에 대한 욕망이 높은 시장참가자는 높은 가격을 써낼 의향이 있고, 그 신호대로 해당 재화를 배분하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가장 간단하기 때문에 복잡하고, 가장 이상적이기 때문에 달성하기가 힘들다. 완전경쟁은 아니더라도 시장경제가 잘 작동되기 위해서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충분히 많아야 하고 제품의 질도 가능한 동질적이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도 크게 차이 나서는 안 된다.재화 배분에서도 ‘경합성의 원칙’과 ‘배제성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경합성이란 특정 재화를 여러 사람이 나눠 쓰면 한 사람의 몫은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배제성이란 가격을 지

    2022.06.06 17:06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옐런·中 리커창의 반란…증시에 대형 호재되나

    “세계 양대 경제수장의 반란이 시작됐다.”지난주 리커창 중국 총리가 현재 중국 경제가 우한 사태 때보다 더 어렵다고 호소했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최고통치권자 이외의 현직 각료가 경제가 어렵다고 공개 발언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부에서는 리커창 세력이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시진핑 대체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미국도 마찬가지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선진 7개국(G7) 회의에 참석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기를 낙관하고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는 사뭇 다른 시각이다.올 들어 양대 국가의 경제는 의외로 빨리 식고 있다. 봉쇄 조치가 집중됐던 2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1분기(4.8%)의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월 이후 한 달이 지날 때마다 한 단계씩 뛰고 있다.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다.미국 경제도 1분기 성장률이 -1.5%로 떨어졌다. 3월을 정점으로 다소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8%대로 미국 중앙은행(Fed)의 물가 목표치인 2%를 네 배가량 웃돌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옐런 장관의 진단에 바이든 대통령이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중국과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진다면 세계 경제도 같은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물가를 잡는 데 최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권고한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에는 물가뿐만 아니라 경기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쪽으로 선회했다.미국과 중국 최고통치권자 입장에서 스태그

    2022.05.29 17:11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Fed의 양적긴축이 두려운 일곱 가지 이유

    다음달부터 추진될 출구전략의 마지막 카드인 ‘양적긴축(Quantative Tightening)’을 앞두고 증시를 비롯한 자산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5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 확정된 QT 로드맵을 보면 1단계에는 475억달러, 2단계부터는 950억달러로 늘려 추진한다는 계획이다.코로나19 사태 이후 Fed의 보유자산은 4조달러에서 9조달러로 급증했다. Fed가 보유 자산을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가져간다면 5조달러를 줄여야 한다. 월가에서도 앞으로 닥칠 ‘5조달러 QT 재앙’이 자산시장에 어떤 충격을 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첫째, 기준금리 인상과 달리 QT는 시장금리를 반드시 끌어올린다. 기준금리 인상이 시장금리에 미치는 영향은 일률적이지 못하다. 2004년, 2015년 이후처럼 기준금리 인상에도 시장금리가 떨어지는 ‘그린스펀 수수께끼’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QT를 추진하면 시장에 채권 공급이 늘어나 채권 가격은 내려가고 역관계에 있는 시장금리는 올라간다.둘째, 세계 총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은 상황에서 시장금리가 올라가면 마이클 루이스가 경고했던 ‘빚의 복수’가 시작된다. QT 추진으로 빚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동안 각국 중앙은행은 초저금리와 양적완화 등을 통해 경제주체들이 빚의 무서움을 모르게 하는 ‘부채경감 환상’에 빠지게 함으로써 위기 극복을 모색해왔다. 이러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역풍을 맞게 되는 셈이다.셋째, QT 추진으로 유동성이 줄면 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자산시장에도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처럼 초금융완화 정책으로 모든 자산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테이퍼링

    2022.05.22 17:24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새 정부 경제팀의 첫 시험 무대…"제2 외환위기 우려"

    1년 전 아케고스캐피털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캐시 우드가 운영하는 아크인베스트먼트의 수익률이 급락함에 따라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 이후 한동안 잊혔던 ‘대형펀드 위기설’이 다시 나돌고 있다.최근처럼 대형펀드가 손실이 발생해 투자 원금까지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면 고객인 투자자로부터 ‘마진콜’을 당한다. 마진콜이란 증거금에 일정 수준 이상 부족분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하라는 요구를 말한다. 은행으로 친다면 법정 지급준비금이 부족한 현상과 같은 의미다.각종 펀드는 시장의 신뢰 확보를 생명처럼 여긴다. 이 때문에 마진콜을 당하면 부족한 증거금을 보전하기 위해 기존에 투자해 놓은 자산을 회수하는 디레버리지 수순을 밟는다. 이 과정에서 최근처럼 국제 금리가 상승하거나 유동성이 줄어드는 상황과 맞물리면 신용경색이 심해지면서 금융위기로 악화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대형펀드는 디레버리지 국면에서 신흥국에 투자한 자산을 먼저 회수한다. 이때 신흥국에서는 서든스톱, 즉 외국인 자금이 갑작스럽게 이탈하면서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대형펀드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선진국에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어도 신흥국에서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오는 ‘나비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를 처음 올린 이후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10조원이 넘는다. 지난달 중순부터는 국내 채권시장에서마저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고 있다. 올해처럼 무역과 재정수지에서 쌍둥이 적자가 우려되는 여건에서 외국인 자금 이탈세가 꺾이지 않으면 외화 사정이 의외로 크

    2022.05.15 16:56
  • 日 '한국식 키코 사태'로 몸살…美와 환율전쟁 불씨 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지난 5일 열린 미국 중앙은행(Fed) 정례회의 이후 발생한 주가 흐름을 놓고 월가에서는 또다시 ‘데드 캣 바운스(큰 폭으로 떨어지던 주가의 일시적 반등)’ 논쟁이 일고 있다. 고양이가 죽을 때 한 번 뛰어오른다는 뜻의 데드 캣 바운스 논쟁은 작년 11월과 올해 1월 열렸던 Fed 회의 이후에 이어 세 번째다. 이 과정에서 나스닥지수는 30% 가깝게 폭락했다.데드 캣 바운스 논쟁은 궁극적으로 펀더멘털, 즉 경기에 의해 좌우된다. 공식적으로 미국 경기는 미국경제연구소(NBER)가 2분기 연속 성장률 추이로 판단한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1.4%(연율 기준)로 낮게 나왔지만, 미국 경기가 침체 국면에 빠졌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것도 이에 근거한다.하지만 통화정책의 ‘선제성(preemptive)’을 중시하는 Fed 입장에서는 NBER 식으로 지나간 성장률 추이로 경기를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유효성 논란에도 Fed가 경기를 판단하고, 예측하는 기법으로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아투로 에스트렐라와 프레더릭 미쉬킨 연구에 따르면 장단기 금리 차의 ‘변화(change)’보다 ‘수준(level)’이 예측력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문제는 수익률 곡선 스프레드로 미국 경기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지난 3월 Fed 회의 이후 경기 침체 논쟁의 불을 지폈던 장단기 금리 간 역전 현상이 5월 Fed 회의를 불과 2주일 앞두고 정상화됐기 때문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엔·달러 환율이 130엔에 도달했을 때와 맞물린다.종전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 상황이 닥칠 때 엔화는 강세를 보이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엔화 가치가 추락하면

    2022.05.08 17:03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빚의 복수' 시작…한국은 몇 번째 희생양 될까

    5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를 앞두고 4년 전 공전의 히트를 한 ‘국가 부도의 날’이란 영화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나라 안팎에서 각종 위기론이 고개를 드는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된다.영화에서 다루는 국가 부도의 본질은 재정위기가 아니라 외환위기다. 외환보유액 부족보다는 “위기가 곧 닥친다”는 나라 안팎의 경고에도 “펀더멘털(기초체력)은 괜찮다”는 경제 각료들의 안이한 경기 진단과 대처, 정치권의 극한 대립이 궁극적으로 국가 부도를 초래했다는 게 영화의 시놉시스다.1997년 외환위기 전후 대내외 상황은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가 따로 노는 ‘대발산(GD·Great Divergence)’의 시기였다. GD가 시작된 1994년 이후 Fed는 기준금리를 1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연 3.75%에서 연 6%로 끌어올렸다. 반면 Fed를 제외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은 금리를 내렸다.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5년 4월에는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루빈 독트린’ 시대가 전개됐다. 당시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은 달러 강세가 자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슈퍼 달러’ 정책을 펼쳤다. 타깃 통화인 일본 엔화 환율은 달러당 79엔에서 148엔까지 급등(엔화가치 하락)했다.그 결과 금리차와 환차익을 겨냥한 캐리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는 과정에서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국가채무 불이행)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신흥국 위기를 초래한 GD와 강달러를 주도한 당시 Fed 의장 및 재무장관 이름을 따 ‘그린스펀·루빈 쇼크’라고 부른다.GD가 다시 시작됐다. Fed는 지난 3월 기준금리를 한 단

    2022.05.01 17:09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1240원마저 넘어선 환율…그 끝은 어딜까?

    원·달러 환율이 1240원 선마저 넘어섰다. 올해 외환시장은 4월이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런 전망 자체는 유지되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 수준은 한 단계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확산하고 있다.최근 원·달러 환율이 올라가는 것은 ‘원화 약세’라기보다 ‘달러 강세’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1년 전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인플레이션 쇼크 이후 달러인덱스는 13%, 원·달러 환율은 14% 정도 올랐다. 세계 통화 중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은 중국 위안화가 유일하다.달러 가치는 이른바 ‘머큐리(mercury·펀더멘털) 요인’과 ‘마르스(mars·정책)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해 4월 이후 달러 강세는 머큐리 요인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미국 경제 성장률은 5.7%로 유로존(5.2%), 일본(1.6%), 그리고 한국(4%)보다 높았다. 올해도 이 추세는 유지될 전망이다.올 들어 달러 강세는 마르스 요인이 더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뒤늦게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을 인식한 미국 중앙은행(Fed)이 출구전략(테이퍼링→금리 인상→양적긴축)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금융위기 이후 출구전략 추진 과정을 보면 테이퍼링이 처음 언급된 뒤 양적긴축까지 4년 넘게 걸렸지만 이번에는 7개월로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Fed가 ‘성장 훼손’과 같은 부작용을 우려하면서도 급진적 출구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은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Fed는 인플레이션이 광범위하고 오랫동안 지속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8.9%는 목표치인 2%를 네 배 이상 웃돈 것이다. 질적으로도 생활물가 중심으로

    2022.04.24 16:58
  • [한상춘의 World View] 불붙은 물가 끄려다 성장훼손…美 'SOC 투자'에 답 있다

    전 세계인이 인플레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30∼40년 만에 최고 수준이 이제 예사로 보일 정도다. 선진국 국민들은 인플레로 겪는 경제 고통이 하늘을 찌를 태세다. 개발도상국에서는 11년 전 실업 문제로 거세게 불었던 ‘아랍의 봄’이 이번에는 인플레 문제로 다시 불 조짐이 보이고 있다.인플레를 ‘짖지 않는 개(The Dog That Didn’t Bark)’로 경시해 왔던 국제통화기금(IMF)은 종전 입장을 확 바꿔 각 회원국에 인플레 안정에 최우선순위를 둘 것을 촉구했다. 각국 중앙은행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캐나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빅스텝(0.5%포인트)으로 올린 데 이어 다음달 초 열릴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에서도 같은 폭으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인플레는 잡힐 것인가?2년 전 하이먼 민스키의 리스크 이론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아무도 모르는(nobody knows)’ 코로나 사태를 맞아 세계 경제는 ‘원시형 경제’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원년에는 ‘I자형’ ‘L자형’ ‘W자형’ ‘U자형’ ‘나이키형’ ‘V자형’, 심지어는 ‘로켓 반등형’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예측 시각이 나오면서 성장률이 -3.5%까지 추락했다.작년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암울했던 세계 경제가 같은 해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자 갑작스럽게 인플레 논쟁이 불거졌다. Fed조차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으로 봤던 인플레가 지난 1년 동안 날로 높아져 이제는 세계 경제의 최대 난제로 부상했다.코로나발 인플레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이론적 배경이 필요

    2022.04.19 17:30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세계 인구절벽 논쟁…韓 주가·집값, 어떻게 될까

    “세계 인구는 120년 동안 지속돼온 팽창시대가 마무리되고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인구구조 변화가 앞으로는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올해 들어 이런 내용의 보고서가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세계 ‘인구절벽’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이다. 1년 전 ‘중국 인구가 감소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계기로 제기된 중국 인구절벽 논쟁이 최근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중국 인구증가율은 0.03%에 그쳐 사실상 정점에 도달했다. 한국 인구(내국인 기준)도 내년에는 5000만 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측된다.중국의 인구 증감은 세계 노동시장에 중요한 변수다. 2차대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고 코로나 사태 등으로 제도권 밖에 머물던 저개발국의 노동력 공급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인구 증감은 세계 노동력 공급 및 임금 수준 결정에 중요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1978년 덩샤오핑이 개방화 정책을 표방한 이후 세계 경제는 중국 인구와 최적의 조합을 이루는 ‘스위트 스폿’ 기간을 누려왔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 생산가능인구가 글로벌 고용시장에 본격 편입하면서 세계 경제는 ‘고성장-저물가’라는 종전 경제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경제 국면으로 들어갔다.중국의 인구절벽이 세계 경제의 최대 복병 중 하나로 대두되는 것은 이런 측면에서다. 찰스 굿하트 영국 런던대 교수는 《인구 대역전(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이란 저서에서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 무렵 세계 인구가 줄어들면 세계 물가는 10%대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고

    2022.04.17 17:11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유가와 주가 '황금률' 붕괴…세계 증시 앞날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함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각종 부작용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유가와 주가 간 선순환 구조를 이어가는 ‘황금률(golden rule)’이 깨지는 현상이다. 각국의 인플레이션 변동을 분석해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순환보다 유가 급등이 더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증시는 칼날 위를 걷는 불안한 상황이 지속돼 왔다. ‘해로드-도마의 칼날 이론’은 실제성장률과 균형성장률, 잠재성장률이 같은 상태를 뜻하는 황금률이 유지돼야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고 봤다. 동일한 이치로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자금 면에서 ‘유동성’, 매크로(거시경제) 면에서 ‘경기’, 마이크로(미시경제) 면에서 ‘기업 실적’이 받쳐줘야 한다는 의미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데도 증시에 미치는 충격이 작았던 것은 고유가와 금리 인상이 겹친 2차 오일쇼크 당시와 달리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완화로 유동성이 오히려 늘어났기 때문이다. 경기 측면에서도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5%가 넘은 데다 기업 실적도 매 분기 예상치를 뛰어넘는 어닝서프라이즈가 지속됐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가(브렌트유 기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이런 황금률이 깨지자 원유 공급국과 수요국 모두에 부담이 되고 있다. 유가 상승을 놓고 ‘3차 원유 전쟁’에 비유될 만큼 미국과 러시아 간에 벌어지는 책임 공방이 대표적인 예다. 원유 수요국을 중심으로 유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국제협상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국가별로는 인플레이션

    2022.04.10 17:40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엔화 추락…日 '엔저의 도박' 다시 손대나

    지난 3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를 계기로 엔화 가치가 추락하고 있다. 외형상 이유는 미국과 일본 간 디커플링 통화정책에 따른 양국 간 금리 격차가 커지는 데 있다. 금리 차와 환차익을 노리는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엔화를 매도하고 달러화를 매입하고 있기 때문이다.다만 최근 엔저 현상에 국제적 관심이 더 쏠리는 배경에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사임 이후 주춤했던 ‘아베노믹스’의 부활 가능성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의문점을 풀어보기 위해서는 1990년대 ‘대장성 패러다임’과 ‘미에노 야스시 패러다임’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전자는 ‘엔저와 수출 진흥’으로 상징되나, 후자는 ‘물가 안정과 중앙은행 독립’으로 대변된다.1990년대 이후 일본 경제는 수많은 경기침체 요인이 얽히고설키며 복합 불황에 빠졌다. 가장 큰 요인은 배리 아이컨그린 미국 UC버클리 교수가 주장한 ‘안전통화 저주(curse under safe haven)’와 관련 있다. 경기침체에도 엔화 가치가 오히려 강세를 보이며 일본 경제를 더 어렵게 하는 현상이다.1980년대 ‘도요타 자동차’와 ‘소니 전자’로 상장되는 제조업 전성시대 이후 일본 경제의 최대 현안은 ‘당면한 디플레이션 국면을 언제 탈피할 수 있을 것인가’였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980년대 연평균 4.7%에서 1990년대 이후 1.2%로 급락한 것은 주로 내수 부진에 기인했다.거듭된 정책 실수도 경기침체 기간을 연장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1990년 이후 무려 25차례가 넘는 경기부양책을 시행했지만, 재정 여건만 악화시켰다. 기준금리도 ‘마이너스 수준’으로 내렸

    2022.04.03 17:24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장단기 금리 역전…증시에 어떤 영향 미칠까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수익률 곡선의 역전, 즉 장단기 금리 간 역전현상이 발생함에 따라 미국 경기 향방을 놓고 논쟁이 거세다. 이미 5년물과 10년물, 3년물과 10년물 간 금리는 역전됐다. 이제 남은 것은 2년물과 10년물, 3개월물과 10년물 금리가 언제 역전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유동성 프리미엄 가설’ ‘기대 가설’ ‘분할시장 가설’에 따르면 수익률 곡선이 양(+)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경기가 회복되는 것으로, 음(-)의 기울기를 나타내면 침체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196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 15차례에 걸쳐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이 발생했고, 예외 없이 경기침체가 수반됐다.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수익률 곡선과 경기 간 관계가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최근 수익률 곡선의 역전현상을 놓고 제롬 파월 Fed 의장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경기침체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반면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 미국 학계는 구조적 장기침체 국면에 빠지는 예고라고 분석하기도 했다.코로나19 사태 이후 수익률 곡선과 경기 간 관계가 더 흐트러지는 가장 큰 이유는 금융위기 이후 Fed의 통화정책 관할 대상이 ‘그린스펀 독트린’에서 ‘버냉키 독트린’으로 바뀐 데 있다. 전자는 실물경제 여건만을, 후자는 실물경제에다 자산시장 여건까지 감안해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의 주장이다.수익률 곡선과 경기 간 관계가 잘 맞으려면 금융이 실물경제 여건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Fed가 자산시장 여건까지 감안해 통화정책을 추진하면서 규모가 금융이 실물

    2022.03.27 17:41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Fed의 출구전략, 왜 '역행적 선택론' 부상하나

    3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를 계기로 ‘역행적 선택론’이 급부상했다. 회의 직전까지 시장의 예상은 금리를 0.5%포인트 올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양적긴축(QT)까지 추진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지난 1월 회의에서 시장 예상과 달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이어 이번에도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데 그쳤다. QT는 다음 회의로 넘겼다.Fed의 역행적 선택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벤 버냉키 의장이 테이퍼링을 처음 언급한 이후 시장이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한 2013년 9월 회의에서 정작 아무런 조치가 나오지 않았다. 월가에서는 ‘버냉키 반란’이라는 용어까지 나왔다.2013년 9월 Fed 회의에서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온 것을 계기로 조지 애컬로프 교수가 비대칭 정보를 활용해 노벨 경제학상까지 받은 ‘역행적 선택론’이 부각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이론은 경제활동에 필요한 완전한 정보를 보유하지 못할 때 발생하는 현상을 분석하는 정보경제학의 한 부류다.Fed는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시장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것이 관행이자 장점이었다. 특히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은 모호한 ‘그린스펀 화법’으로 시장과 소통을 잘해 온 것으로 평가됐다. 궁극적으로 이 화법이 ‘세계 경제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1913년 Fed가 설립된 이후 물가 안정이라는 중앙은행의 전통적인 목표를 잘 수행한 의장일수록 시장의 예상을 그대로 따르는 ‘순응적 선택’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하지만 2013년 9월처럼 시장이 Fed의 의중을 잘못 읽거나 의중을

    2022.03.20 17:11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운명의 날' 3월 16일…Fed와 푸틴의 선택은?

    세계인의 이목이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결과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채무상환유예) 선언이 동시에 결정될 3월 16일로 쏠리고 있다. 전자는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는 만큼 후자가 더 큰 관심사다. 1975년 북한이 서방에 진 빚을 갚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을 계기로 알려지기 시작한 모라토리엄은 1998년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 이후 러시아가 선언하면서 널리 알려졌다.특정국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는 ‘국가’에서 ‘개인’으로, ‘금융’에서 ‘실물’로 전개된다. 투트랙의 최적 조합은 국가를 대상으로 금융을 제재하는 시나리오다. 외부 불경제(사적 비용<사회적 비용)가 큰 국가 제재에다 실물보다 세 배 이상으로 커진 금융 제재가 더해지면 효과가 극대화되기 때문이다.미국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도 정확하게 이 경로를 따라 추진되고 있다. 외화축적(stock) 제재는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을 비롯해 모든 자산의 사용을 동결하고 외화거래(flow) 제재는 러시아를 달러결제망에서 퇴출시킬 뿐만 아니라 모든 투자를 원천적으로 못하도록 국가신용등급과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에서 배제시켰다.우회 통로도 막아버렸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긴급 행정명령으로 암호화폐를 통제 범위에 넣었다. 달러결제망이 막히자 위안화결제망을 사용해 달라는 러시아의 요구는 중국이 거절했다. 실물 제재는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 최혜국 대우 박탈과 고관세 부과에 이어 첨단기술 통제 등으로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푸틴의 선택은 두 갈래 길이 있으나 모두 쉽지 않아 보인다. 하나는 종전을 택해 러시아와 자국민을 살리는 길이다. 하지만 군부로

    2022.03.13 17:07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韓, 제2 외환위기 우려와 적정 외환보유액 논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지속되면서 취약국을 중심으로 외환위기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달러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 배제, 국가신용등급 추락, 글로벌 벤치마크지수 탈락, 외환 보유와 금융거래 금지 등 모든 국제금융시장 접근이 막히면서 러시아는 1998년에 이어 선언 직전 상황까지 몰리고 있다.최고통수권자가 중앙은행까지 장악해 포퓰리즘적인 모라토리엄 통화정책을 추진해온 터키 상황은 러시아보다 더 심각하다. 지난해 ‘서든 스톱’, 즉 급작스러운 외자 이탈에도 기준금리를 500bp(1bp=0.01%포인트) 내린 후폭풍으로 물가가 살인적으로 올라감에 따라 추가적인 외자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전형적인 금융과 실물 간 악순환 고리다.중국의 일대일로 계획 참여로 심각한 부채에 시달려온 스리랑카, 파키스탄 등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와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외채상환계수로 평가해 보면 이미 외환위기에 빠졌다. 이런 가운데 한국 경제 내부에서도 적정 외환보유액 논쟁이 거세게 불고 있다.현재 학계를 중심으로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한 대학 교수는 국제결제은행(BIS) 권유대로 외환보유액이 9000억달러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 수준의 두 배 정도로 더 쌓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을 비롯한 정책당국에서는 외환보유액에 특별히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특정국의 외환 보유가 무한정 많을 필요는 없다. 기회비용 측면에서 외화를 더 유용하게 쓸 곳이 많아 적정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정 외환보유액도 절대적인 기준이 못 된다. 통화스와프 등을 통해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제2선 자금 확보와 외환

    2022.03.06 17:13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韓 경제 신위기론과 '현대공급중시경제학'

    당초 예상대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발생했다. 앞으로 3차 세계대전에 해당하는 서방국가와 러시아 간 전면전으로 비화할 확률은 낮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주요 농산물과 부존자원의 생산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세계 경제에 미칠 충격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가장 우려되는 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몰고 올 가능성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공급망 부족이 심각하고 금융 완화에 따른 숙취(hangover)로 슬로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충격까지 덮칠 경우 세계 경제는 성장률이 더 떨어지고 물가는 지금 수준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JP모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로 급등할 경우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은 종전 전망치인 4.1%에서 0.9%까지 급락하고 세계 인플레이션율은 3%에서 7.2%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2차 오일 쇼크 이후 1980년대 초에 닥쳤던 스태그플레이션보다 더 악성으로 평가된다.40년 전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오르는 초유의 사태를 맞아 당시까지 주류 경제학이었던 케인지언의 총수요 관리 대책이 무기력해졌다. 이때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정책 목표대로 수단을 달리 가져가야 한다는 ‘틴버겐 정리’와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었던 볼 볼커가 물가 안정을 우선시했다는 차원에서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새로운 용어가 많이 나왔다.경제학적으로도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경기 대책 수단을 총수요보다 총공급 중심으로 전환시켜 놓은 것이 ‘레이거노믹스’라고도 불리는 공급중시경제학이다. 래퍼 곡선에 따라 세율과 세수 간 역비례 관

    2022.02.27 17:00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우크라이나 사태…과연 '찻잔 속 태풍'에 그칠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다.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상황은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로 짚어볼 수 있다. 이해 당사국들이 모두 참가하는 전면전이 발생하는 ‘비관론’과 민스크 협정 및 핀란드식 중립화 해법에 따라 다시 평화를 찾는 ‘낙관론’, 그리고 두 시각의 중간지대인 ‘회색론’으로 국지전이 발생하는 경우다.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있으나 국가 간 전쟁 가능성에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돈의 흐름을 보면 의외로 커다란 변동이 없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처음 불거졌던 작년 11월 말 이후 달러인덱스는 ‘96’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올 1월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 직후 1210원까지 오르다 지난 주말 1195원으로 하락했다.미국을 중심으로 주가와 국채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보다는 Fed의 급진적인 ‘출구 전략’에 따른 영향이 더 크다.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이라면 안전 자산의 상징인 국채 가격은 올라가야 한다. 과거 키프로스 사태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을 반영한 금융시장의 움직임이다.찻잔 속의 태풍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국토 면적 등과 같은 하드파워 위상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최악의 경우 전쟁이 일어나 우크라이나가 디폴트에 빠지더라도 국제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Fed가 나서지 않는 것도 이런 판단에서다.하지만 찻잔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에 따라 그 영향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만약 뜨거운 커피가 담겨 있을 땐 찻잔을 젓는 사람

    2022.02.20 17:15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대선 후보들 '한국 경제 新위기론' 주목해야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경제가 종전의 이론과 규범이 더는 통하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데에 이제는 누구나 공감한다. 태생적 한계상 최후 버팀목으로 봤던 위기론까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한국 경제와 관련해 새로운 형태의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주목된다.첫째, 경기와 관련된 종전의 한국 경제 위기론으로는 경착륙, 디플레이션이 거론돼 왔다. 전자는 경기순환상 성장률이 경제주체들이 대응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떨어지는 것인 데 비해 후자는 성장률 자체가 마이너스 국면으로 추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모두 인플레이션과 무관한 위기론이다.하지만 최근 들어 인플레가 최대 현안으로 대두됨에 따라 경기와 관련된 위기론도 바뀌고 있다. ‘쥐어짠다’는 의미의 스크루플레이션과 성장률 둔화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슬로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성장률과 실업률 간 오쿤 계수가 떨어지고, 실업률과 인플레 간 필립스 관계가 우상향으로 전환된 점을 들어 스태그플레이션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둘째, 부채와 관련해 가계 부문이 항상 거론돼 왔지만 최근 들어서는 국가 부문, 즉 국채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편에 속한다. 현 정부 출범 직전 37%였던 국가채무 비율이 불과 4년 만에 51%로 급증했고, 2026년에는 70%에 달할 것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다보고 있다.가계부채가 많아 신용갭(credit-to-GDP gap)이 1972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수준에 달하고, 은행의 국채보유비중이 많은 여건에서 국채위기가 발생하면 민간으로 전염돼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부도확률지표인 크레디

    2022.02.13 17:12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KEDI 30과 KEDI 30 ETF…왜 요즘 화두인가?

    근 증권학계와 주식 투자자를 중심으로 KEDI 30과 8일 상장되는 KEDI 30 ETF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KEDI란 Korea Economic Daily Index의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닛케이225지수, FTSE100지수처럼 경제신문이 주도해 만든 주가대표지수다. 숫자 ‘30’은 이 지수를 산출할 때 편입한 기업(종목) 수를 말한다.KEDI 30은 미시적인 측면에서 개별 기업, 거시적인 측면에서는 경기순환상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변화뿐만 아니라 미시와 거시 간 결합 과정에서 구성의 오류 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종전의 주가대표지수와 다르다. 갈수록 금융상품의 벤치마크 기능이 강조되는 추세에 맞춰 과거와 현재보다 미래를 중시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길게는 금융위기, 짧게는 코로나 사태 이후 개별 기업은 유아기, 성장기, 성숙기, 쇠퇴기를 거치는 ‘S’자형에서 벗어나 특정 시점에 명암이 확실하게 갈리는 ‘K’자형 생장곡선이 정착되고 있다. 한 나라 경기의 진폭상 정점이 더 높아지고 저점이 더 떨어지는 ‘순응성’과 주기가 짧아지는 ‘단축화’ 경향이 뚜렷하다.각종 대표지수가 주축이 된 시계열 자료를 토대로 한 기업 분석과 경기 예측이 ‘마이클 피시’ 현상에 시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마이클 피시 현상이란 전문가의 예측이 실패할 경우 엄청난 피해를 가져다줬던 것을 말한다. 주가수익비율(PER), 주당순자산비율(PBR) 등 전통적인 주가평가지표가 잘 들어맞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현상이다.오히려 디지털 콘택트의 진전으로 외부성이 커지는 시대에 있어서는 창업자 정신과 혁신성뿐만 아니라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같은 뉴노멀 지속 성

    2022.02.06 17:38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Fed의 양적긴축 충격…금리인상의 몇 배 될까?

    올해 첫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를 앞두고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작년 12월 Fed 의사록을 통해 ‘양적긴축(QT·Quantitative Tightening)’을 검토했다는 내용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QT를 언제 추진할 것인지와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QT는 금융위기나 코로나 사태와 같은 비상국면에 추진한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회수하는 출구전략(테이퍼링→금리 인상→QT)의 마지막 단계다. 금융위기 이후 출구전략을 살펴보면 2013년부터 테이퍼링을 추진해 2014년 10월 종료하고, 1년2개월이 지난 2015년 12월 첫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 후 2년 가까이 지난 2017년에 가서야 QT를 추진했다.이번 출구전략 추진은 작년 9월 Fed 회의 직전에 테이퍼링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테이퍼링 추진을 놓고 Fed 내에서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11월 회의에서는 금리 인상 문제가 언급됐다. 그 후 한 달도 안돼 열린 12월 회의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QT가 검토됐다.금융위기 때와 달리 출구전략의 세 단계가 한꺼번에 거론되는 것은 코로나 사태 이후 추진한 무제한 통화공급 정책의 숙취(hangover) 현상인 인플레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주립대의 이사벨라 웨버 교수는 코로나발 인플레는 50년 전에 사라진 ‘가격 상한제’를 다시 도입해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QT 추진 시기는 갈수록 앞당겨질 조짐이다. 매달 테이퍼링 규모를 300억달러로 확대한 작년 12월 Fed 회의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올해 QT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하지만 QT 추진이 확인된 이후 올해 첫 회의에서는 테이퍼링 조기 종료와

    2022.01.23 17:04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韓 경제 두 얼굴…선진국 진입 vs 복합 위기설

    새해 들어 한국 경제와 관련된 각종 위기설이 판치고 있다. 경기적인 측면에서는 미·중 간 샌드위치 위기론, 가계부채 위기설, 국가 부도설 등이 나도는 가운데 자산시장 측면에서는 주가 폭락설, 강남 집값 급락설 등 이루 거론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특히 3월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최근 나도는 위기설부터 정리돼야 한다. 각종 위기설이 나도는 한국 경제는 선진국 편입은 고사하고 외국인 자금이 투자하는 것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통계기법상 요인 분석을 통해 최근 위기설의 실체를 규명해 보면 대부분 ‘자신감’과 ‘프로보노 퍼블리코 정신’ 결여에서 비롯된다. 오히려 뉴욕증시에서는 외국인 가운데 서학개미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으며 올해 CES에서도 한국 기업이 단연 주목을 받았다. ‘세계 경제 10대국’이라는 자부심과 국가를 사랑하는 애국심만 있으면 각종 위기설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위기(crisis)’와 ‘위험(risk)’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최근 위기설은 대부분 리스크 성격이 짙다. 초불확실성 증강현실 시대에서는 리스크가 항상 존재한다.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는 경제정책, 기업 차원에서는 경영계획, 그리고 개인 차원에서도 재테크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리스크를 위기로 인식하는 것부터 벗어나야 한다.종전의 이론이 잘 들어맞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는 리스크를 파악할 때 전문가에게 너무 의존하는 ‘마이클 피시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 마이클 피시는 한때 유명했던 영국 BCC의 기상 전문가로 1987년 한 어부가

    2022.01.16 17:01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Fed의 급진적 출구전략…글로벌 증시 무너지나

    새해 들어 미국 국채 금리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증시뿐만 아니라 외환시장, 암호화폐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빅테크 종목의 주가 폭락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연 1.75%를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도 빅 피겨(big figure)를 넘어 1200원대에 진입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4만달러 선 붕괴 일보 직전에 몰리고 있다.가장 큰 요인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출구전략 우려다. 작년 12월 Fed 의사록을 되짚어보면 매달 300억달러씩 자산 매입을 축소해 테이퍼링을 조기에 종료하고, 기준금리 인상을 곧바로 연계시키겠다는 것이 양대 로드맵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시중 유동성을 줄여나가는 대차대조표(B/S) 축소 방안이다.월가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추진됐던 출구전략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급진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당시 출구전략은 테이퍼링을 처음 언급한 이후 종료까지 1년 10개월, 첫 금리 인상까지 3년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테이퍼링이 처음 언급된 작년 9월 이후 6개월 만에 유동성 공급 종료와 축소, 그리고 금리 인상까지 한꺼번에 가져가기 때문이다.궁금한 것은 작년 9월 회의 직전까지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던 Fed가 왜 이렇게 서둘러 출구전략을 추진하느냐 하는 점이다. 가장 큰 이유는 출구전략 추진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9년 전 출구전략은 금융위기를 야기한 시스템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둔 반면 이번에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작년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을 계기로 시작된 인플레 쇼크는 ‘일시적이냐’는 논쟁을 뛰어넘어 동일한 통화정책

    2022.01.09 17:20
  • [한상춘의 world View] 2022 임인년,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은 과수원 농부가 사과 농사를 짓는 일에 흔히 비유된다. 좀처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엄동설한을 뚫고 여전히 강추위가 매서운 이른 봄날에 사과나무에서는 어렵게 ‘어린싹(green shoots)’이 돋아난다. 어린싹이 튼튼하게 자라 가을에 풍성한 ‘과일(golden goals)’을 맺도록 농부는 그때마다 변하는 생육 여건에 맞게 물과 공기, 그리고 거름을 잘 조절해 줘야 한다. 어느 하나 잘못될 경우에는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yellow weeds)’로 죽게 된다. 인플레에 이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하이먼 민스키의 리스크 이론상 가장 위험하다는 ‘아무도 모르는(nobody knows)’ 코로나 사태를 맞아 작년 한 해 세계 경제는 ‘원시형 경제’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사이먼 쿠즈네츠가 국민소득 통계를 개발한 193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I’자형, ‘L’자형, ‘W’자형, ‘U’자형, ‘나이키형’, ‘V’자형, 심지어는 ‘로켓 반등형’에 이르기까지 모든 형태의 예측 시각이 나오면서 결국은 작년 성장률이 -3.5%까지 추락했다.올해 1분기까지 디플레이션이 우려될 정도로 암울했던 세계 경제가 2분기 들어서는 갑자기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더욱 혼돈에 빠지게 한 것은 코로나발 인플레가 같은 통화정책 시차(미국의 경우 9개월∼1년) 내에서 모든 가능성이 한꺼번에 거론되는 ‘다중 복합 공선형’으로 이 또한 처음 나타난 원시형이라는 점이다.코로나 사태 2년이 지나면서 세계 경제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인플레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

    2021.12.28 17:13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마이클 피시 현상…"예측, 틀려도 너무 틀린다"

    2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 시대는 ‘뉴 애브노멀’로 요약된다. 종전의 이론과 규범, 관습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미래 예측까지 어렵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용어다. 예측이 어려울수록 무용론까지 제시되고 있으나 오히려 정확해야 혼돈에 빠진 경제 주체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안내해 줄 수 있다.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전문가일수록 예측을 잘못했을 경우 나타나는 ‘마이클 피시 현상’이다. 마이클 피시는 1987년, 한 어부의 200년 만에 불어 닥친 초대형 허리케인 제보를 무시해 영국 경제가 엄청난 피해를 입었을 당시 유명한 BBC의 기상 전문가다. 전문가 말을 믿다간 오히려 더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올해 세계 경제 예측에서 가장 흔들린 항목은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것을 계기로 시작된 인플레 논쟁은 세계 중앙은행 격인 미국 중앙은행(Fed)이, 그것도 세계 중앙은행 총재 격인 파월 Fed 의장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예측 실패에 따른 파장이 컸다.‘파월의 치욕’이라는 용어가 나온 인플레 논쟁을 성장률과 연관시켜 지난 5월 이후 숨가쁘게 전개된 과정을 되돌아보면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발표된 지난 7월 말까지는 ‘일시적이냐, 아니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때까지는 시장에서도 파월 의장의 일시적이라는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였다.문제는 올 2분기 미국 경제 성장률이 발표된 지난 7월 말 이후 하이퍼 인플레 우려가 갑자기 제기된 것이다. 일시적으로 봤던 인플레가 계속 강해지는 상황에서 발표된 2분기 성장률 6.7%는 국내총생산(GDP) 갭으로는 무려 4.6%포인트의 인플레 갭에 해당하기 때문이

    2021.12.26 16:45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Fed의 출구전략 vs 한은의 출구전략

    코로나19 사태 이후 2년 가까이 지속돼온 울트라 금융완화정책이 마무리되고 앞으로는 출구전략이 본격 추진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에서 매월 300억달러씩 자산 매입을 줄여 나가는 테이퍼링을 추진하고 기준금리도 테이퍼링 종료와 함께 내년 세 차례 인상을 시사했다.흔히들 출구전략만큼 추진 시기와 선택 수단, 그리고 사후 처리 등 정책의 3박자를 맞추기 어려운 것도 없다고 한다. ‘출구전략은 정책 예술(exit strategy is policy art)’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정책 3박자 간의 황금률을 지키지 못하면 경제와 증시를 안정시켜야 할 중앙은행이 오히려 망치는 대재앙을 초래한다.황금률 관점에서 금융위기 이후 추진했던 출구전략과 비교해 보면 첫 단계인 테이퍼링을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이 테이퍼링을 처음 언급한 이후 마무리되기까지 1년10개월이 걸렸으나 이번에는 테이퍼링이 언급되기 시작한 지난 9월 이후 내년 3월에 끝나면 7개월(실행은 4개월)로 짧아진다.테이퍼링 종료 이후 첫 금리 인상과 연계시키는 다음 수순도 금융위기 땐 1년2개월이 넘게 걸렸으나 이번에는 곧바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 Fed 회의에서 제시된 점도표대로 내년에 세 차례 금리를 올린다면 테이퍼링이 종료된 이후 첫 Fed 회의가 열리는 내년 5월이나 6월에 금리 인상을 단행해야 하기 때문이다.지난 8월 말 열린 잭슨홀 미팅 때까지만 하더라도 금융완화 기조를 고수한 Fed가 갑작스럽게, 그것도 급진적인 출구전략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당초 ‘일시적’이라고 봤던 인플레이션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

    2021.12.19 17:13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MSCI 선진국지수 편입…8대 현안부터 해결해야

    출범 초부터 민간을 중심으로 제기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 문제에 미온적 입장을 보여왔던 현 정부가 집권 막바지에 추진한다고 한다. 그 배경과 의도, 실제로 편입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현 정부의 입장은 이렇다. 1인당 소득으로 분류하는 국제통화기금(IMF), 대외원조액 등으로 평가하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로부터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또 같은 벤치마크 지수로도 파이낸셜타임스(FTSE)는 선진국에 편입했는데 왜 유독 MSCI 지수는 한국을 선진국 예비명단에서까지 탈락시켜 신흥국으로 재분류하느냐 하는 논리다.첫째, 바로 이 논리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지 못하는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현 정부(특정 대통령 후보 주장도 포함)의 논리는 우리 국민에게는 설득력 있게 들리고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정작 평가하는 주체인 MSCI로서는 ‘국수적인 항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둘째, 다른 선진국 분류기준과 달리 MSCI 지수는 평가하는 기준이 독특하다. 1인당 소득, 무역액, 대외원조 규모 등 하드웨어 위상을 중시하는 IMF, 유엔, FTSE 지수와 다르다. MSCI 지수는 금융 규제, 투명성, 도의적 책임 등 소프트웨어 위상을 중시한다. 한국은 두 위상 간의 격차가 가장 큰 국가로 널리 인식돼 있다.셋째, 문제가 되는 소프트웨어 위상도 외형상 제도 개선보다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MSCI가 선진국 예비명단에서 탈락시킨 이후 한국에 대해 지적해온 사안은 거의 비슷하다. 한국은 이 지적에 대해 개선됐다고 반박해 왔지만, 현 정부 들어서는 오히려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

    2021.12.12 17:19
  •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美 Fed, 모든 것 바꾼다…한국은행은?

    세계 중앙은행 격인 미국 중앙은행(Fed)이 대변신을 꾀하고 있다. Fed 내부적으로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있었긴 했지만 종전의 이론과 규범, 그리고 관행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뉴노멀 시대에 접어들어 기득권을 고집하다가 중앙은행 위상과 신뢰를 한꺼번에 잃어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첫째,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부터 바뀌고 있다. 1913년 설립 이후 중앙은행의 전통적 목표인 ‘물가 안정’을 추구해 오다가 2012년부터 ‘고용 목표’를 양대 책무로 설정해 그 이후 통화정책은 후자에 중점을 둬 운용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인플레가 고착화될 움직임을 보이자 다시 물가 안정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둘째, 통화정책 관할대상도 ‘버냉키 독트린’에서 ‘그린스펀 독트린’으로 선회하고 있다. 전자는 실물경제에다 자산시장 여건까지, 후자는 실물경제 여건만 감안해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통화정책 우선순위를 물가 안정에 두면 실물경제 여건을 보다 중시해야 달성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셋째, 통화정책 운용방식도 ‘테일러 준칙’과 ‘최적통제준칙(OCR)’보다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전통적인 통화론자(현대통화론자와 구별)들이 주장했던 ‘통화 준칙’이 선호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정책 의지가 반영되는 테일러 준칙이나 경제 여건에 따라 금리 경로가 변경되는 최적통제준칙은 한계가 있다는 반성에서다. 통화 준칙이란 인플레 타깃선을 현행처럼 2%로 설정한 후 물가(Fed의 경우 근원PCE물가상승률)가 이보다 높을 경우 자동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낮으면 내려

    2021.12.05 17:18